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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드러나는 北 신형 ICBM의 실체…38노스 “패러다임 전환”

[취재파일] 드러나는 北 신형 ICBM의 실체…38노스 “패러다임 전환”
지난 15일 북한의 열병식에 새로운 미사일들이 쏟아져 나와 여러 나라들이 해석하는데 혼란을 겪었습니다. 미사일 중의 미사일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괴이한 형상의 2종류에, 기존 KN-08도 나왔으니 ICBM만 3종류나 열병식에 등장했습니다. 단거리는 쏙 빼고 중장거리 중에서도 고체연료 추진 방식 미사일들이 주종이었습니다. 여기에 이동식 발사차량(TEL)을 뒤죽박죽 돌려막기 식으로 섞어놓아 북한이 외부 세계에 어떤 수수께끼를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기존 ICBM용 8축16륜 TEL에 탑재된 신형 ICBM
TEL 돌려막기는 내막을 짐작하기가 좀 수월한 편입니다. ICBM급인 KN-08은 지금까지 8축 16륜, 즉 바퀴축 8개와 바퀴 16개짜리 TEL에 실렸었는데 15일 열병식에서는 무수단용으로 쓰였던 6축 12륜 TEL을 타고 나타났습니다. 대신 KN-08 차지였던 8축 16륜 TEL에는 새로운 고체연료 추진 방식의 ICBM이 올려져 열병했습니다. 또 다른 신형 ICBM은 북한이 러시아와 합작 생산한 7축 14륜의 ‘태백산’ 트레일러를 타고 나왔습니다. 선제 타격 압박을 하는 미국을 상대로 뭔가는 보여줘야 하겠는데 신형 ICBM은 덜 개발됐고 그러니 TEL도 따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한대로 신형 ICBM을 기존 ICBM의 TEL과 용도가 맞는지 의문인 트레일러에 올려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7축14륜 ‘태백산’ 트레일러에 탑재된 신형 ICBM
그렇다면 신형 ICBM 2종류와 고체연료 추진 방식 미사일 위주의 열병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마침 미국 존스홉킨스대 산하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38노스가 북한의 신형 ICBM에 대한 분석을 웹사이트에 올려놨습니다. 우리나라의 미사일 권위자가 쓴 글입니다.
 
● “北 탄도미사일 개발 패러다임의 전환”
 
38노스는 현지시간 25일 톱 기사로 ‘북한 탄도미사일 개발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항공대 장영근 교수가 북한의 신형 ICBM과 고체연료 추진 방식의 미사일들을 분석한 글입니다. 장 교수는 15일 처음 등장한 고체연료 추진 방식의 ICBM들을 조심스럽게 북극성 3형이라고 칭했습니다.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북극성-1, 신형 중거리 미사일(IRBM)을 북극성 2형이라고 부르는데 신형 ICBM은 북극성-1, 북극성 2형과 같은 고체연료 추진 방식이어서 북극성 3형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이번에 등장한 2종류의 신형 ICBM, 즉 백두산 트레일러에 장착된 ICBM과 기존 ICBM용 TEL에 장착된 ICBM을 각각 북극성 3형과 4형이라고 명명한 친북 매체도 있습니다.
 
북극성-1, 북극성 2형, 북극성 3형의 미사일 본체 외형(장영근 항공대 교수 분석)
또 북극성-1, 북극성 2형, 북극성 3형 모두 2단 로켓 방식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면 새로운 ICBM을 SLBM 북극성-1에서 파생된 북극성 3형이라고 부르는데 논리적으로 부족함이 없을 듯합니다. 장 교수는 “북한이 20년 이상 ICBM 개발에 매달린 끝에 ICBM용으로 툭하면 폭발하는 불안한 무수단 기반의 액체연료 추진 방식보다는 고체연료 추진 방식이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작년 3월 고체연료 추진 로켓의 지상연소실험, 작년 8월 북극성-1 시험발사 성공, 지난 2월 북극성 2형 시험발사 성공으로 북한은 상당히 고무됐고, 이 같은 일련의 성공들은 ICBM 북극성 3형 시험발사를 위한 기술검증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장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장 교수는 북극성 3형의 미사일 형상이 액체연료 추진 방식의 기존 ICBM KN-14(1단 로켓 8.5m, 2단 4.5m 등 미사일 길이 17m, 직경 1.9m)와 비슷하다고 추정했을 때 탄두 질량이 550kg이라면 사거리는 12,200km, 탄두 질량이 750kg이라면 사거리가 10,300km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대륙을 직격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SLBM, IRBM 시험발사…다음은 ICBM?

북한은 15일 열병식에서 북극성 시리즈를 모조리 내놨습니다. 단거리 KN-02와 스커드 B, C를 고체연료 추진방식의 중장거리 미사일이 대체한 것입니다. 38노스에 기고한 장 교수의 분석처럼 북극성-1과 북극성 2형의 시험발사 성공에 힘입어 북한이 미사일 추진 방식을 고체연료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힙니다.
 
고체연료 추진 방식은 액체연료 방식에 비해 장점이 많습니다. 고체연료 로켓은 효율성이 높아 같은 크기의 미사일이라면 액체연료보다 사거리가 더 많이 나옵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안정성도 높고 연료 주입하다가 미 정찰위성에 잡힐 일도 없습니다. 러시아와 중국도 ICBM과 SLBM을 점차 고체연료 추진 방식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공언한 ICBM 시험발사도 고체연료 추진 방식의 신형 ICBM의 시험발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정은은 “ICBM 시험발사가 마감단계에 와있다”고 말해 ICBM 개발은 이미 끝났고 시험발사 결심만 남았음을 은근히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올해 고체연료 추진 방식의 신형 ICBM을 시험발사하면 2년 사이에 고체연료 추진 방식의 SLBM, IRBM, ICBM을 줄줄이 시험발사하는 것입니다. 놀라운 속도입니다. 북한이 ICBM을 시험발사하는 순간, 종 잡을 수 없는 트럼프는 말보다 주먹을 앞세울 것이 분명합니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 더 나아가 ICBM 개발을 막아야 합니다.
 
혹자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퍼준 돈이 핵 미사일 개발로 이어졌다고 주장합니다. 옳은 지적이 아닙니다. 핵과 미사일 개발은 돈만으로 하는 일이 아닙니다. 러시아 기술이 잔뜩 들어간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는 돈이 없어서 2번이나 고꾸라졌을까요? 핵 미사일 개발을 향한 김정은 정권의 의지가 무섭습니다. 새 정부가 김정은 정권의 핵 미사일 개발 의지를 어떤 식으로 다룰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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