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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미세먼지 ① : 휴일만 되면 '미세먼지 습격'…"문제는 초미세먼지"

"매일 매일이 화학전이다."

곳곳에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너나할 것 없이 마스크를 낀 채 출퇴근을 하고, 공기청정기를 구입하면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소설이 아니다. 생존이 걸린 현재의 모습이다. (초)미세먼지가 대기를 장악하면서 "방독면까지 착용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마저 나온다. 

"공기는 생명이다."

인간이 매 순간 마셔야 하는 공기는 삶의 절대적 조건이다. 다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처럼 소중한 존재가 사라져야 그 중요성을 실감한다. 정부가 뒤늦게 미세먼지에 대응하고 있지만, 관련 연구가 부족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초)미세먼지의 습격'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초)미세먼지의 현황과 추이, 지역적 특성과 원인, 정부 대책의 실태 등을 연속 보도한다.

●  한국만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뒤늦은 용어 개정

대기 중에 떠 있는 입자인 '먼지'. 먼지가 인간을 이렇게 괴롭힐 줄 미처 몰랐을 것이다.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기에 더 위험하다.

'우리나라'에선 흔히 먼지를 크기에 따라 50㎛(㎛:100만분의 1m) 이하면 총먼지(TSP, Total Suspended Particles) 더 작은 미세먼지(PM10, Particulate Matter), 그리고 초미세먼지(PM2.5)로 구분한다. PM10은 10㎛ 이하, PM2.5는 1000분의 2.5mm보다 작은 2.5㎛ 이하 크기의 먼지를 지칭한다.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이 통상 50~70㎛인데,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머리카락 지름의 1/5~1/30의 크기인 셈이다. 
[마부작침] 미세먼지 크기 비교
(초)미세먼지는 흙먼지, 꽃가루 등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석탄과 석유 등의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현장 먼지 등으로 인위적으로도 만들어진다. (초)미세먼지는 다양한 성분과 크기를 가진 혼합체인데, 원소 탄소, 유기 탄소, 질소산화물, 휘발성 유기화합물, 오존, 황산화물, 금속 입자, 미네랄 입자 등으로 구성된다.

앞서 미세먼지 용어 설명에서 범위를 '우리나라'로 한정한 데는 사연이 있다. 세계 대기환경학계에선 통상 10㎛이하는 부유입자(부유먼지), 2.5㎛ 이하를 미세입자(미세먼지), 0.1㎛ 이하 즉, PM 0.1을 초미세입자(초미세먼지)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한국의 미세먼지'는 국제사회에선 '부유먼지'로, '한국의 초미세먼지'는 국제사회에선 '미세먼지'라고 통용되고 있다.
[마부작침] 세계와 다른 한국의 미세먼지
국제기준과 동떨어진 개념 설정으로 혼란이 생기면서 환경 당국은 용어 변경을 준비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학계에선 국제 기준에 맞게 용어 변경을 주장했지만, 환경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다 뒤늦게 명칭 변경에 나서면서 혼란이 가중된 측면이 크다. 더 유해한 초미세먼지가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덜한 것으로 인식되는 미세먼지로 바뀌어 시민들의 경계심을 약화시키거나 착각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빠른 시일 내에 대기환경보전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 기존의 미세먼지(PM10)를 '부유먼지'로, 기존의 초미세먼지(PM2.5)를 '미세먼지'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아직 관련 법 통과 이전으로, 용어 변경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기사에선 한국에서 통용되는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로 작성)

●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공포…문제의 '초미세먼지(PM2.5)'

먼지는 오래 전부터 존재했고, 신비한 신체는 자기방어기제를 갖추고 있으니 "먼지가 뭐가 대수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코털에서 한번, 기관지 점막에서 또 한번 필터링을 해준다며 "걱정 안하고 사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입자 크기 10㎛이하인 미세먼지는 코,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을 정도로 작아서 몸 속까지 스며든다. 당연히 미세먼지보다 크기가 더 작은 초미세먼지는 훨씬 유해하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3년 10월 초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고, 초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사람도 연간 700만 명에 이른다고 파악하고 있다. 

