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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햄스트링 부상 이승엽, 베테랑의 숙명에 직면하다

유병민 기자 yuballs@sbs.co.kr

작성 2017.05.10 15:03 조회 재생수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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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햄스트링 부상 이승엽, 베테랑의 숙명에 직면하다
'국민 타자' 이승엽은 지난 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과 홈 경기에서 5회 우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날렸습니다. 상대 수비의 움직임을 확인한 그는 전력으로 달린 끝에 3루에 안착했습니다. 시즌 두 번째 3루타에 성공한 이승엽은 통산 3,879루타를 기록, 은퇴한 양준혁이 보유한 KBO리그 통산 최다 루타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안타 1개를 추가하면 통산 최다 루타 신기록 달성이 가능한 상황. 그러나 이승엽의 신기록 소식은 닷새가 지나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평소 허벅지 상태가 좋지 않았던 그는 4일 경기를 앞두고 오른쪽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했고, 지난 주말 NC와 3연전에 결장했습니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지난 4일 "예전부터 (허벅지 상태가) 조금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오늘(4일) 불편하다고 해 선발에서 뺐다. 원래 아프다는 말을 웬만하면 안 하는 선수다. 당분간은 선발에서 제외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햄스트링 부상은 야구선수의 단골 부상입니다. 야구는 점프, 스타트, 스윙 등 순간적으로 근육의 힘을 폭발시켜야 하는 운동입니다. 한경진 선수촌 병원 원장은 "프로야구 초기부터 있었던 부상이다. 그때는 단순히 근육통이라고 했다. 스포츠 의학이 발달하며 햄스트링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베테랑에게 다리 부상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습니다. 한 번 부상을 당하면 고질이 되기 쉽습니다.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베테랑들을 살펴보면 모두 다리 부상에 발목을 잡혔습니다. 지난달 30일 은퇴식을 치른 홍성흔(전 두산)은 2015년 햄스트링과 종아리 통증이 잇따라 발생했고, 지난해 3월 시범경기 중 1루로 뛰다 왼쪽 햄스트링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부상에서 회복한 그는 4월 30일 1군 복귀전을 치렀지만, 보름이 채 지나지 않아 종아리 부상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5월 13일 고척 넥센전에서 홈을 향해 뛰다 종아리 부위에 통증을 느끼고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적토마' 이병규(전 LG)는 2014년부터 다리에 이상 징조가 나타냈습니다. 그해 4월 26일 잠실 KIA전에서 왼쪽 종아리 근육통으로 교체됐습니다. 2015년 5월에는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습니다. 재활에 매달렸지만, 끝내 1군 복귀에 실패했습니다. 다리 부상은 지난해까지 이어졌습니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이병규는 지난해 6월 말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을 당했습니다. 팀의 세대교체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그의 자리는 없었습니다.
이승엽 선수 한일통산 600호 홈런기념 사진야구 국가대표팀의 김병곤 트레이닝코치는 "차가 오래 되면 엔진이 닳는다. 마찬가지로 선수의 근육도 시즌을 치르면서 마모 된다"며 "근육은 외부 충격에 의한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마모된 근육은 스트레스 해소 능력이 현격히 떨어진다. 그 상태에서 외부 충격을 받으면 부상이 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몸의 밸런스가 깨질 경우에도 근육 손상이 올 수 있다. 뼈를 잡고 있는 근육의 긴장도가 떨어져도 부상을 입게 된다. 베테랑에게 다리 근육 부상은 직업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람의 몸은 20대 중반까지 세포 생성 속도가 소멸 속도보다 빠릅니다. 20대 선수는 근육을 다쳐도 세포 생성이 활발해 빠른 회복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20대 후반부터는 세포 소멸 속도가 더 빠릅니다. 김 코치는 "세포 생성은 근육 회복에 영향을 끼친다. 생성이 적고, 소멸이 많은 베테랑은 부상 회복이 더디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부상과 마찬가지로 햄스트링 부상도 근육이 피로할 수록 발생률이 크게 높아집니다. 회복 속도가 더딘 베테랑들이 다리 부상에 발목을 잡히는 이유입니다.

'다리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속설은 옛말입니다. 은퇴를 늦추려면 변화가 필요합니다. 약해진 근육을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 타격 스타일도 치고 달리는 유형에서 중장거리를 치는 것으로 바꾸는 게 낫습니다. 외야수라면 1루수나 지명타자로 전환을 생각해야 합니다. 김병곤 코치는 "롱런하는 베테랑을 지켜보면 공통점이 있다. 공수에서 주루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홈런을 많이 때리고, 지명타자 또는 1루 수비를 맡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베이스 라인이 오르막길처럼 느껴지면 야구를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올 시즌을 마치고 그라운드를 떠나는 이승엽의 은퇴 이유도 이와 같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한수 감독의 말대로 이승엽은 자신의 몸 상태를 밝히는 걸 꺼려합니다. 핑계 삼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닷새 휴식을 취한 이승엽은 9일 경기에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지만,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면서 하루 휴식을 더 가졌습니다. 햄스트링 통증은 어느 정도 진정됐다고 합니다. ‘국민 타자’ 이승엽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112경기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베테랑의 숙명에 직면한 이승엽이 부상을 털어내고,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베이스 라인을 힘차게 뛰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