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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마취가스 담긴 '해피벌룬' 위험…언제든 '펑' 터진다

[리포트+] 마취가스 담긴 '해피벌룬' 위험…언제든 '펑' 터진다
'해피벌룬'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해피벌룬은 '안에 들어 있는 기체를 마시면 웃음이 나고 행복해지는 풍선'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1개에 2천 원에서 4천 원 정도로 판매되고 있는 해피벌룬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홍대 앞이나 강남 술집을 중심으로 최근 급속히 퍼지고 있습니다.

해피벌룬을 실제로 체험해 봤다고 밝힌 사람은 이런 후기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래픽
"술을 안 마셨는데도 술에 취한 기분이었어요. 몽롱하고 이유 없이 웃음이 나오던데…"
소셜네트워크(SNS)에서도 해피벌룬의 인기는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해피벌룬'을 검색해보면 나오는 게시물은 3천 3백여 개에 달합니다. "몽롱하다" "마약 같다"는 후기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합법적 마약'이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온라인에서까지 판매가 활발할 정도입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해피벌룬 안에 담긴 기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또 유사 마약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진 해피벌룬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 들이마시면 기분 좋아지는 기체의 정체는?

해피벌룬에는 병원 마취제, 휘핑크림 제조 과정 등에서 쓰이는 '아산화질소'가 들어 있습니다. 아산화질소는 정신과와 치과 등에서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기체입니다.
아산화질소의 정체는?
미국 워싱턴대학 피터 나젤 교수는 지난 2014년 아산화질소가 중증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국소마취나 보조 마취제로 사용되던 아산화질소는 영국이나 라오스 등지에서 파티용 환각제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아산화질소를 흡입하면 술에 취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속 시간은 10~20초 정도로 길지 않은 편입니다. 해피벌룬은 휘핑크림을 만드는 휘핑기에 아산화질소를 저장했다가 풍선에 주입해 흡입하는 방식으로 만듭니다.

■ 마취가스 들었다는 '해피벌룬' 안전한 걸까?

보조 마취용으로 쓰이는 아산화질소가 인체에 미치는 위험은 없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아산화질소를 오·남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제공하는 독성정보제공시스템에도 아산화질소는 '중추신경을 억제하고 산소 치환에 의해 질식을 유발할 수 있는 가스'로 '마취 효과와 중추 자극 때문에 약물 오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전문의들은 아산화질소가 병원에서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만 다룰 정도로 사용이 엄격히 제한된다고 말합니다.
[박지형 /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제일 먼저 생길 수 있는 문제가 저산소증이거든요. 심한 경우에는 질식사할 수도 있고요. 그 외에 의식 소실과 그로 인한 2차 신체 손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아산화질소를 술과 같은 알코올과 병용하면 위험성이 커진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위험성이 알려졌는데도 국내에서는 아산화질소 오·남용에 관련된 규제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 영국 18살 소년 과다흡입 사망…우리는 왜 합법?

영국에서는 2006년부터 2012년 사이 아산화질소 관련 사망자가 17명에 달했습니다. 2015년에는 영국의 18살 소년이 파티 중 아산화질소를 과다 흡입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사망 사고가 계속되자 영국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의료용이나 식품첨가물 등 허가된 용도 외의 아산화질소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아산화질소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아산화질소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산화질소는 현행법상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지 않습니다.
아산화질소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
식약처가 2011년부터 새로 발견되는 환각용 물질 등을 임시 마약류로 지정하고 있지만, 아산화질소는 '중독성이 없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마약류로 분류되지 않았습니다. 프로포폴과 졸피뎀 등 중독성이 강해 마약류 관리법에 따라 관리되는 향정신성의약품과 달리,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는 겁니다.

■ 언제든 '펑' 터질 수 있는 해피벌룬..단속은 사각지대

최근 아산화질소의 위험성과 오·남용 문제가 제기되면서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이 오·남용 단속에 나서려면 아산화질소가 담당 부처에 의해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아산화질소를 관리할 소관 부처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산화질소가 관리나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만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정윤식,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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