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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스브스] 지우개 보면 추억 떠올라…버리지 못하는 저, 문제인가요?

SBS뉴스

작성 2017.06.08 08:59 조회 재생수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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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학창시절에 들었던 노래를 듣게 되면 그때 기억이 떠오르면서 추억에 잠기게 되죠. 그런데 이런 추억 때문에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책상 서랍 한가득 지우개가 쌓여 있습니다. 20년 넘게 이 지우개들을 모아온 권수연 씨는 어머니로부터 그걸 도대체 언제 버릴 거냐는 핀잔을 종종 듣는다고 합니다.

지우개를 보면 저마다 떠오르는 추억이 있고, 버리게 되면 관련된 기억마저 사라지는 것과 같아서 수연 씨는 지우개를 버릴 수 없다고 합니다.

수연 씨처럼 누구에게나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물건이 하나쯤은 있을 텐데요, 학창시절에 썼던 필기구를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며 펜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또 디저트 박스들을 보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떠올라서 행복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특정 음악을 들으면 그때 추억이 되살아나는 것처럼 말이죠.

정신과 의사들은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저장 강박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하는데요,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서 봤던 사례들처럼 버리지 못하고 모으는 건 병이 아니고 오히려 '좋은 취미활동'이라고 말했습니다. 보면서 즐거움을 얻고 추억할 수 있는 거라면 정신건강에도 좋은 거라는 거죠.

대신 '저장 강박증'은 자신이 불합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필요 없는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저장해두는 증세로 모으는 데만 집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데선 즐거움을 얻지 못하고 모으기만 하는 행동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병적인 증세라 볼 수 있다네요.

본인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추억할 수 있는 물건을 모으는 건 괜찮다고 합니다. 어쨌든 꼭 사수해서 가지고 있어야 할 물건이 있다는 건 그만큼 행복한 추억이 있다는 얘기겠죠?

▶ '못 버리겠어'…모아만 두는 저, 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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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씨는 고등학교 시절 '다이빙 천재'라고 불렸습니다. 대회가 있는 전날, 딱 하루 연습하고도 나가는 대회마다 상을 휩쓸었습니다. 이 씨를 데려가기 위한 명문대의 러브콜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씨는 종적을 감췄습니다. 다이빙 훈련 도중 망막이 뜯겨 시력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눈이 안 보이는 것보다 다이빙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그는 더 힘들어했습니다.

7번의 대수술을 했지만, 한쪽 눈 시야의 절반은 회복되지 못했고, 그런 눈 때문에 단칸방에서 음악만 듣게 됐습니다.

그렇게 반년 정도 지났을 때, 그는 문득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보면서 베이스를 독학했고 작곡도 연습했습니다.

대학 밴드 동아리에 들어갔을 땐 안 보인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남들보다 두세 배 더 열심히 노력했지만, 처음 작곡한 노래와 베이스 실력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는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에 매진했습니다.

그렇게 음악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고등학교 운동 후배와 음악을 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었는데 그 밴드가 바로, 우리나라 최초에 디스코 펑크록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고고스타'입니다.

그들만의 독특한 음악이 사랑받기 시작하면서, 무시만 당했던 그에게 마법 같은 순간이 펼쳐졌습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장르에 환호했고 국내외 페스티벌에서 러브콜이 쇄도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음악천재'라 부르지만, 그는 인생의 큰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음악을 한 것뿐이라고 합니다.

힘들고, 용기가 필요할 때 의지할 만한 무언가를 찾게 되면 그것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겠는데요, 무엇보다 이렇게 힘든 시간들을 이겨낸 열정과 의지를 본받고 싶습니다.

▶ 음악 천재 '고고스타'의 리더…15년 전 그의 별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