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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미세먼지 ② : 대한민국 (초)미세먼지 지도 : 가장 심각한 지역은?

[마부작침] 미세먼지 ② : 대한민국 (초)미세먼지 지도 : 가장 심각한 지역은?
[마부작침] 미세먼지
[마부작침] 4월 25일 서울 초미세먼지 상황

2017년 4월 25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와 서울 중구의 초미세먼지는 '좋음' 수준을 보였다. 그런데 종로구와 인접한 서대문구와 성북구, 중구와 맞닿아 있는 용산구의 초미세먼지는 '보통'이었다. 정부 발표처럼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상당 부문이 중국에서 온 것이라면 인접한 자치구의 미세먼지는 크게 차이가 없을 것 같은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얼마나 차이가 나는 걸까?

●AQI를 이용한 전국미세먼지 지도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대기환경지수(Air Quality Index, 이하 AQI)를 이용해 지역별 (초)미세먼지 실태를 분석했다. AQI는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6구간으로 나눈다. 현재 4단계로 구분하고 있는 정부 기준보다 지역별 미세먼지 수준을 보다 면밀하고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미세먼지를 측정할 때 AQI를 사용하고 있다.
[마부작침] AQI 지수 산출
<마부작침>은 연간 변화와 지역간 비교를 하는 것과 동시에 한 걸음 더 들어갔다. 1년 간 집계된 (초)미세먼지 AQI를 단순 평균할 경우, 극단적으로 크거나 작은 값에 의해 평균값이 왜곡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평균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마부작침>은 이를 해소하고자 매일 측정된 (초)미세먼지 AQI를 등급별로 '좋음'에는 '+5점', '위험'에는 '-5점'을 매기는 식으로 고유값을 부여해 1년 치 값을 합산해 표준화했다. 또, 1년 치 값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환경부의 기준에 따라 1년 중 측정값 75% 이상, 즉 1년 중 약 255일 이상 측정 데이터가 존재하는 지역만 분석 대상으로 했다.

미세먼지 가장 심각...'대구 서구'(2008)→'전북 정읍'(2016)

지난 2008년, 1년 중 미세먼지(PM10) 측정값이 75%인 지역은 모두 149곳이었다. 이중 미세먼지 상태가 가장 나쁜 곳은 '대구 서구'로 나타났다. 대구 서구는 염색 공장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대구 서구'에 이어 '경기 평택시'와 '경기 의왕시'가 미세먼지가 심한 지역 2,3위를 차지하는 등 미세먼지 하위 10위권에 경기도가 8곳이나 포함됐다. 경기도의 미세먼지 상태다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심각했다는 뜻이다.
[마부작침] 2008년 미세먼지 심각 지역

그런데 8년 후인 지난해, 지역별 순위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2016년 미세먼지를 측정값이 있는 지역은 13곳이 추가돼 162곳으로 늘었는데, 미세먼지가 상태가 가장 나쁜 곳은 '전북 정읍시'였다. 2008년 미세먼지가 심각한 지역 42위였던 전북 정읍시는 8년 새 다른 지역보다 더욱 나빠진 것이다. 지난해부터 미세먼지를 측정하기 시작한 '세종시'가 하위 2위로 나타나 대기질이 좋지 않은 상태로 파악됐다. 나머지 하위 8개 지역엔 2008년에도 하위 10위권에 있었던 '경기도 평택시'와 '경기 고양시'가 여전히 포함돼 있었다. 평택시와 고양시의 미세먼지 개선이 8년 전 하위 10위권에 있던 다른 지역들보다 저조했다는 의미다.

[마부작침] 2016년 미세먼지 심각지역
한편, 2008년에는 미세먼지 상태가 좋은 지역 상위 40%에 들었던 '경기도 구리시'와 '인천 계양구'가 지난해에는 각각 공동 하위 6위와 10위를 차지해 다른 지역들보다 순위 하락폭이 컸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미세먼지 하위 10위에 경기도 지역은 4곳이 포함됐는데, 8곳이나 포함됐던 2008년보다는 경기도의 미세먼지가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경우 2005년부터 1차 수도권대책이 시행되는 등 다른 지역들보다 빨리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시작했는데, 그런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미세먼지 가장 좋음...'강원 정선군'(2008)→'강원 고성군'(2016)

미세먼지 상태가 좋았던 지역은 상대적으로 변화의 폭이 적었다. 2008년 미세먼지 상태가 가장 좋았던 지역은 '강원 정선군', 지난해에는 '강원 고성군'으로 모두 강원도 지역이 수위를 차지했다. 이외 2008년 상위 10위 권에 포함됐던 지역 중 6곳이 지난해에도 상위 10위권에 포함되는 등 순위 변동이 적었다. 8년 전에도 미세먼지가 양호한 지역은 여전히 좋았다는 의미다.
[마부작침] 2016년 미세먼지 좋음 지역
다만, 2008년 미세먼지 상태가 좋았던 지역 7위를 차지했던 '경북 울릉군'이 지난해에는 하위권으로 대폭 순위가 하락했다. 2008년 미세먼지 수준이 중간 수준이었던 '경북 포항시'와 '경남 거제시'의 순위가 대폭 올라 상위 10위 권에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마부작침] 미세먼지 지도 인터랙티브
초미세먼지 가장 심각...'충남 천안시'(2015)→'전북 익산시'(2016)

