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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1년…화장실은 여전히 '남녀공용'

<앵커>

서울 강남역 근처 한 주점의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무참히 살해된 이른바 '강남역 살인 사건'이 내일(17일)로 발생 1년째를 맞습니다. 큰 충격과 함께 여성 혐오 논란이 일었고 남녀 공용화장실 문제에 대한 각종 치안대책이 잇따르기도 했죠. 범인은 징역 3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김관진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1년 전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화장실입니다. 사건 당시에는 남녀 공용이었지만 지금은 남녀를 분리해 놨습니다.

입구에는 CCTV가, 안에는 비상벨이 설치돼 구청으로부터 여성 안심 화장실 인증도 받았습니다.

근처 다른 화장실은 어떨까, 강남역 주변 번화가 골목을 돌아보니 화장실 20곳 가운데 6곳은 여전히 남녀 공용입니다.

사건 현장 맞은편 도로에 있는 남녀 공용화장실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외부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고 내부로 들어가 보시면 이 안에도 비상벨이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서울의 다른 번화가에서도 남녀 공용화장실은 쉽게 눈에 띕니다. 대부분 조명이 어둡고 시설은 낡았습니다.

[김 에스더/서울 마포구 : 화장실 가기 무섭죠. 무섭고 일단 혼자서 화장실을 가지 말아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고….]

하지만, 민간 건물의 경우 남녀 화장실을 분리해 설치하도록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입니다.

[이수연/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 (남녀 분리형 화장실은) 범죄 의도를 가진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원천적인 방어 기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해결되지 않은 남녀 공용화장실 문제, 여성들에게는 아직도 불안한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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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관진 기자, 강남역 살인 사건은 사건 자체도 참 충격적이었고 사회에 몰고 온 파장도 참 컸던 사건인 것 같아요.

<기자>

네, 당시 피해 여성은 23살이었는데요, 일면식도 없는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무참히 살해됐습니다.

여성에게 자꾸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범죄 동기였는데 수사기관은 범인을 조현병 환자로 판단했지만, 여성단체들은 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했습니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나도 언젠간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하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각종 여성 안전대책을 앞다퉈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여성 안전대책도 마련돼야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의식의 변화 아닐까요?

<기자>

네, '김 여사', '김치녀', '된장녀' 같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담은 말들이 SNS에서 여전히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강남역 사건도 결국 범인에게는 여자가 감히 나를 무시했다는 감정이 깔려 있었는데, 이런 성차별적인 인식이 결국 살인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사회가 여성 혐오 범죄의 존재를 인정하고, 성차별을 없애는 쪽으로 나아갈 때 제2, 제3의 강남역 사건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최대웅, 영상편집 : 박춘배,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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