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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드 예찬'이 자초한 화(禍)…비용 청구서에 담길 것은?

[취재파일] '사드 예찬'이 자초한 화(禍)…비용 청구서에 담길 것은?
'인류 최고의 요격 체계' '1개 포대로 남한 3분의 2를 북한 미사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밀집 방어망' '한반도 안보에 반드시 필요한 무기' '고각발사 북극성, 무수단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

대통령부터 시작해 총리, 국방부 핵심들, 전 새누리당 의원들, 국방 관련 교수와 전문가들은 작년 초부터 줄곧 사드(THAAD)를 예찬했습니다. 북한이 무슨 짓만 하면 사드와 연결시켰습니다. 거짓말도 불사했습니다. 남한 3분의 2 방어론과 북극성ㆍ무수단 요격론이 대표적입니다.
 
사드가 없으면 당장 불바다가 될 듯한 분위기가 팽배한 나라에 미국은 사드를 가져왔습니다. 사드가 한반도 안보에 필수라고 극구 칭송하니 내로라하는 사업가가 대통령인, 셈 빠른 미국이 ‘사드 안보 비용’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근거도 없고 섣부른 사드 예찬이 부른 화(禍)입니다. 2014년 6월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인 스캐퍼로티 대장이 "남한에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사드는 본격적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미국이 먼저 스스로 배치한다고 했으니 잠자코 구경했으면 좋았을텐데 우리나라에서 "좋은 물건 빨리 놔달라"고 야단법석이었습니다.
 
"사드는 한반도 안보에 필수"라고 외쳤던 우리나라는 사드 비용을 분담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또 미국은 애초 우리나라에 공짜로 사드를 배치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사드 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윗선들도 이를 잘 압니다. 대통령이 쫓겨나는 예상치 못한 일로 상황이 바뀌면서 비용 청구의 방법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 외통수 부른 사드 예찬
 
정부 여당의 사드 예찬은 가관이었습니다. 당시의 대통령이야 자리에서 내려왔으니 차치하고 국방부부터 보면, 사드를 만능 요격 체계로 올려놨습니다. 사거리 3,000km의 중거리 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다고 했다가 북한이 무수단 시험발사에 한 번 성공하자 사거리 3,400km의 무수단도 사드로 잡을 수 있다고 슬쩍 말을 바꿨습니다. 어디서 솟아오를 지 모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도 사드는 요격한다고 우겼습니다.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사드는 인류 최고의 요격 무기"라고도 했습니다.
 
전 새누리당 의원들은 "사드가 안보에 큰 도움이 된다"며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서두르라"고 국방장관에게 여러 차례 재촉했습니다. 어떤 유력 의원은 주한미군이 사드를 배치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사드를 사들이자고 제안했습니다. 국산 장거리 요격 체계 L-SAM 개발을 포기하자는 말이기도 합니다.
 
군사 전문가들, 대학의 국방 관련 교수들도 TV에 출연해서 또는 기고문을 통해 성긴 논리들로 사드를 미화했습니다. 사드를 냉정히 비판적으로 살펴보자는 주장들에는 종북의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2015년까지 국방부의 사드에 대한 입장은 "L-SAM을 개발하고 있으니 사드를 들일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였습니다. 세상일 어찌 될지 모르니 '현재로서는'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사드에 대해 비교적 중립을 지켰습니다. 당시 여당 의원들로부터 "국방부의 자세가 모호하다"는 질타 세례를 받았지만 국방부는 버텼습니다. 그렇게 계속 버텼으면 좋았을 것을, 이제는 외통수입니다. 그들의 사드 예찬의 결과, 우리나라는 곧 기묘한 사드 청구서를 받게 됐습니다.
 
● 사드 청구서 윤곽, 이미 나와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사드
미국의 원래 계획은 지금과 달랐습니다.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은 미국 돈으로 주한미군에 사드 1개 포대를 배치하고, 향후 2개 포대를 우리나라에 판매하기를 바랐습니다. 정부 여당이 굳건히 정국을 이끌다가 순탄하게 정권 이양을 한다면 가능할 일입니다.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대통령은 감옥 갔고 정권 교체가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사드에 비판적이었던 측의 당선 확률이 압도적입니다. 미국 판단으로는 사드의 한국 수출은 이미 물 건너갔습니다. 마케팅용으로 들여놓은 성주 사드에서라도 돈을 건져야 하게 생겼습니다.
 
미국은 사드 배치 재협상을 하더라도 성주에 배치한 사드의 장비 비용은 요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드는 우리나라가 사고 미국은 소유권만 갖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성주 사드의 유지 보수(MRO · Maintenance Repair Overhaul) 비용의 분담을 요구할 것이 뻔합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에 얹어서 청구할지, 별도 청구서를 내밀지, 액수는 얼마나 될지는 향후 벌어질 사드 배치 재협상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과다한 돈을 내주면 국산 동종 무기 개발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도 있습니다.
 
'사드의 총지휘자' 김관진 안보실장의 입장이 궁금합니다. 군 핵심 소식통은 "사드가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자제하라고 여러 요로에 전달했지만 허사였다"며 "박근혜 정권이 흔들릴 때부터라도 사드를 객관적으로 평가했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미연합훈련 또는 북한의 도발 때 미군의 전략 무기들이 우리나라로 전개되곤 합니다. 하는 일 별로 없이 슬쩍 구경만 시켜줬는데도 "한반도 안보에 큰 도움이 됐다"며 머리 조아리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둔 미국의 손쉬운 차기 안보 비용 청구 후보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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