초미세먼지는 스모그의 원인 물질이기도 한데, 동일한 질량 농도에선 미세먼지(PM10)보다 초미세먼지(PM 2.5)가 입자 수가 많고 표면적도 넓어 몸 안에 많이 달라 붙는다. 또 크기가 작아 기관지에서 다른 기관으로의 이동도 훨씬 쉽다. 혈관 크기와 심장 박동수에도 변화를 일으켜 호흡기와 심혈관계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초미세먼지는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  "그래도 과거보다 공기는 좋아졌어" 정말?…동기간 대비 높아진 초미세먼지 

미세먼지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전보다 공기가 좋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1970~9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다. 도시 곳곳은 공사 중이었고, 도심에 밀집한 공장에선 희뿌연 연기를 내뿜었던 그 때의 서울보다 지금이 더 나아졌다는 얘기다. 틀린 말은 아니다. 공기 1㎥ 가운데 미세먼지(PM10)의 무게(㎍:백만분의 1g)를 나타내는 미세먼지(PM10) 농도(㎍/㎥)의 연간 추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정부는 매년 전국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를 발표했다. 미세먼지(PM10)는 1993년, 초미세먼지(PM2.5)는 2015년부터 측정했는데, 환경 당국은 다양한 종류의 측정소 중 사람이 다수 거주하는 곳에 설치하는 ‘도시대기 측정소’ 수치만을 기준으로 집계한다.

하지만, SBS데이터저널리즘팀은 전국적 상황을 보다 정밀하고 광범위하게 파악하기 위해 별도의 분석을 진행했다. '도시대기 측정소' 외에 PM10과 PM2.5를 포집하는 6개 종류의 측정소(도시대기, 교외대기, 국가배경농도, 도로변대기, 집중, 광화학오염물질)의 일일 수치를 모두 확보해 연평균 농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지난 1995년 전국 연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는 71.7㎍/㎥(정부 대기환경연보 기준 71.5)였고, 10년 뒤 2005년엔 56.5㎍/㎥로 줄었다. 2012년에 45㎍/㎥로 처음으로 40대에 진입했고, 지난해엔 46.9㎍/㎥로 분석됐다. 중간에 소폭의 오르내림이 있었지만, 20년 간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마부작침] 미세먼지 (PM10) 연평균 농도
반면, 최근 미세먼지 대응의 핵심인 초미세먼지(PM2.5)는 2년 전인 2015년부터 농도를 측정하기 시작해 기간이 짧아 경향성이 확실하게 드러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분석 결과, 2015년엔 27.4㎍/㎥, 지난해엔 26.2㎍/㎥로 파악됐다. SBS<마부작침>은 2년 간 수치론 변화상을 파악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보다 실질적인 상황을 파악하고자 분기별 농도 추이를 별도 분석했다. 올해 1분기(1~3월)와  2015~2016년 1분기를 비교 분석해 본 결과, 2015년 1분기 평균은 30.8㎍/㎥, 2016년 1분기는 30.3㎍/㎥였다. 올해 1분기 평균 농도는 32.3㎍/㎥으로 동기간 대비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부작침]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
휴일만 되면 미세먼지 나쁨! 머피의 법칙?

과거에 비해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졌다 하더라도 시민들의 공기질 만족도가 높아지진 않았다. 여전히 미세먼지는 심각한 상황인 데다, 특히 지난해 '미세먼지 나쁨' 날이 유독 휴일에 몰린 것도 시민들의 미세먼지 체감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SBS<마부작침>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에서 ‘미세먼지 나쁨’(PM10: 81㎍/㎥ 이상 또는 PM2.5: 51㎍/㎥이상) 이상의 단계가 내려진 날과 휴일과의 연관성을 파악했다.

2013년 한 해 동안 '주말 및 공휴일 포함 휴일'은 116일(31.8%)였다. 같은 해 서울에서 '미세먼지 나쁨' 이상의 단계였던 날은 27일이었는데, 이 가운데 휴일은 11일로 37.9%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평일보다 휴일에 미세먼지가 나쁨 날이 집중됐다는 뜻이다. 2014년부터 이듬해까지 2년 동안엔 휴일보다 평일에 '미세먼지 나쁨 단계' 이상의 날이 많았는데, 지난해엔 급격하게 달라졌다.  2016년 1년 간 휴일은 118일(32%)였고, 미세먼지 나쁨 단계 일수는  27일, 이 중 휴일은 12일로 44.4%였다. 휴일에 맞춰 오랜만에 야외활동을 하려고 할 때마다, 미세먼지가 발목을 잡으면서 시민들의 체감도도 높아졌다는 뜻이다.
[마부작침] 휴일에 몰리는 미세먼지 나쁨
이 외에도 ‘미세먼지 나쁨 단계’가 이틀 이상 지속된 횟수는 2013년 8번, 2014년 10번, 2015년 8번, 지난해엔 9번으로 꾸준히 높은 상태였다는 점도 한 몫 했다. 김진영 한국과학기술원 박사는 "지난해 유독 시민들의 야외 활동이 많은 휴일에 미세먼지가 나쁜 날이 많았고, 나쁜 날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전보다 미세먼지가 심해졌다고 여기게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 권고 기준 초과하는 한국의 현실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두고 "과민반응이고, 호들갑을 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연평균 농도도 줄었고, 한국 법률에 규정된 환경기준에 근거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환경정책기준법상 환경기준은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해 국가가 달성하고 유지해야 할 바람직한 환경 조건 또는 질적 수준'으로 정의하고 있다. 당초 법으로 정해진 환경기준엔 1983년 총먼지(50㎛ 이하)만 포함돼 있다가 1993년 미세먼지(PM10) 기준이 들어갔다. 18년이 지난 2011년 초미세먼지(PM2.5) 기준이 추가됐지만, 이마저 측정소 미비를 이유로 4년 뒤인 2015년부터 본격 적용됐다.

