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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미사일과 3축 체계 그리고 전작권

[취재파일] 北 미사일과 3축 체계 그리고 전작권
북한이 또 미사일을 쏴 700km를 날려 보냈습니다. 미사일의 종류와 북한의 의도를 두고 분석이 분분한 가운데 새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3축 체계의 강화를 주문했습니다. 3축 체계는 킬 체인(Kill-Chain)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그리고  대량응징보복(KMPR) 등 이른바 3K라고 부르는 대북 공격 및 방어 작전입니다.

킬 체인은 정찰위성과 고고도 무인정찰기 등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를 밀착 감시하다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면 선제 타격하는 작전입니다. KAMD는 북한이 킬 체인을 피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요격하는 체계입니다. KMPR은 도발한 북한의 최고 지도부를 대규모로 응징 및 보복하는, 참수 작전과 같은 개념입니다. 군은 2020년대 중반으로 잡혔던 3축 체계의 구축 완료 시점을 2020년대 초반으로 당기기로 했습니다.
국산 탄도 미사일 현무-2
북한의 핵 미사일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으니 예산을 집중 투자해 3축 체계를 조기 구축한다는 것이 군의 계획으로 환영할 만합니다. 그런데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전시 작전 통제권(전작권)입니다.

3축 체계 가운데 킬 체인과 KMPR은 미국으로부터 전작권을 환수하지 않고는 제대로 가동할 수 없습니다. 킬 체인과 KMPR은 사실상 전면적인 대북 공격이어서 전작권 없는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펼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킬 체인과 KMPR의 구축은 전작권 환수를 위한 핵심 조건입니다. 전작권 환수 없이 3축 체계 없고, 3축 체계 없이 전작권 환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3축 체계 구축은 그래서 중대한 과업인데 제대로 구축될지, 구축된다고 해서 전작권을 환수할 수는 있는지 의문입니다.

● 애매한 전작권 환수의 조건들  

전작권은 2006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2012년 4월 17일 환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후 정권이 2번 바뀌면서 환수 시기는 연기되기를 반복했습니다. 전작권 환수 연기의 가장 최근 버전은 2014년 10월 한미 양국 군이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환수'입니다. 킬 체인과 KAMD를 구축하고 북한 장사정포 전력에 대응할 국산 다연장로켓 천무 등 대화력전 능력을 완비한 뒤 주변국의 정세를 따져 전작권을 가져오기로 한 것입니다.

전작권 환수를 위한 조건들이 불분명합니다. 킬 체인과 KAMD, 대화력전 체계를 2020년대 초반 완벽하게 구축한다고 해도 전작권을 환수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주변국 정세가 불안하면 전작권 환수는 늦춰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주변 정세가 불안한지 안정적인지의 판단은 대단히 모호하고 주관적입니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환수 합의는 이렇듯 조건도 애매하고 기한도 명시되지 않아 "전작권 환수를 무기한 연기한 조치"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전작권이 없으면 킬 체인과 KMPR은 고철이나 다름없습니다. 한반도의 전작권을 갖고 있는 미국 허락을 받고 킬 체인과 KMPR을 가동할 수도 있겠지만 실전의 촌각을 다투는 시간 싸움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입니다. 킬 체인과 KMPR 급의 전면적인 대북 공격은 미군이 전작권을 행사하는 현 상황에서는 한미 합동 군사위원회의 협의에 의한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협의하고 합의하다가는 공격의 적기를 놓쳐 작전은 보나 마나 실패합니다. 상황 파악과 분석, 결심이 순식간에 벌어져야 하는 킬 체인은 더욱 그렇습니다.

3축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은 독자적인 대북 공격 및 방어 능력을 갖추겠다는 뜻이고, 달리 말하면 전작권을 미국으로부터 돌려받겠다는 의지입니다. 전작권 없이 3축 체계를 운영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애당초 3축 체계는 구축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진정으로 전작권을 환수하고 3축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라면 전작권 환수의 조건들을 확실하게 재정립해야 할 것입니다.

● 3축 체계, 제대로 구축되고 있나
독일제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3축 체계 가운데 킬 체인과 KMDA 구축 사업은 제법 진척됐습니다. 먼저 킬 체인을 보면 킬 체인의 눈 역할을 하는 것이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와 정찰위성입니다. 글로벌 호크는 내년부터 2년에 걸쳐 4대가 도입됩니다. 정찰위성은 5기가 2020년대 도입됩니다. 그동안 북한의 도발을 두고 볼 수 없어서 군은 정찰위성 몇 기를 해외에서 임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찰위성과 글로벌 호크를 필두로 각종 감시 자산들이 북한을 살피다 수상한 움직임이 보이면 타격할 펀치는 사거리 500km와 800km의 국산 현무 탄도미사일, 사거리 1,500km의 국산 현무 순항미사일, 독일제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차기 공군 주력이 될 F-35 등이 맡습니다.

KAMD는 북한 미사일을 하강하는 종말 단계에서 중층 방어하는 개념입니다. 상층은 현재 개발 중인 국산 장거리 요격체계 L-SAM이, 그 아래에서는 개발이 끝난 국산 중거리 요격체계 M-SAM과 패트리엇-2, 3가 막습니다. 북한 미사일을 최고 고도 중간 단계에서 요격하는 SM-3 미사일 도입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킬 체인이나 KAMD 모두 하드웨어는 그럭저럭 준비가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소프트웨어입니다. 군에 킬 체인과 KAMD 구축을 위한 자문을 자주 하는 한 군사 전문가는 "군이 킬 체인과 KAMD의 운용 개념을 전혀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혀를 찼습니다. 한미 연합작전에 정통한 예비역 고급 장교는 "무기를 사들이는 데는 적극적인데 무기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효과적으로 공격하고 방어하는 소프트웨어의 설계에는 한참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새 정부가 가장 먼저 짚어봐야 할 안보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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