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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형 팔아 사기' 檢 최고위 수뇌부 남동생 잠적?…그리고 석연찮은 檢 수사

김관진 기자 spirit@sbs.co.kr

작성 2017.05.19 10:47 수정 2017.05.19 15:47 조회 재생수9,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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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단독] 형 팔아 사기 檢 최고위 수뇌부 남동생 잠적?…그리고 석연찮은 檢 수사
"피고인 또 출석 안 했어요?"

지난 12일 오전, 서울 동부지법 제 303호 법정. 사건을 심리를 맡은 형사5단독 김주옥 판사가 피고인의 이름을 두어 차례 불렀지만 대답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공판 검사석 맞은편 자리에는 피고인은 물론 변호인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피고인은 48살 이 모 씨로, 이 씨의 형은 현직 검찰 최고 수뇌부의 한 사람이자 수도권 소재 검찰청의 지검장이다. 검찰 조직 안에서 최고위층으로 꼽히는 인사의 동생이 특별한 사유 없이 형사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것이다. 혐의는 사기와 횡령.

김 판사는 공판기일을 다음 달 9일로 한 차례 더 연기하면서도, 이 씨가 재차 재판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지명 수배하겠다고 경고했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별다른 사유 없이 재판에 2차례 이상 불출석하면 형사소송법에 따라 구속영장을 발부하게 돼 있다. 이 씨는 지금까지 재판에 총 3차례 무단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이 씨가 법원에 알린 주소지 역시 명확하지 않고, 변호인도 따로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지난 2014년 자신의 형이 수장으로 있던 수도권 소재 또다른 검찰청에서 수사를 받는 피의자에게 '형을 통해 수사 편의를 봐 주겠다'는 식의 얘기를 하며 접근해 사기를 쳤다가 기소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바 있다. (▶기사 바로가기: [단독] '검찰 수뇌부' 형 팔아 사기…공소장에 형 얘긴 없어)

이 씨는 당시 해당 검찰청에서 세금 60억원을 탈루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던 유명 치과병원 체인의 대표원장 김 모 씨에게 접근했다. 이 씨는 구속될까 봐 걱정하는 김 씨에게 "지검장인 형이 우리 두 사람의 사업관계를 알고 있다"며 "형이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안심시켰다. 이 씨는 구속 전 상태의 김 씨에게 "형이 모 기자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어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며 5000만 원을 요구, 2000만원을 가져가기도 했다. 김 씨는 "이 씨가 자기 형이 잘못되면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얘기했다"며 "돕지 않으면 오히려 피해를 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씨는 2달 뒤 구속됐고 4달 만에 보석으로 석방된 뒤 이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기사 바로가기: [취재파일] "검찰 수뇌부의 동생, 그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 검찰의 '찝찝한' 수사 중단…뒤이어 이 지검장 '깜짝' 인사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이 씨가 지검장인 형을 내세워 사기 행각을 벌인 점을 인정했다. 이에 경찰은 2015년 8월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이 씨의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은 지 3달 만인 같은 해 11월 시한부 기소 중지 결정을 내렸다. 한시적인 수사 중단을 의미했다. 증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피해자와 피의자의 주장이 엇갈려, 명확한 혐의 입증을 위해선 피의자에게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 같은 검찰의 결정이 이례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기 사건을 두고 검찰이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의뢰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라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거짓말 탐지기 검사는 법원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에선 잘 쓰지 않는 수사 기법"이라며 "형사 사건의 경우엔 더러 있어도 사기 사건에 대해선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생 이 씨는 앞서 2012년 사기 혐의로 징역 1년 2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지난해에도 사기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지금도 집행유예 기간 중이다.   

형인 이 지검장은 2015년 12월 지방의 한 검찰청에서 수도권 소재 검찰청 수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남동생 이 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중단된 바로 다음 달이다. 당시 이 지검장의 인사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깜짝' 승진이란 평이 많았다. 정치권에선 이와 관련해 이 지검장이 국정농단의 주인공인 최순실 씨가 임명한 사람이란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 지검장이 임명 후 수사 관련 정보를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 제공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지검장이 검찰조직을 장악한 '우병우 사단'의 일원이라는 주장이었다.
검사장 형 팔아 사기 친 동생 공소장● 형 팔아 사기 쳤는데…공소장엔 지검장 형 이름 석자 없어

담당 수사 검사가 한 차례 바뀐 뒤 검찰은 지난해 12월에야 이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공소장에서 형 이 지검장과 관련된 내용은 모두 빠졌다. 검찰은 이 씨의 공소장에 피해자 김 씨와 관련해 '이 씨가 급히 쓸 곳이 있으니 2천만 원 빌려주면 변제하겠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해 돈을 빌렸지만 갚을 능력이 없었다'는 취지의 내용만을 남겼다.  

검찰은 이 씨가 형을 내세워 범죄를 저지른 증거가 불충분했고, 이 씨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했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은 SBS에 남동생과는 오래전 인연을 끊었고 관련 사실도 전혀 몰랐다고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