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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안철수 '3자 단일화' 결단할까?

[취재파일] 안철수 '3자 단일화' 결단할까?
● 허약한 '대선진용'…드러난 뒷심부족

안철수 국민의댱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어느새 문재인 후보의 절반까지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조사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를 떠나 지지율이 하락 추세라는 점은 안철수 캠프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지지층의 '경도화'가 시작됩니다. 지지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선거를 보름 남짓 앞두고 특정 후보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빠진다는 것은 국민의당의 허약한 대선진용 문제가 아니면 설명되지 않습니다. 기초가 강한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이었다면 조정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지지율의 하락 폭이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정치평론가들의 중론입니다.

조직은 그릇입니다. 대선은 총선과 달리 후보의 이미지와 메시지가 가장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라고 하지만 조직이 지역 곳곳에 모세혈관까지 뻗어있지 않다 보니 지지율을 다 담아내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아직까지도 선거는 조직력의 싸움입니다.
 
40석 미만의 정당이 국정운영을 흔들림 없이 할 수 있겠느냐는 유권자들의 물음표에 안철수 후보의 답변이 믿음직스럽지 않았다는 뜻도 됩니다. 국민의당이 국회 300석의 의석 가운데 100석만 됐더라도 안철수의 '협치' 프레임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겠지만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뒷심 부족이라는 약점은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습니다.

● 안철수 '자강론'의 한계

안철수 후보의 '자강론'은 괜찮은 프레임이었습니다. 40석 미만의 정당 후보가 120석에 육박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한때 양강구도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선전입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안희정 지사의 잇따른 사퇴와 낙마 이후 '반문' 지지층이 안철수에게 수렴될 것이라는 예측도 정확했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결국 현실입니다. 대선은 장기전입니다. 결국, 정당의 체급이 다르면 승리하기 어렵습니다. 안철수 지지율이 요동치는 건 국민의당의 기초체력을 믿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미래를 위한 정치, 20년 먹거리를 위한 청사진 모두 매력적이지만 지지율은 안철수의 약속이 아니라 국민들은 실행능력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안철수 '자강론'의 한계입니다.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는 탄핵국면이라는 변수로 구 여권 지지율이 한때 바닥을 기면서 벌어진 이례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 역대 선거때마다 보수층은 단기간에 무섭게 결집했습니다. 97년과, 2004년 총선 당시 각각 IMF와 탄핵 파동으로 보수층의 지지율은 15%에서 허덕였지만 선거 보름을 앞두고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 지지층은 무섭게 결집했습니다.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자신감이 허언이 아닌 것입니다.
안철수 후보
● 대안 없는 안철수 캠프

안철수 후보는 강원도 유세에서도 단일화는 하지 않겠다고 백번 얘기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들이 50% 이상의 지지를 보내줄 것이라고 믿는다는 얘깁니다. 캠프 전략팀의 현실 인식은 여전히 그렇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완주가 목표다. 안철수의 5년 뒤 미래를 보겠다는 전략이라면 '자강론'은 제법 괜찮은 전략입니다. '양보'의 아이콘이 '완주'로 변신한다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안철수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연장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는, 특히 대선은 전쟁입니다. 대선에 출마하는 원내정당의 모든 후보들은 반드시 대통령에 당선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선거를 치릅니다. 패권세력이 집권하면 큰일난다던 안철수 캠프에 'B플랜'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캠프 관계자들이 손을 놓고 있진 않을 것입니다. 그보다는 '자강론'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뭐라도 새로운 카드를 꺼내보고 싶지만 변곡점을 만들기 쉽지 않다는 답답함에 고심하고 있을 것입니다. 자강론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대안이 없다는 것입니다.

● 민주화 세력의 자존심…'단일화 컴플렉스'

이른바 '민주화 세력'이라고 하는 정치인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존심입니다. 87년도에 민주화 투쟁을 위해 헌신했다는 훈장입니다. 민주화 세력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그리고 정의당에 주축 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물론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에도 일부 있긴 합니다.)  

민주화 세력은 산업화 세력으로 포장된 구 여권에 정통성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그들과 연대를 할수도 없고 연대는 결국 '야합'이자 '변절'이라고 생각합니다. '3당 단일화' 논의가 불붙기 전 문재인 후보의 경고했던 게 바로 그 지점입니다.  

정작 안철수 후보는 87년도 민주화 운동 세력과는 특별한 교집합을 찾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의사로 시작해 IT기업을 성공시켰고 교수를 하다 '새정치'를 외치며 정치권에 입문한, 민주화 세력과는 결이 다른 인물입니다. 민주당의 핵심 세력들이 안철수 후보를 비판하는 지점이죠. 호남과의 공통분모가 없는 안철수 후보가 민주화 세력의 심장인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정치인이라는 점이 민주당에게는 가장 자존심 상하는 부분입니다. 아이러니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97년도 김대중 후보 당선과 2002년 노무현 후보 당선의 배경에는 산업화, 재벌 출신 정치인과의 '단일화'가 있었습니다. 군사독재 정권의 실세였던 김종필과의 DJP연합, 현대가 출신 '정몽준'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없이 이른바 민주화 세력은 정권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것도 '아이러니' 입니다.

'야합'으로 정권을 획득했던 민주당이 '3자 단일화'를 '야합'이라고 비판하고 '민주화 세력'과 거리감이 있는 안철수 후보가 '자강론'을 부르짖으며 단일화와 지나치게 선을 긋고 있는 모습도 역시 '아이러니'입니다. 특히 진영논리에 얽매이지 않겠다던 안철수 후보에겐 자기부정이나 마찬가집니다.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를 외쳤던 안철수 후보가 말입니다.

한쪽은 '단일화'에 대한 위기의식, 또 다른 한쪽은 '단일화'에 대한 컴플렉스에 갇혀있는 형국입니다.
유승민, 안철수, 홍준표
● 안철수의 '3자 단일화'…마지막 승부수

안철수 캠프의 핵심 세력은 여전히 단일화에 대해 미온적입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측은 안철수와는 단일화하지 않겠다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단일화를 처음 제안했던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도 완주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기존 노선과 거리가 있는 안철수 후보 입장에선 3자 단일화는 도박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입니다. 승리하면 영호남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는 지역구도를 극복한 첫 대통령이 되겠지만 패배한다면 집권을 위해 '야합'한 정치인이라는 진보진영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미래가 아닌 정계은퇴를 고민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도박은 대박과 쪽박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자 단일화가 성사돼 집권한다면 잃는 것보다는 얻는게 훨씬 많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후보 모두 200석에 가까운 거대 세력을 등에 업고 힘있는 국정운영도 가능합니다. 공동정부 구성부터 정책 연대는 물론 정책도 상당부분 '우클릭' 될 것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명목만 공동정부일 뿐이지 결국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주도권을 잡고 국정이 운영될 수 밖에 없습니다. DJP 연대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이후 역사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일화 안하겠다는 안철수 후보 입장에서는 '말바꾸기'라는 부담감은 있지만 '협치'라는 큰 틀에서 '미래'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날개를 갖게 됩니다. 정치공학적으로만 본다면 예상하지 않았던 이벤트가 성공했을때 가장 효과가 큽니다. 대선 보름도 안남았습니다. 원하든 원치않든 대선의 마지막 최대변수는 '3자 단일화'입니다. 3명의 후보의 결단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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