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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그리고 에어포칼립스

[취재파일]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그리고 에어포칼립스
2013년 1월, 중국은 거의 한 달 내내 기록적인 스모그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1월 11일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최고 993㎍/㎥까지 올라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4시간 평균 초미세먼지 권고 기준이 25㎍/㎥인 점을 고려하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권고 기준보다 40배 가량이나 올라간 것이다. 최근 30년 내 최악의 스모그였다.

중국의 기록적인 스모그에 우리나라도 그 해 1월은 고농도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았다. 2011년 1월 평균 44㎍/㎥이었던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2013년 1월에는 64㎍/㎥까지 껑충 뛰었다. 월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45%나 높아진 것이다. 미세먼지 최고 농도도 크게 높아져 서울은 최고 178㎍/㎥을 기록했다.

"에어포칼립스(airpocalypse)"

공기(air)와 파멸, 종말, 대재앙을 뜻하는 아포칼립스(apocalypse)의 합성어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대재앙, 스모그 대재앙을 뜻하는데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가 중국 베이징의 심각한 스모그를 묘사하면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1월 어떻게 중국 대륙에서 최악의 스모그가 발생한 것일까? 그 해 1월 중국에서 자연적으로나 인위적으로나 미세먼지 배출량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도 아닌데 어떻게 거의 한 달 내내 최악의 스모그가 발생한 것일까?

최근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 연구팀이 한 가지 큰 이유를 찾아냈다(Zou et al., 2017). 연구팀이 관심을 가진 것은 엘니뇨나 빙권(cryosphere), 북극 해빙(바다얼음, sea ice) 면적, 유라시아 지역 적설, 바람 등 최악의 스모그 발생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기상 또는 기후 변수다.

연구팀은 특히 북극의 해빙 면적과 유라시아 지역에 내리는 눈, 바람 변화에 집중했다. 중국 대륙의 기록적인 스모그가 북극의 해빙 면적 감소와 유라시아 지역에 내리는 눈의 증가, 약해진 바람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우선 관측 자료를 이용해 2013년 1월 기상 상황이 오염물질이 잘 확산할 수 있는 여건이었는지 조사했다. 바람이 강했는지를 조사한 것이다. 조사 결과 2013년 1월이 최근 30년 가운데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람이 유난히 약해 오염물질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대로 쌓이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바람이 유난히 약해진 것일까?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북극의 해빙면적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실제로 중국에 최악의 스모그가 발생하기 4개월 전인 2012년 9월 18일 북극의 해빙 면적은 341만 제곱킬로미터까지 떨어졌다. 1979년 북극 해빙 면적을 인공위성으로 관측한 이후 역대 최소 면적이다. 중요한 것은 급격하게 줄어든 북극의 해빙 면적이 한반도와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 뿐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기후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해빙이 녹고 바닷물이 많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북극은 해빙이 있을 때보다 태양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하게 된다. 더 많이 흡수한 에너지로 인해 북극에서는 증발이 더 활발하게 일어나는데 이때 대기 중에 늘어난 수증기가 유라시아 지역에 눈이 되어 떨어진다. 북극 해빙 면적 감소가 유라시아 지역 적설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북극의 해빙 면적이 크게 줄어들거나 유라시아 지역에 눈이 다른 해보다 많이 쌓이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에는 겨울철에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칠 가능성이 커진다. 북극의 고온 현상으로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인 동아시아로 쏟아져 내릴 가능성도 있고 유라시아 지역에 눈이 많이 내릴 경우 차가운 대륙 고기압이 예년보다 더 강하게 발달해 동아시아 지역으로 치우쳐 확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최근 들어 한반도나 일본 등에 나타나고 있는 북극 한파다.

겨울철에 차갑고 강한 대륙 고기압이 중국 대륙이 아닌 한반도나 일본 등 극동 아시아 지역으로 치우쳐 내려오게 되면 기록적인 한파가 나타나는 한반도나 일본과 달리 중국은 예년보다 따듯한 겨울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륙 고기압이 예년보다 동쪽으로 치우쳐 내려오면서 오염이 심한 중국 동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바람이 약해진다. 오염물질을 쓸어내던 겨울철 북서 계절풍이 약해지면서 오염물질이 그대로 쌓일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결국 북극의 해빙 면적이 감소하고 유라시아 지역에 눈이 많이 쌓이면 쌓일수록 오염이 심한 중국 동부 지역에는 오염물질이 정체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이유로  2013년 1월 오염물질 배출량이 다른 해와 별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대륙에 최악의 스모그가 발생한 것으로 설명했다.
스모그 황사
그해 1월 지리적으로 중국 옆에 있는 우리나라는 한파와 고농도 미세먼지가 번갈아 찾아왔다. 차가운 대륙 고기압이 한반도 쪽으로 치우쳐 내려온 기간에는 기록적인 한파가 몰려왔고 한파가 주춤할 때는 중국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몰려왔다.

기록적인 한파에 2013년 1월 3일 서울의 기온은 영하 16.3℃까지 떨어졌고 철원의 기온은 무려 영하 25.8℃까지 곤두박질쳤다. 미세먼지 농도 또한 높아져 2013년 1월 서울의 월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011년 1월보다 40% 이상 높은 64㎍/㎥를 기록했다.

기후변화가 이 같은 스모그 재앙을 부를 가능성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다. 북극의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북극의 해빙 면적은 더욱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감소하는 북극의 해빙은 유라시아 지역의 눈까지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중국 동부지역의 바람을 약화시키고 스모그 재앙을 초래하는 것이다.

기록적인 스모그와 고농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꼭 전부는 아니다. 기후변화로 중국이나 한반도 지역의 기후가 변한다면 배출량을 줄인다 하더라도 기록적인 스모그와 고농도 미세먼지는 얼마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노력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빛을 차단해 기후를 변화시키는 스모그와 미세먼지, 기후 시스템을 변화시켜 최악의 스모그와 고농도 미세먼지를 부르는 기후변화, 얼핏 보기에는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매일 매일 뿜어내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 재앙뿐 아니라 스모그 대재앙인 ‘에어포칼립스’까지도 초래하는 것이다.

<참고문헌>

* Yufei Zou, Yuhang Wang, Yuzhong Zhang, Ja-Ho Koo, 2017:Arctic sea ice, Eurasia snow, and extreme winter haze in China. Science Advances, e1602751 DOI: 10.1126/sciadv.160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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