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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석3조 전기 농사꾼"…태양광 전기의 경제학

"정부예산 쓰지 않고 빈곤층 지원할 수 있다."

[취재파일] "1석3조 전기 농사꾼"…태양광 전기의 경제학
● 학교 태양광 1호 충북여고 "돈 벌고 시원해졌어요."
 

"지구로 오는 태양광의 1%만 전기로 바꾸어도 지구에서 쓰는 모든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에너지거든요."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이 5천억 원을 출자해 만든 '햇빛새싹발전소' 김수봉 본부장은 충북여고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소의 발전 현황판을 보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한다.

학교태양광사업 1호 사업자로 선정된 충북여고 옥상에는 지난 4월 25일 85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가 설치됐다.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된 후 지난 10일 취재진이 김 본부장을 만날 날까지 16일 동안 생산된 전기는 8.83메가와트아워(MWh), 발전한 태양광 전기는 1.5배의 보조금을 더 해 킬로와트아워(kWh)당 220원 정도 받으니 벌써 194만 원 정도를 번 셈이다.

햇빛새싹발전소 측은 충북여고가 옥상을 발전소 부지로 제공하는 대가로 연간 400만 원의 임대료를 지급한다. 예상보다 많은 수익이 발생하면 학교 측에 추가로 임대료를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학교 측은 임대료로 받은 4백만 원을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제공하고 신재생 에너지 교육사업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옥상에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데 따른 건물의 안전문제와 전자파 발생 가능성 등 각종 우려를 떨치고 1호 학교 태양광 발전소 사업을 추진한 충북여고 장영운 행정실장은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함으로써 임대소득을 올리는 것은 물론 시원한 휴식공간과 신재생 에너지 교육공간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한다.

햇빛새싹발전소는 2020년까지 전국 2천500개 학교 옥상에 모두 25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학교를 명실공해 청정에너지 발전 현장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 영월태양광 발전소 "전기 팔고 산마늘 키워요."
영월태양광 발전소 전경
강원도 영월군 남면 연당리 두메산골에는 국내 최대의 태양광 발전소가 있다. 바위산을 깎아 만든 30만 평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에는 300W 용량의 태양광 패널 13만 장이 설치돼 시간당 39M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4만 명의 영월군 주민들이 모두 쓸 수 있는 규모다.

하루 평균 태양광 발전시간은 4시간 남짓, 하루에 생산하는 전기는 160만 MWh에 달한다. 1천400억 원을 들여 지난 2013년 준공한 뒤 전기를 팔아 2014년 190억 원, 2015년 180억 원, 2016년 160억 원 등 3년 동안 53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월군이 제공한 땅에 관리인은 단 2명, 연료비가 들지 않는 태양광 전기생산인 만큼 매출액은 금융 비용을 제외하고 대부분 이익으로 남는다. 지난 4년간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몽골 울란바토르 공항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대행해주기로 계약까지 했다.
영월 태양광발전소 마을 산마늘 재배 현장
영월태양광발전소는 태양광 패널을 7m 높이의 H빔 위에 설치해 태양광 패널 아래 지면을 ‘명이나물‘로 알려진 산마늘 재배 단지로 만들었다. 초기 투자비 1천400억 원 가운데 450억 원 정도를 농장 건설에 투자해 지역 영농조합에 임대함으로써 지역주민들에게 일자리와 소득창출의 기회를 제공했다. 산마늘 밭고랑 사이에 승마 코스 등을 만들어 세계 최초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겸비한 복합영농단지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 경기도 양주 최애자씨 "이젠 에어컨 맘대로 쓰겠어요."  
최애자 씨 옥상 태양광 설치 장면
경기도 양주시에 사는 최애자 씨(78세)는 지난겨울 한 달에 30만 원가량을 전기료로 낸 뒤 태양광 설치를 결정했다. 심야전기 값이 부쩍 올라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5백만 원 정도를 들여 옥상에 설치한 것은 300W 규모 태양광 패널 10개로 구성한 3킬로와트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다. 하루 3~4시간 씩 발전해 10kWh씩의 전기를 생산하면 한 달에 300~400kWh의 전기를 생산하게 되고, 심야전기를 제외하고 한 달에 6만 원 정도 내던 전기요금은 1만 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 씨와 같은 자가소비형 발전 가구는 자기가 쓴 전기와 발전한 전기를 상계해 전기요금을 정산한다. 태양광 전기 상계거래 가구는 매년 50% 가까이 늘면서 시행 5년째인 지난해 말 20만4천 가구로 늘었다.

