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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민연금 요직에 '안종범 라인' 여전…靑, 적폐청산 의지 있나?

[취재파일] 국민연금 요직에 '안종범 라인' 여전…靑, 적폐청산 의지 있나?
대선이 끝나고 보름 뒤 국민연금은 전격 인사를 단행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주식운용실장으로 영전한 A 전 리서치팀장입니다. 국민연금의 주식운용실장의 권한은 막강합니다. 100조 이상의 주식 운용을 책임지는 자립니다. 국민연금은 국내 대기업의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대기업을 뒤흔들 수 있는 요직 중의 요직입니다.

이상한 건 인사 시기입니다. 새 정부의 진용이 갖춰지기도 전에 국민연금은 핵심 보직 인사들 서둘렀습니다.  국민연금 이사장직이 문형표 전 이사장이 구속된 이후 오랫동안 공석인 상황입니다. 새 이사장에 대한 임명이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의 연금을 운용하는 중요한 보직을 서두른 이유가 뭔지 의문입니다.

국민연금이 과연 삼성합병문제와 관련한 판결문을 제대로 읽어보고 인사를 낸 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삼성합병 찬성으로 국민연금이 손해를 입은 연기금 규모는 5천억 원을 상회합니다. 이번 사건은 국민들의 노후 자금을 대기업과 정부가 결탁해 털어먹은 범죄입니다. 

주식운용실장으로 영전한 A는 이번 범죄사실에 상당 부분 가담한 정황이 있는 인물입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또다시 맡기겠다는 국민연금의 속내가 뭔지 궁금합니다.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특검 수사가 알려준 교훈이었지만 인사 결과로만 보자면 국민연금은 개혁의 의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 A 실장, 삼성 합병 '시너지 보고서 조작' 장본인

그럼 국민연금이 서둘러 인사를 단행한 A 주식운용실장은 누구인지 살펴보겠습니다. A 실장은 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리서치 팀장이었습니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판결문에는 A 실장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홍완선)피고인은 (삼성물산) 합병 찬성을 합리화하기 위해 A에게 합병 성사시 국민연금공단이 입게 되는 손실 약 1,388억 원을 상쇄하기 위해 필요한 합병 시너지 효과로 인한 이익을 산출하여 보고하라고 지시하였다"

"A는 같은 날 이 사건 합병으로 인한 손실을 상쇄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너지 효과가 약 2조 원이므로, 리서치팀 직원 강00에게 이 사건 합병으로 인해 2조 원 상당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는 결론을 도출하여 보고할 것을 지시"


간단히 정리하면 삼성물산이 합병되면 국민연금 기금의 손실이 예상됐지만, A 실장은 홍완선 당시 본부장의 명을 받아 마치 2조 원의 이득이 날 것처럼 보고서 조작을 주도했다는 것입니다. A 실장은 이렇게 작성된 허위 보고서를 들고 투자위원회에 들어가 삼성물산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주장하게 됩니다. 국민연금이 삼성합병을 찬성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 셈입니다. 

그러나 지시자인 홍완선 전 본부장은 법정 구속됐고 지시를 수행하고 '바람잡이' 역할을 했던 A 실장은 이번 국민연금 인사에서 영전을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정권은 교체됐는데 김기춘 비서실장은 구속됐지만 우병우 민정수석은 문재인 정부에 건재하게 남아있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 안종법 수첩에 등장하는 'A의 인사청탁 정황'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A 실장은 국정농단 사건의 '사초'로 불리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도 3번이나 등장합니다. 수첩에는 구속된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A 리서치팀장, 주식운용실장으로"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신동철 전 비서관은 주식운용실장으로 보내달라는 A의 청탁을 받아 안종범 전 수석에게 말했다고 특검에서 밝혔습니다.

● A 실장의 '위증'…이유는?

A 실장은 위증 혐의도 있습니다. 미묘한 건 위증 의혹이 불거진 시깁니다. A 실장은 지난 특검 조사에서 시너지 조작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던 4월 10일 갑자기 법정에서는 특검에서의 진술을 돌연 부인합니다. 그리고 대선 후 5월 25일 리서치 팀장에서 주식운용실장으로 영전합니다.

보고서 조작을 지시하고 지시받은 피고인과 참고인 모두가 시인했고 법원도 판결문에서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연결 고리에 있던 A 실장이 법정에서 말을 바꾼다고 해서 범죄 사실이 흔들릴 상황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법정에서 위증을 한 뒤 A 실장이 주식운용실장으로 영전한 게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입니다.

● 국민연금의 견고한 '안종범 라인'
국민연금
국민연금의 핵심은 천문학적 규모의 연기금 운용을 책임지는 기금운용본부입니다. 막강한 자금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난 정권부터 정권의 충성도가 높은 인사들이 기금운용본부장을 차지했고 실제로 정권 실세와의 친분을 갖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입니다.

최근 법정 구속된 홍완선 전 본부장은 대구고 출신의 '정통 TK' 였습니다. 홍완선 전 본부장 이후에는 B 기금운용본부장이 지난해 초부터 연기금을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B 본부장은 대구 계성고와 성균관대 출신입니다. 안종범 전 수석과 고교 대학 선후배 관계입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업계에서는 B 본부장을 대표적인 '안종범 라인'으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을 총괄하는 책임자가 안종범 전 수석의 고교 대학 동문이며 안종범 전 수석에게 인사청탁을 한 정황이 포착된 A 기금운용실장이 여전히 국민연금의 핵심요직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장과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민연금의 비정상적인 시장 개입이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잘못을 한 사람들은 영전을 했고 적폐 세력이 여전히 국민연금을 장악하고 있는 동안 삼성합병을 둘러싼 국민연금의 부조리를 고백했던 양심선언한 국민연금 관계자들은 직무에서 배제되거나 인사에 불이익을 받고 변방을 떠돌고 있다는 것입니다.

●청와대 '적폐청산' 의지는?

청와대는 장차관 인선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산하의 국민연금 인선까지 고려할 만한 여유가 없는 상황입니다. 국민연금이 새 정부의 인선이 본격화되기 전 서둘러 인사를 내는 '꼼수'를 청와대가 일일이 나서 지적할 수 없는 건 이해합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국민의 연금을 좌지우지하는 요직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국이 안정화되면 청와대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입니다.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탄생한 새 정부입니다. 적폐는 검찰과 국방부, 국정원에만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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