지역별 초미세먼지(PM2.5) 상태는 미세먼지와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2015년, 1년 중 초미세먼지 측정값이 75% 이상 확보된 95개 지역 중 상태가 가장 심각한 곳은 '충남 천안시'였다. 이어 '대구 서구', '전남 영암군' 순이었는데, 같은 해 초미세먼지 상태가 심각한 지역 10곳 중 미세먼지(PM10) 상태가 심각한 지역 10곳에 포함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충남 천안시', '인천 남동구', '대구 동구', '전북 전주시'의 미세먼지 상태는 오히려 중상위권이었다.

이와 관련해 송창근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주된 발생 원인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송창근 교수는 "입자가 큰 미세먼지는 공사장 작업 중에 발생하는 먼지 등을 총칭하는 비산 먼지가 주된 원인인 반면, 초미세먼지는 자동차 매연, 공장 연기 등과 같은 인위적인 행위의 결과가 주된 원인이다"고 말했다. 주요 발생원이 다르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심각한 지역과 초미세먼지가 심각한 지역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15년 초미세먼지 상태가 가장 좋았던 곳은 '경북 울릉군'이었다. 이외 상위 10위에 서울이 3곳, 경남 2곳, 제주, 경기, 대구, 부산이 각각 1곳씩 포함됐다. 2015년 서울 지역은 미세먼지 상태가 좋은 상위 10개 지역에는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는데, 초미세먼지 상위 10개 지역엔 3곳이나 포함됐다. 이 역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발생 양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마부작침] 2016년 초미세먼지 심각지역
그런데 2016년은 2015년과 양상이 달랐다. 지난해 초미세먼지 농도 측정을 시작한 곳은 전년도 보다 20곳이 늘어난 115곳이었는데, 상태가 가장 나쁜 곳 1위는 '전북 익산시'로 나타났다. 2위와 3위는 '강원 원주시', '경기 의정부시'로 분석됐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지난해 미세먼지 하위 10위에 포함됐던 '경기 김포시', '경기 파주시', '경기 구리시', '대구 남구' 등 4곳이 초미세먼지 하위 10위에도 포함된 점이다. 2015년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하위 10위에 동시에 포함된 지역이 한 곳도 없었던 것과는 달리, 1년 뒤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변화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인접한 지역도 다른 (초)미세먼지 농도...연구는 걸음마 수준

하지만,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배귀남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경우 직접 배출되는 1차 생성보다 공중에서 화학 반응 등으로 통해 미세먼지가 되는 2차 생성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게 입증 됐지만, 2차 생성의 정확한 매커니즘은 아직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전체의 (초)미세먼지 발생 원인에 대한 규명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별 원인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다 보니 지역에서 (초)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에 대한 주장도 제각각이다. 단적으로 지난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모두 가장 심각한 지역이 포함된 전북은 한쪽에선 중국의 영향을 꼽고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산맥으로 둘러싸인 지형이나 대규모 공단을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이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 24일 전북 보건환경연구원이 전북지역 미세먼지의 최대 67%가 중국 등 국외에서 유입된다고 발표하기도 했지만, 연구 방법론에 대해서 이견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당국이 뒤늦게 (초)미세먼지에 대응하고, 아직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결과다.

건강 격차로 이어지는 미세먼지...실태 파악부터 서둘러야

문제는 미세먼지 원인 파악도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건강이 실질적으로 위협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PM 10) 농도가 10µg/m³ 증가할 때마다 만성폐쇄성 폐질환으로 인한 입원율은 2.7%, 사망률은 1.1% 증가한다. 특히, 미세먼지보다 입자가 더 작은 초미세먼지(PM 2.5)의 경우 농도가 10µg/m³ 증가할 때마다 폐암 발생률이 9%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 간 미세먼지 격차가 거주민의 건강 격차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2017년 대한민국에선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 낳는 것이 겁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등굣길과 출근길에 마스크부터 챙기는 건 일상이 됐다. 그러나 대책 마련을 위해 기본적 데이터를 제공해야 할 측정망엔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다. 지난해 초미세먼지 하위 10개 지역 중 절반이 지난해부터 측정을 시작한 곳이라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대선주자들이 미세먼지 대책을 주요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만, 어느 지역에 대책이 시급한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게 '미세먼지가 일상의 위협이 된 2017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안혜민 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2016 대한민국 (초)미세먼지 지도 : http://mabu.newscloud.sbs.co.kr/20170501dustm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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