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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저도 제대로 투표하고 싶습니다' 선거철이 슬픈 장애인

[리포트+] '저도 제대로 투표하고 싶습니다' 선거철이 슬픈 장애인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요즘, 거리마다 선거 유세전이 뜨겁습니다.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공약과 정책을 알리며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선 유세전'에서 소외 받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240만 장애인 유권자입니다. 장애인 투표권 관련 문제는 선거 때마다 불거지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산더미입니다.

■ 누군가에겐 너무 어려운 ‘후보자 검증’

대선 후보들은 공약이나 정책을 여러 경로를 통해 유권자에게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유권자는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후보자의 유세 현장을 찾아도 청각 장애인은 정보를 접하기 어렵습니다.주요 대선주자 5명 중 전속 수화통역사를 대동하는 사람은 3명뿐입니다.
유세현장, TV토론, 홈페이지에 장애인들이 후보자 검증하기 어려운 요소들 존재
TV토론은 어떨까요? 후보자의 발언을 수화 통역하기는 하지만, 5명의 후보자를 두고 수화통역사는 한 명뿐이라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마저 지상파 방송이 아니면 수화통역을 배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후보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정보를 얻기가 사실상 불가능한데 홈페이지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서비스를 지원하는 후보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 유권자인데…투표소에 발 들여놓기도 힘들다

선거 운동 기간뿐만 아니라 선거 당일에도 장애인에겐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이나, 장애인 화장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에 투표소가 있고, 심지어는 투표보조 용구가 비치돼 있지 않은 곳이 다수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19대 대선 사전투표소는 모두 3,508개소로 1층에 설치되는 곳은 1,694개소인 48.3%로 절반이 채 되지 않습니다. 지하나 2층 이상에 있으면서 계단밖에 없는 시설이 18.3%, 641개소입니다.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들이 엘리베이터 없는 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하는 겁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4.13 총선 당시 지하나 지상 2층 이상에 설치된 투표소가 573곳, 이 중 16.5%는 승강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19대 대선 사전투표소 설치장소
이번 대선에서는 1층에 임시 기표소를 만들고, 보조 용구를 지급해 사정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정훈 정책실장은 “임시 기표소만 달랑 존재 하다보니, 신분확인부터 투표함에 넣는 과정까지 비밀투표가 되는지 안 되는지 보장이 되지 않는다. 이런 부분 때문에 실제로 투표를 거부하는 분들도 계시다”라며 투표소가 1층에 설치되는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투표소를 찾고 나서도, 투표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시설 거주 정신장애인은 투표소에 가지 않고 시설 내에서 별도로 진행하는 ‘거소투표’ 형태로 선거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관련해 부정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지난 24일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자 37명의 동의 없이 제19대 대선 거소투표를 대리 신고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직원 A씨가 고발당하기도 했습니다.

■ 배려가 아닌 당연한 권리, 장애인 투표권

‘2017대선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6가지 요구안을 전달했습니다.▲모든 투표소 접근성 확보 ▲모든 선거방송에 수어(수화)영상, 자막, 화면해설 동시 제공 ▲모든 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선거공보물 제공 ▲투표과정에서의 모든 정당한 편의 제공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6가지 요구안
19대 대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헌법 제27조(참정권)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7조에 명시된 장애인의 참정권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윤영현, 장현은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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