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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642만 명이 1조 2천억 원을 찾아갔답니다.

[취재파일] 642만 명이 1조 2천억 원을 찾아갔답니다.
지난해 12월 시작했습니다. 계좌통합관리서비스. 영어로 어카운트 인포(Account Info)라고도 합니다. 본인인증만 하면, 휴면계좌를 포함한 자신의 모든 계좌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고, 쉽게 휴면계좌에 남아있던 돈을 자기 계좌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참 편리합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모르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 게 있다는 건 얼핏 봤는데, 정확히 뭔지 몰라서 확인 안했다", "힘들여 들어가봤자 휴면 계좌에 돈이 남아있겠나. 시간 낭비일 뿐…"

솔직히 기억하기에는 이름도 너무 깁니다. '계좌통합관리서비스'라는 긴 이름을 외워서 찾아가라는 건 너무 불친절합니다. 영어로 된 ‘어카운트 인포’라는 이름도 마찬가지입니다. 뜻은 정확히 전달하는 작명(作名)일지 몰라도, 결코 국민들에게 친절하지 않은 작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뉴스에서 봤더라도 막상 찾으려고 하면, "아, 계좌 OO 서비스인데"라고 망설이거나 포기할 수도 있는 겁니다.

물론 "찾아봐야지"했다가 바빠서 잊어버린 분도 있고, 휴면재산이 남아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관심을 두지 않는 분도 많습니다. 되돌아보면, 지난 12월 계좌통합관리서비스가 시작됐다고 쓴 기사에는 "한 푼도 없었다" "시간만 낭비했다"는 분노의 댓글이 가장 많았습니다. 물론 "금융생활을 얼마나 완벽하게 잘했으면 한 푼도 없었겠냐"며 아쉬움을 달랜 분도 계셨습니다.

이제 바로 그 서비스가 한 단계 진화합니다.

● 1조 2천억 원 찾아갔답니다

금감원은 642만명이 1조 2천억 원을 찾아갔다고 발표했습니다. 1인당 20만 원이 조금 안되는 돈입니다.

물론 계좌통합관리서비스, 즉 어카운트 인포에서만 찾아간 돈은 아닙니다. 2015년 6월 휴면금융재산 찾아주기 운동이 시작된지 1년 10개월 동안 은행, 증권, 보험사에서 찾아간 모든 돈을 합친 금액입니다. 1조 원 넘는 돈이 다시 살아난 것이죠.

계좌통합관리서비스는 성과가 어떨까요? 4개월간 339만 명이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고 합니다. 휴면계좌 359만개가 사라졌고, 금액은 267억 원입니다. 사실상 죽었던 돈이 매달 67억 원씩 살아난 겁니다.

그 가운데 참 드문 경우를 만났습니다. 계좌통합관리서비스로 지난 2월 1천만 원이 넘는 휴면계좌를 찾은 회사원 이 모 씨를 만났습니다. 6년 전 유학 가는 가족을 위해 만들어 놓은 통장인데, 평소 쓰지 않아 인터넷뱅킹을 하지 않던 은행에 남아있었고, 그즈음 회사를 그만두면서 받았던 퇴직금도 있어서 "찾아야지" "찾아야지" 하다가 잊었다는 겁니다. 그 큰 돈을 어찌 잊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바쁜 삶에 정신없이 사는 회사원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이 씨는 단골은행 창구 지원이 "한 번 들어가보라"는 말에 계좌통합관리서비스에 들어갔다가 대박을 친 겁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무실 동료들도 물론, 모두 계좌통합관리서비스에 들어가서 확인을 했다고 합니다. "1만 4천 원인가 1만 6천 원이 최고였어요" 당연히 동료들의 아쉬움을 거한 회식으로 달래줬겠죠?

● 혹시 이 글을 모바일로 읽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확대된다고 말씀드렸죠. 첫째가 모바일 서비스 개시입니다. 플레이 스토어에서 어카운트인포, 혹은 계좌통합관리서비스라고 치시면 Accout Info라고 써져 있는 앱이 보입니다. 여기에는 그 긴 이름이 또 조금 다릅니다. '어카운트인포-계좌정보통합관리'라고 돼 있습니다. 로그인을 하고, 본인 인증을 한 뒤 '조회하기'를 하면 은행에 있는 모든 계좌가 보입니다. 그 가운데에는 지금 쓰는 활동성 계좌도 있고, 사실상 쓰지 않고 잊고 있던 휴면계좌도 있습니다. 휴면계좌는 가장 마지막 줄에 휴면계좌라고 써 있습니다.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만들어놓은 계좌가 아니라면, 휴면계좌를 없애고 돈을 자신의 계좌로 옮길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시작할 때는 30만 원이 한도였지만, 이제부터는 50만 원까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40만 원이 들어있는데, 30만 원만 빼고 10만 원은 남겨놓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 시스템의 목적 가운데에는 '휴면계좌 줄이기'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겁니다. 50만 원 이하는 모두 인출한 뒤 그 계좌는 없애는 겁니다.