● "태양광 전기로 빈곤층에 매달 17만 원씩 줄 수 있어요"
태양광 발전 가구와 사업자 규모

최 씨와 같은 자가소비형 태양광 발전소와는 달리 영월 태양광 발전소나 충북여고 같은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한전에서 매입하는 계통전력 요금에 REC(재생에너지인증서) 형태로 0.7에서 최대 5배까지 추가 보조금을 받는다.

기존 건물 위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태양광 발전을 하는 경우 1.5배까지 REC를 추가 부여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계할 경우 계통전력(SMP) 요금 외에 5배의 REC를 부여한다.

지난 2016년 계통전력 매입단가는 kWh당 70.06원, REC는 kWh 당 99.89원이었다. 발전사업자들은 ESS를 활용할 경우 계통전력 가격(70.06원) 외에 REC 가격(99.89)의 최고 5배, 499.45원을 더해 kWh당 569.51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ESS를 제조하는 중소업체 성훈하이테크의 최광식 대표는 "발전사업자에 적용하는 ESS 연계 보조금 지급제도를 자가 소비형 가구에도 적용하면 한 달에 17만 원 정도를 빈곤층에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가 소비형 가구가 대부분 3kW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장착해 하루에 10kWh, 한 달에 300kWh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 값으로 정부 예산을 쓰지 않고도 17만 원을 지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300kWh*569.51=170,853원)

20만 가구에서 가구당 하루 10kWh씩만 전기를 생산해 저장해도 200만kWh, 원자력 발전소 2기에서 2시간 동안 생산하는 2GWh 규모의 전기를 저장했다가 쓸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한전에서는 현재 ESS 장비의 가격이 너무 비싸 당장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최광식 대표는 12킬로와트 용량의 ESS 장치 가격을 1천5백만 원까지 낮출 수 있다며, 현재 적립돼 있는 전력기반기금 4조 원 가운데 3조 원만 투입하면, 자가소비형 태양광발전 가구 20만 가구에 ESS를 설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태양광 설비의 수명이 25년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25년 동안 가구당 매년 205만 원씩 모두 5천1백만 원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연료비가 들지 않는 태양광 전기의 치명적인 단점은 해가 지는 밤이나 구름이 낀 날에는 발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기는 발생하자마자 빛의 속도로 소비하거나 사라지는 에너지이기도 하다. 이 치명적인 단점을 극복하고 발생된 전기를 저장했다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분산형 전기에너지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 저장장치 ESS에 대한 투자는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이상훈 대표도 "현재 대규모 대양광 발전 사업자에게 REC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RPS(Reus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 :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제도)를 누구나 태양광 발전시설만 설치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발전차액보상제도(FIT 'FEED IN TARIFF')로 전환해서 소외계층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화석연료 시대는 10년 안에 끝난다"
국내 태양광 발전설비 추이
저성장이 고착화된 시대에 신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에너지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20~30% 가량 성장하는 초고속 성장산업이다. 지난 2016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규모는 4.5기가와트(GW)로 원자력 발전소 4기의 발전용량보다 많다. 지난 5년간 6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현재 태양광 전기 발전단가는 석탄이나 석유, 원자력 발전 단가보다 비싸지만 태양광 셀 가격이 낮아지고 효율은 높아지면서 2020년에는 기존 전통에너지를 활용한 화력 발전단가와 같아지는 그리드 패러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에너지원별 발전 단가 추세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규모는 4.7%, 이 가운데 우드팰릿이나 폐기물 등을 활용한 발전을 제외한 국제기준의 순수 재생에너지 비중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 OECD 국가 가운데 꼴찌다.

다국적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했다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제품을 구매해주는 친환경 에너지 인증제도를 앞 다퉈 도입하는 등 신재생에너지는 공식적인 무역장벽이 되고 있다.     
    
에너지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안에 태양광이나 풍력 등 연료비가 들지 않고 무궁무진한 신재생 에너지 단가는 석탄이나 석유 등 더러운 에너지 단가보다 낮아져 화석연료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석기시대가 돌이 없어서 끝난 것이 아니라 경제성이 없어서 끝났듯이 화석연료 시대도 경제성에서 밀려나 곧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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