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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랩톱, 기내에 들고 타야 할까요? 부쳐야 할까요?

[월드리포트] 랩톱, 기내에 들고 타야 할까요? 부쳐야 할까요?
지난주 뉴욕을 출발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던 미 제트블루 여객기가 미시간 주의 한 공항에 비상 착륙했습니다. 원인이 객실 내에 있었던 랩톱 배터리의 화재로 알려지면서 현지 언론들은 한바탕 소란을 피웠습니다. 사건 자체를 속보로 전하기도 했지만 트럼프 정부의 이른바 'Laptop Ban'(노트북 PC의 객실 반입 금지)이 과연 바람직한 조치인지 많은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나중에 비상 착륙의 원인이 됐던 화재가 랩톱의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난 게 아니라 일반 충전용 배터리에서 난 것으로 확인됐지만 속보 만큼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화재가 났던 충전용 배터리와 랩톱이 같은 가방에 들어 있어서 생긴 혼선이라고 합니다.

어찌 됐든 이번 사건으로 랩톱을 비행기 객실에 둬야 하느냐, 수하물 칸에 부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다시 일고 있습니다. 지난 3월부터 미국은 테러 위협을 막기 위해 요르단, 이집트,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모로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8개 나라, 10개 공항에서 오는 미국 직항편에 랩톱을 포함한 일부 전자기기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을 넘어 전 세계 노선으로 이를 확대할 것인지를 놓고 미 당국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Laptop Ban'은 사실 위에서 언급된 10개 공항에 취항하지 않은 미국의 항공사들을 도와주기 위해 도입됐다는 음모론도 있습니다.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은 "(부당하게) 정부 보조금을 받는 다른 나라 항공사들과 경쟁하는 미국 항공사들을 돕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실제 'Laptop Ban'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항공, 터키 항공 등은 미국 항공사들의 가장 큰 경쟁사이기도 합니다. 이들 10개 공항에서 사업상 또는 여행 목적으로 미국을 가는 경우 랩톱을 쓰지 못하는 불편은 사람에 따라 매우 크게 느껴지기도 할 것입니다. 자연 승객들이 이 조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공항의 미국 항공사들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거죠.

또 한 가지 음모론을 뒷받침했던 근거는 영국 교통부도 비슷한 시기, 비슷한 조치를 취했는데 대상 국가가 미국과는 차이가 납니다. 터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은 일치하지만 레바논, 튀니지가 들어갔고 쿠웨이트, 모로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는 빠졌습니다. 두 나라 정보기관이 대테러 관련 정보를 당연히 공유할텐데 대상 국가에서 왜 차이가 나느냐는 거죠. 하지만 실제 미국과 영국의 정보 당국이 상당한 정도의 테러 징후를 포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후 IS가 전자기기의 배터리에 폭발물을 숨기는 기술을 개발했고 공항 검색대도 이를 걸러내지 못할 수준이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트럼프 '랩톱 기내반입 금지 확대' 없던 일로
문제는 미 국토안보부와 영국 교통부가 내놓은 대책, 즉 일정 크기 이상의 전자기기를 수하물 칸에 두는 게 과연 더 안전한지 여부입니다. 2010년과 2011년 리튬 이온 배터리를 싣고 가던 화물기에서 화재가 났고 승무원들이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불이 나더라도 객실에서 나야 능숙한 승무원들의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는 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측 판단입니다. 지난주 제트블루의 여객기 화재 때도 승무원들은 불이 난 가방을 화장실로 가지고 가 침착하게 진화를 했다고 합니다.

항공업계의 경우 비행기 수하물 칸에 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위험성에 대해 더 잘 알 것입니다. 미 국토안보부를 비롯한 정보당국은 신종 기술을 이용한 기내에서의 테러 가능성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까지 미국 언론들은 대체적으로 항공업계의 주장에 더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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