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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정부 일자리 정책'에 반기 든 한국경총

친절한 경제입니다. 새 정부 들어서고 가장 강하게 미는 게 일자리 정책, 특히 비정규직을 줄이자는 정책이죠. 대통령 첫 지시도 일자리 문제였고,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꾼다는 인천공항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기업단체가 이 서슬 퍼런 정권 초기에 용감하게, 여기에 강력하게 반대를 하고 나서서 화제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총이란 곳입니다. 주된 역할은 노사문제에서 근로자들에게 노조가 있다면, 그 반대로 기업하는 사람들이 돈 모아주고, 기업 입장을 대변하라고 만든 조직입니다.

전경련, 무역협회, 이런 데랑 같이 5대 경제단체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 김영배 부회장이 지난주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동시장이 경직돼서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말을 좀 어렵게 했는데, 쉽게 풀어서 말씀을 드리면, '사람을 뽑았다가 필요하면 줄이고 이렇게 편하게 좀 하고 싶은데 정규직으로 뽑으면 그게 안 되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쓰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일반 회사들한테 정규직으로 뽑으라 이렇게 얘기를 하면 회사들이 아예 채용을 줄여버릴 거다.' 이렇게 받아친 겁니다.

그랬더니 문재인 대통령이 바로, 대변인을 통해서 직접 반박을 했습니다.

'정부 정책을 심각하게 잘못 이해하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경총은 진지한 성찰과 반성부터 해야 한다.'

새 정부 들어서 누가 뭐라고 해도 대통령이 직접 대응은 잘 안 한 것 같은데, '경총이란 단체 부회장한테 이렇게 바로 반박을 내놨다.', 그냥 보면 이례적이죠.

그런데 경총이 그동안 일을 해 온 과정을 잘 보면, 예정된 경고라고 할까요?

다른 단체였다면 반응이 달랐겠지만, 경총이라서 강하게 대응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경총은 지난 정부 때 박근혜표 노동개혁에 최선봉에서 앞장섰던 조직이라서, 이전부터 안 좋았고 새 정부 들어서도 반대를 하고 있었거든요.

일단 시각이 정반대입니다. 지금 국민들이 소득이 적어서 문제라는 건 둘 다 동의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주로 못 버는 쪽 소득을 올려주자는 입장이죠. 그러니깐 비정규직은 되도록이면 정규직으로 바꿔주고, 최저임금도 만 원까지 올리고 이런 식으로 하면 사람들 지갑이 두툼해지면서 소비를 할 거고 그럼 경제가 살거다 이런 입장인데, 경총을 그렇게 하면 기업 부담이 너무 크다, 그래서 반대로 고소득자 것을 깎자는 입장입니다.

내놓은 아이디어가 봉급쟁이 중 돈 잘 버는 10%, 연봉 6천만 원이 넘는 사람들은 5년 간 월급을 올리지 말자, 야근 수당을 반으로 줄이고 휴가 못 가서 받는 연차 수당도 없애서 그 돈으로 하청업체 직원들 나눠주고, 신입사원들 뽑자는 얘기입니다.

밑을 올리자는 정부와 위를 깎자는 경총, 이건 완전히 생각이 반대죠. 생각만 다른게 아니라 부회장 위 회장이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이런 말도 했습니다. 

한 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정부가 재벌 개혁을 하자는 것은 새로운 관치다, 기업이 투자해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 외에 근로시간을 줄인다거나 해서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다 거짓말이다.'

이때는 인터뷰였지만, 이번엔 공개 행사에서 말한 것이라서 쌓이고 쌓였다가 몰아서 청와대 반응이 나왔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당장 일이 커지니까 경총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라고 한발을 뺐습니다만, 정부와의 갈등은 앞으로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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