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자신은 '보이스피싱'에 절대 당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던 30대 김 모 씨. 하지만 지난 3월에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은 뒤, 김 씨는 900만 원이라는 큰돈을 잃고 말았습니다. 고금리 대출로 허덕이고 있던 김 씨가 "금리가 낮은 상품으로 바꿔주겠다"라는 달콤한 유혹에 걸려들고 만 겁니다. 가계 부채로 고통받는 고금리 대출자가 많아진 요즘, 이들을 노리는 새로운 유형의 보이스피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법도 정교해서 피해액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오늘 SBS '리포트+'는 고금리 대출자의 지갑을 노리는 '新 보이스피싱'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 대출 고금리시대… 틈 파고든 보이스피싱
2017년 1분기 가계부채는 1,359조 원으로 1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가계부채가 계속 늘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풍선효과'가 심해지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1금융권 대출을 조였고, 그 결과 서민들의 대출 수요가 고금리의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이동하고 있는 현상을 말합니다. 시중은행 금리가 4~8%라면, 2금융권은 20% 내외이고 대부업체는 법정 최고 금리인 27.9% 수준의 이자를 받습니다. 사채업자는 심지어 대출금의 100%, 200% 수준의 이자를 받기도 합니다.
■ "마이너스 통장 열어드립니다"…"신용등급 높여 드릴게요"
대부분 처음에는 은행,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해 금리가 낮은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준다면서 접근합니다. "신용도가 낮아서 결국 실패했다", "감사 기간이라 쉽지 않다" 등 실제 몇 번 실패한 시늉까지 하고, "정말 미안하다" 사과까지 하면서 진짜 금융기관 직원 같은 행세를 합니다.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을 만드는 건 당연히 실패.
[김 모 씨 / 30대 주부 피해자]
"굉장히 절차가 정교했어요. '아닌가?'라고 의심을 할 만하면 과장, 본부장이라면서 교대로 전화를 해옵니다. 나도 모르게 많이 빠져들었다고 해야 하나…."
실제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받은 30대 주부 김 모 씨는 사기범들이 돈이 필요한 사람의 심리적인 상태를 잘 알고 정교하게 접근했다고 설명합니다.
■ "난 아니야" 하는 순간 당한다
물론 고금리 대출을 받고 바로 갚는다고 해서 신용등급이 오르는 건 절대 아닙니다. 신용 등급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편법으로는 오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기범들은 이를 알지 못하는 고금리 대출자들에게 이것이 대단한 편법인 것처럼 접근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특히 평소에 "나는 안 속아"라면서 주의사항을 눈여겨보지 않았던 분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점점 치밀해지는 보이스피싱의 유형을 알아둬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대출이 있는 사람, 고금리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이 신종 사기에 더 유의해야겠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저금리 대출을 위해 고금리 대출을 먼저 받으라고 권유하는 건 100% 보이스 피싱입니다"라며 유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의 권순표 수석조사역은 "사기범은 금융회사 직원이라고 속이지만, 금융회사는 어떤 경우라도 직원 명의 계좌로 대출금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