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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엘시티 선물리스트'에 등장한 전직 고검장…조사조차 안 한 검찰

[단독] '엘시티 선물리스트'에 등장한 전직 고검장…조사조차 안 한 검찰
엘시티 이영복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전직 고검장의 이름이 적혀 있는 이 회장의 '선물리스트'를 확보하고도 해당 전직 고검장을 상대로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이 검찰 내부 고위 인사에 대해 '인맥 관리'를 해온 정황이 확인된 셈이고, 검찰은 검찰대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7월 21일, 검찰은 엘시티 시행사와 구속 기소된 이영복 회장이 실소유한 청안건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SBS 취재결과, 검찰은 당시 압수수색에서 부산시 공무원들과 고검장 출신 전직 검찰 고위 간부 A 씨 등의 이름이 적힌 장부를 확보했다. 장부엔 그들의 이름 옆에 특정 날짜가 적혀 있었다.

검찰은 엘시티 관계자들을 불러서 장부의 실체에 대해 조사했다. 엘시티 관계자들은 "장부에 등장하는 인사들은 명절 선물이나 골프 접대 같은 향응의 대상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영복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명절 때 흑삼과 사과 등을 전했다"고 말하는 등, 선물로 건넨 금품이 무엇이었는지도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A 전 고검장과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A 전 고검장이 리스트에 포함된 것은 맞고, 검찰에 재직하는 동안에 이 회장 측이 A 전 고검장에게 수차례에 걸쳐 수백만 원 어치의 선물을 전달했다는 이 회장 측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검찰은 A 전 고검장을 상대로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부산지검 관계자는 "리스트에 적힌 이름이 많아서 모두 다 조사할 수는 없었고, A 씨는 현금이 아닌 명절 선물을 받은 것이었기 때문에 수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에게 선물이 전달된 시점은 모두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이었고, 또 수사 당시 이미 퇴직한 상태였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할 것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엘시티 선물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당사자인 A 전 고검장은 SBS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이영복 회장을 과거 부산에서 일할 당시 만나서 통화한 적이 있고, 선물을 받았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횟수가 한두 차례를 넘지 않을 것이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부산지역 상공인들이 보낸 의례적인 명절 선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시티 비리 수사 일지

검찰은 엘시티 장부에 A 전 고검장의 이름이 적혀 있더라도 엘시티 관계자들에게서 받은 진술만으로 사실 관계 확인에 충분한 만큼 A 전 고검장을 조사할 필요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장부에 적힌 이름들이 '선물리스트'란 결론은 건넨 사람들의 진술을 통해서 얻어진 것으로, 이름이 적힌 당사자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 없이 서둘러 사실 관계를 단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이영복 회장의 선물 리스트에는 A 전 고검장 외에도 현재 부산지검 소속인 B 서기관(검찰 수사관)도 포함돼 있다. 이 회장 측에게서 수차례 선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B 서기관은 부산지검에 오랫동안 근무해 왔다.

부산지검은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회장에게서 반복적으로 선물과 골프 접대를 받은 사람들 가운데 '부산시와 해운대 구청 공무원, 그리고 부산도시공사 직원' 등 100여 명이 포함돼 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 중 반복적으로 선물이나 접대 등을 받은 28명은 '기관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들 28명 역시 모두 '선물리스트'에 등장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검찰은 선물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검찰 전·현직 인사가 등장한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선물 리스트'에 전·현직 검찰 관계자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질 경우, 이 회장의 법조계 로비 의혹과 맞물리면서 검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검찰이 이들의 존재를 밝히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A 전 고검장과 B 서기관 이외에도 이영복 회장의 '선물리스트'에 등장하는 전현직 검찰 관계자가 더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부산지검 관계자는 SBS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리스트에 등장하는 검사는 A 전 고검장 1명뿐이고, 검찰 내부 직원 중 현직인 사람도 B 서기관 1명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직인 B 서기관에 대해 "징계를 준 것은 아니지만, 인사 상의 불이익을 줬다"며, "수차례 선물이나 접대를 받아 '기관 통보' 조치를 한 부산시 공무원 등 28명도 인사 참고자료로 활용하라고 전달한 것으로, 징계를 요청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다른 기관에 소속된 사람을 징계할 수는 없기 때문에, 통상 검찰이 특정인에 대한 수사 결과를 '기관 통보'하는 것은 해당 기관에 징계를 요청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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