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사드 보고 누락' 논란…창끝 제대로 겨눴나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7.05.31 10:3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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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의 발사대 4기가 추가로 반입됐고 대통령에게 명쾌하게 보고되지 않은 일을 두고 청와대와 국방부 사이에 난기류가 형성됐습니다. 사드의 X-밴드 레이더와 발사대 2기, 사격 및 발사 통제 장치는 이미 성주에 배치됐습니다. 나머지 장비인 발사대 4기도 대선 전에 국내로 들여왔지만 이 사실이 청와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입니다.

새 정부는 사드를 투명하게 살펴보고자 하는데 국방부가 사드 배치 과정을 숨기는 꼴이 됐습니다. 국방부가 아직도 박근혜 정부에 충성하는 듯한 모양새로도 비칩니다. 청와대가 국방부의 보고 과정을 조사하기로 하자 국방부는 당혹스러워졌습니다.

사드 발사대 4기의 반입을 비공개한 것이 국방부의 방침이었을까요? 단언컨대 그럴 리 없습니다. 한·미·중 3국을 외교 격랑에 휩쓸리게 한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과정에서 국방부는 그저 구경꾼이었습니다. 국방부가 아니라 김관진의 전 청와대 안보실로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국방과 안보 관련 사안 중 사드는 철저히 전 안보실이 관할했습니다. 사드 발사대 4기의 반입도 국방부가 아니라 전 청와대 안보실이 현 안보실에 인계했어야 했던 사안입니다. 전 청와대 안보실이 비정상적이어서 추가 반입 사실을 비롯한 제반 안보 사항들을 현 안보실에 넘겨주지 않은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 아닌지 차분히 따져봐야 합니다.

● 사드 배치 과정에 국방부는 없었다

2015년 9월이었습니다. 곧 서울에서 열릴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언급될지가 큰 관심사였습니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SCM 성명에 '한미가 대북 억지 차원에서 사드 배치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정도의 표현이 들어갈 것이라는 말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모르겠다" "이번에는 정말 모르겠다" "예측을 못 하겠다"며 난감해했습니다.

성명에 사드 언급이 들어갈 수도 있고, 안 들어갈 수도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SCM이 한 달 남짓 남은 시점에서 협의회의 우리 측 책임자가 여전히 갈피를 못 잡았습니다. 사드 문제는 청와대 안보실이 관할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던 때라 국방부가 모호해 하는 입장을 이해할 만했습니다.

이듬해 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 광명성 3호를 발사하자 한미 군 당국은 전격적으로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논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사드는 단거리와 준중거리 미사일 종말 단계의 요격용인데 사드와 전혀 관계없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기술이 적용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사드 카드를 꺼내 들어 의아했습니다.

한두 달 뒤 그 핵심 당국자와 저녁 자리를 가졌습니다. "북한이 (사드가 요격할 수 있는) 단거리 스커드가 아니라 (사드로는 잡을 수 없는) 장거리 로켓을 쐈는데 한미가 사드 배치 카드를 꺼낸 것은 넌센스"라는 기자의 말에 그는 "우리도 그 부분이 아쉽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국방부에서 사드 업무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아쉽다”는 그의 말에서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는 군이 아니라 '윗선'의 결심을 군이 대행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김관진 전 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장관● 창끝은 김관진의 안보실을 향해야

한때 국방부 주변에서는 사드를 두고 “사고는 김관진 실장이 치고, 수습은 한민구 장관이 한다”는 소문이 돌아다녔습니다. 국방부 핵심 관계자로부터 들은 사드 관련 언급들을 곱씹어보면 소문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유례없는 한중 갈등을 초래할 중차대한 결정을 국방부가 독자적으로 한다는 것은 지난 정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국방장관 위에 '국방상왕(上王)' 김관진 안보실장이 있었고, 국방부도 김 실장과 같은 독일 육사 유학파(일명 독사파)들이 장악했었습니다. 한민구의 국방부가 아니라 김관진의 국방부였습니다. 사드는 물밑 논의 때부터 대선 전까지 온전히 안보실 소관이었습니다. 국방부는 겉으로 드러난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청와대가 사드 반입 진상 조사를 한다면 빈 사무실만 남겨둔 채 내뺀 김관진 전 안보실장과 안보실 핵심들을 겨냥해야 옳습니다.

군의 한 소식통은 "2014년 10월 SCM을 주목하라"고 주문했습니다. 2014년 SCM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사실상 무기한 환수 연기인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환수'를 합의했습니다. 사드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환수와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