미세먼지는 환경정책기준법 시행령 2조에 기준을 정해뒀는데, 미세먼지(PM10)는 연간 평균 농도 50㎍/㎥ 이하, 24시간 평균 100㎍/㎥ 이하, 초미세먼지(PM 2.5)는 연간 평균 농도 25㎍/㎥ 이하 24시간 평균 50㎍/㎥ 이하다. 해당 기준 이하라면 정부가 추구하는 '바람직한 환경 수준'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미세먼지(PM10) 연평균 농도(46.9㎍/㎥)는 기준을 충족했고, 초미세먼지(PM2.5) 연평균농도(26.2㎍/㎥)는 기준보다 1.2㎍/㎥ 초과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치를 근거로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축소하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일 뿐이다. 세계적 환경 기준과 비교해보면 한국의 미세먼지 수준을 실감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미세먼지(PM10)의 연평균 권고기준은 20㎍/㎥, 초미세먼지(PM2.5) 권고 기준은 10㎍/㎥이다. 이 수준은 지켜져야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률 증가를 막을 수 있다는 것으로, 권고 기준대로라면 한국은 두 배 이상 공기질이 나쁜 상황이다. 때문에 최근 대선 후보들은 "미세먼지 환경 기준을 WHO 권고 수준까지 강화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환경 공약을 내놓고 있다.
[마부작침] 미세먼지 환경기준
배귀남 한국과학기술원 박사는 "수치상 연평균 농도가 줄었다고 하더라도, 과거보다 나아졌을 뿐 심각한 문제라는 점엔 변화가 없다“며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던 과거와 달리 사회가 발전하면서 그동안 간과해왔던 미세먼지에 대해 공론화가 이뤄줬다“고 설명했다. 배 박사는 이어 "미세먼지는 정교하고 지속적으로 관리됐어야 했는데, 최근에야 산업측면에서만 바라보던 대기환경을 오염측면에서 바라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영국보다 2배 높은 초미세먼지

(초)미세먼지는 계절, 날씨를 비롯해 기상 상태, 지역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전국 평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각 지역적 상황을 따로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같은 날이라도 어떤 지역은 미세먼지가 양호한 반면, 다른 지역은 미세먼지가 심각한 곳이 있다. 지역적 편차가 크다는 말이다.

다른 지역보다 일찍부터 초미세먼지(PM2.5)를 측정한 서울은 지난 2004년 연평균 농도가 30㎍/㎥이었다. 매년 조금씩 감소해 지난해 26.2㎍/㎥를 기록, 전국 평균(26.7㎍/㎥)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마부작침>이 지난달(3월) 서울 평균 농도를 분석해 본 결과 39.7㎍/㎥로 파악됐다.
[마부작침] 세계 주요 도시 초미세먼지 농도
서울과 해외 주요 도시를 비교해보면, 한국의 미세먼지의 실태를 좀 더 현실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201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초미세먼지(PM2.5) 연평균농도는 12.9㎍/㎥, 도쿄 13.8㎍/㎥, 영국 런던 11㎍/㎥ 이었다. 서울은 23㎍/㎥ 로, 런던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같은 해 중국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2.5) 연평균 농도는 82.73㎍/㎥, 상하이는 50.7㎍/㎥이었다.  배귀남 박사는 "중국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막대한 에너지 소비를 예상하기 어려웠고, 우리 대기 환경에도 많은 악영향을 줬다"며 "늦은감이 있지만, PM2.5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안혜민 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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