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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믿고 계약했는데…공원 화장실서 물 긷는 청년들

<앵커>

비좁은 고시원 방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입니다. 이 청년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거액의 전세 보증금을 날리고 거리에 나앉게 생겼습니다. 사기 범죄에 당한 겁니다. 안 그래도 취업난으로 어렵게 사는 젊은이들을 울리는 사기가 요즘 판치고 있는데,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가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박찬근 기자의 기동 취재입니다.

<기자>

2~30대 젊은이들이 세면도구를 들고 이른 아침 고시원을 나서고 있습니다. 단체로 공원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며 출근 준비를 하는 겁니다.

방에서 쓸 물도 길어옵니다. 전세로 살고있는 고시원 수돗물이 이달 들어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A씨/전세 사기 피해자 : 물을 아예 쓸 수가 없으니까 공원에 있는 여기 화장실로 와서 여기서 씻기도 하고 볼일도 보고.]

사정이 이렇게 된데는 가짜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했기 때문입니다. 집주인 행세를 하던 47살 조 모씨는 고시원 방 25곳을 월세로 빌린 뒤 지난해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를 통해 다시 전세를 놓았습니다.

[B 씨/전세 사기 피해자 : 자기가 여기 가지고 있는 건물주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계속 반복적으로 했거든요. 그걸 반복적으로 얘기를 하고 안심시키더라고요.]

조 씨는 진짜 건물주에게는 1년 넘게 월세를 내지 않았고, 최근엔 전세금 8억여 원을 챙긴 채 연락도 끊어버렸습니다. 참다못한 건물주가 세입자들에게 방을 비우라고 나선 겁니다.

입구에는 이렇게 가스 공급이 중단된다는 안내문이 적혀있고, 집안 곳곳에 집을 비워달라는 요청서도 붙어 있습니다.

[C 씨/전세 사기 피해자 : 부동산 중개 수수로 같은 걸 아끼려다 보니까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게 됐어요. 그래서 이런 법적인 부분을 잘 모르고….]

인터넷 부동산 직거래 회사 측도 계약에 따른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학생이나 사회초년생들인 피해자 25명 중 17명은 3, 4천만 원의 전세금을 떼인 채 고시원을 떠나야했습니다.

(영상취재: 최준식·주용진·김남성·최대웅, 영상편집 : 이홍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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