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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근 제3자 뇌물죄 확정…'닮은 꼴' 박근혜 재판은 어떨까

"청탁 대상 구체적일 필요 없고 묵시적 의사 표시라도 무방"<br>사실관계 인정 여부·적용 법리 주장에 차이나는 점도 있어<br>박 전 대통령 측은 사실관계 부인…삼성은 '뇌물 아닌 강요 피해' 주장

대법원이 27일 방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옥근(65) 전 해군참모총장의 유죄를 확정하면서 이 판결이 '닮은꼴 사건'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옛 STX 계열사로부터 장남의 요트 회사를 통해 7억7천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정 전 총장의 제3자 뇌물제공죄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는 삼성이 박 전 대통령 요구에 따라 최순실씨가 장악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제공한 박 전 대통령의 제3자 뇌물 혐의와 '동일 내지 유사'해 보이는 사건 구조라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다만 사건의 외형이나 구도는 유사하더라도 실제로 '부당한 청탁'으로 간주할 만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사실관계가 우선 증거에 의해 뒷받침돼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나 최씨 측이 삼성 측에 가한 행위, 삼성 측이 박 전 대통령이나 최씨 측으로부터 요구받은 내용 등을 둘러싸고 법률적 평가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이어서 단순한 도식화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당장 박 전 대통령은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고, 삼성 측은 부정한 청탁은 없었으며 근본적으로 뇌물이 아니라 강요 때문에 낸 지원금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제3자 뇌물' 법리 적용에 앞서 사실관계 확정 및 그 사실관계에 뇌물 혐의를 적용할 것인지 등 법률적 평가에 대한 입장 정리도 필요한 상태다.

형법 제130조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일반 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이 반드시 있어야 죄가 성립한다.

정 전 총장은 "STX 측이 막연히 사업상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후원금을 지급한 것"이라며 "부정한 청탁이 없었으므로 유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청탁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묵시적인 의사 표시라도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며 "청탁 후 실제로 부정한 처사를 반드시 할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STX 측이 '어떤 일을 도와달라'고 구체적으로 청탁하지 않았더라도 당시 해군함정 사업 등 현안이 있었고 정 전 총장의 위치를 고려하면 이들 간의 '암묵적 주고받기'는 부정청탁과 그에 대한 뇌물수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논리를 박 전 대통령 재판에 대입하면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은 묵시적 청탁에 대한 뇌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당시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최대 현안이었던 만큼 박 전 대통령에게 암묵적으로 도움이나 특혜를 달라고 한 것이라 볼 수 있다는 게 특검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 측은 재단 출연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없다고 특검의 '전제'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이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받고 사실상 강요에 따라 재단에 출연한 것이며 이는 다른 출연 기업들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을 펴왔다.

한편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청탁 내용과 공무원의 직무 내용, 이익 제공자와의 관계, 수수 경위, 직무 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재판 과정에서 나오는 박영수 특별검사 측의 세부 증거나 박 전 대통령 측의 반박 주장, 삼성 측의 대응 논리 등에 따라 뇌물인지 강요인지, 부정한 청탁의 존재가 인정될지, 제3자 뇌물 혐의가 적용될지 등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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