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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마이너스 통장 개설해드려요" 고금리 대출자 울리는 新 보이스피싱

[리포트+] "마이너스 통장 개설해드려요" 고금리 대출자 울리는 新 보이스피싱
"에이, 나는 절대 안 속아."

평소 자신은 '보이스피싱'에 절대 당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던 30대 김 모 씨. 하지만 지난 3월에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은 뒤, 김 씨는 900만 원이라는 큰돈을 잃고 말았습니다. 고금리 대출로 허덕이고 있던 김 씨가 "금리가 낮은 상품으로 바꿔주겠다"라는 달콤한 유혹에 걸려들고 만 겁니다. 가계 부채로 고통받는 고금리 대출자가 많아진 요즘, 이들을 노리는 새로운 유형의 보이스피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법도 정교해서 피해액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오늘 SBS '리포트+'는 고금리 대출자의 지갑을 노리는 '新 보이스피싱'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 대출 고금리시대… 틈 파고든 보이스피싱

2017년 1분기 가계부채는 1,359조 원으로 1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가계부채가 계속 늘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풍선효과'가 심해지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1금융권 대출을 조였고, 그 결과 서민들의 대출 수요가 고금리의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이동하고 있는 현상을 말합니다. 시중은행 금리가 4~8%라면, 2금융권은 20% 내외이고 대부업체는 법정 최고 금리인 27.9% 수준의 이자를 받습니다. 사채업자는 심지어 대출금의 100%, 200% 수준의 이자를 받기도 합니다.
가계대출 풍선효과
대출 관련 보이스피싱 피해액 69.8% 증가
이처럼 고금리 대출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자, 이들을 노리는 새로운 보이스피싱이 활개 치고 있습니다. 저금리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준다거나, 신용 등급을 올려준다고 하는 말에 혹하는 피해자들이 점점 많아지는 겁니다. 전체적인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2% 줄었지만, 유독 대출 관련 보이스피싱 피해액만 69.8% 늘어났습니다.

■ "마이너스 통장 열어드립니다"…"신용등급 높여 드릴게요"

대부분 처음에는 은행,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해 금리가 낮은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준다면서 접근합니다. "신용도가 낮아서 결국 실패했다", "감사 기간이라 쉽지 않다" 등 실제 몇 번 실패한 시늉까지 하고, "정말 미안하다" 사과까지 하면서 진짜 금융기관 직원 같은 행세를 합니다.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을 만드는 건 당연히 실패.
보이스피싱 하는 사기범의 수법
이후에는 '신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고금리 대출을 받은 뒤 갚으면 신용등급이 오를 수 있다는 겁니다. 단, 신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냥 갚는 게 아니라 일주일 정도 갖고 있다가 은행연합회나 다른 보증기관을 통해서 갚아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대납을 해준다고 하면서 자신의 계좌로 돈을 보내도록 하는데, 이때 이 ‘대포 통장’으로 돈을 보내면 보이스피싱에 걸려드는 겁니다.

[김 모 씨 / 30대 주부 피해자]
"굉장히 절차가 정교했어요. '아닌가?'라고 의심을 할 만하면 과장, 본부장이라면서 교대로 전화를 해옵니다. 나도 모르게 많이 빠져들었다고 해야 하나…."

실제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받은 30대 주부 김 모 씨는 사기범들이 돈이 필요한 사람의 심리적인 상태를 잘 알고 정교하게 접근했다고 설명합니다.

■ "난 아니야" 하는 순간 당한다

물론 고금리 대출을 받고 바로 갚는다고 해서 신용등급이 오르는 건 절대 아닙니다. 신용 등급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편법으로는 오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기범들은 이를 알지 못하는 고금리 대출자들에게 이것이 대단한 편법인 것처럼 접근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특히 평소에 "나는 안 속아"라면서 주의사항을 눈여겨보지 않았던 분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점점 치밀해지는 보이스피싱의 유형을 알아둬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대출이 있는 사람, 고금리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이 신종 사기에 더 유의해야겠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저금리 대출을 위해 고금리 대출을 먼저 받으라고 권유하는 건 100% 보이스 피싱입니다"라며 유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의 권순표 수석조사역은 "사기범은 금융회사 직원이라고 속이지만, 금융회사는 어떤 경우라도 직원 명의 계좌로 대출금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손승욱 기자 코멘트
"보이스피싱, 어쩌면 뻔해 보일만 한 거짓말이지만, 가계부채 1,300조 원 시대라면 마땅하게 주의해야 할 사기 범죄입니다."
(취재: 손승욱 / 기획·구성: 윤영현, 장현은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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