● 번거로우시죠? 그럼 은행창구에서 말하세요. "휴면계좌 한 번 봅시다"
은행 창구
금융위원회의 설명입니다. 

"그동안 계좌통합관리서비스의 시행 초기 안정적 운영을 위해 서비스를 제한적으로만 실시해왔습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전자금융거래를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고령층 등) 등은 이용이 다소 불편했습니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41%가 이용채널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모바일서비스가 젊은이들의 편의를 위한 거라면, 고령층을 위해서 은행창구 서비스를 확대했다고 밝혔습니다.

방법은 특별할 게 없습니다. 은행에 가서 "휴면계좌 보여주세요"라고 하면 됩니다. 찾아간 은행의 활동성, 비활동성 계좌는 물론 다른 은행의 계좌 중 비활동성 계좌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잠깐, 비활동성 계좌와 휴면계좌가 보도마다 번갈아 쓰이는데 이 정의부터 한 번 짚고 가겠습니다. 금융당국의 분류법에 따르면, 비활동성 계좌란 1년 이상 쓰지 않은 계좌를 말합니다. 휴면계좌는 5년 이상 쓰지 않은 계좌를 말합니다. 비활동성 계좌는 유학, 이직 등 개인 사정 때문에 쓰지 않는 계좌일 가능성도 많기 때문에 반드시 '잊혀진 계좌'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5년 이라는 기준을 정해 휴면계좌라는 분류를 만들어 놓은 겁니다. 언론 보도에서는 통칭해서 휴면계좌로 쓰기도 합니다.

실제로 은행 창구에서는 은행명, 계좌번호, 상품명, 지점명, 개설일, 최종입출금일, 잔액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을 찾아가면, 우리은행에 있는 비활동성 계좌의 번호, 상품명, 개설일, 지점명 등을 가르쳐 주는 겁니다. 단, 50만 원 이상의 금액은 ‘50만 원 초과’라고만 보여줍니다. 단, 다른 은행의 계좌 가운데 지금 쓰시고 있는 계좌는 내용이 보이지 않습니다.

돈도 찾을 수 있냐고요? 신한은행에 가서 우리은행 돈을 내달라고 하는 격인데요, 아직 이런 시스템은 없습니다. “모바일이나 인터넷처럼 내 계좌로 옮긴 뒤 찾으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하실 수 있는데요, 금융위원회는 기존 계약관계, 개인정보보호, 과잉영업 방지 등을 감안해 창구에서 직접 다른 은행 돈을 못찾게 하고, 대신 조회된 정보를 전달해 해당 은행 창구를 방문해서 잔고를 옮기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 보험사 혹은 증권사

금감원이 운영하는 '파인'이라는 사이트에 가보시면 이 통합계좌관리서비스, 어카운트 인포 뿐만 아니라 보험과 증권도 찾아볼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카드포인트까지 볼 수 있으니까, 대부분의 휴면 재산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직은 연결만 모아놓아서 매 분야마다 본인인증을 해야 하지만, 내년 말까지는 본인인증 한 번만 하면, 은행 뿐 아니라 보험, 증권, 저축은행까지도 한 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됩니다. 그때는 휴면재산이 더 빨리 줄어들겠죠.

간혹 정부가 왜 이런 일에 나서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정부는 휴면 계좌를 없애서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에 이용되는 걸 막고자 하는 겁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통장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잊고 있던 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먹고 살기 참 힘들고, 일상이 참 바쁩니다. 그래도 점심 먹고 오시다가 은행이 보이면 창구에 들어가 한 번 찾아보세요. 아니면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해보셔도 좋고요.

 "귀한 날로, 낮시간이 특히 귀하다"
 "스트레스도 있지만 큰 이득도 함께 할 수 있다" 
 "하나 주고 두 개 챙길 수도"
 "기대했던 그 이상이 될 듯"

어느 조간신문의 '오늘의 운세' 구절들입니다. 내 얘기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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