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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에서 온 '아들의 5만 원'…3년 만에 부모 품으로

<앵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고 백승현 군의 여행용 가방입니다. 백 군이 수학여행을 떠난 지 1천103일 만에 가방이 부모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가방 속에 지갑이 있었고 그 안에는 아들이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어머니가 쥐여준 만 원짜리 지폐 5장이 그대로 들어있었습니다. 바닷속에서 3년 만에 그대로 돌아온 이 5만 원을 보면서 왜 만 원 한 장 안 쓰고 간 건지 엄마는 또 마음이 아픕니다.

김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바닷물에 젖어 있던 만 원짜리 지폐와 아들의 학생증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는 고 백승현 군의 어머니. 5만 원은 3년 전 수학여행을 떠난다며 들떠 있는 아들에게 준 용돈이었습니다.

옷가지와 사용하지 못한 일회용 렌즈. 치약과 칫솔, 교통카드 등도 여행을 떠났던 그날과 마찬가지로 고스란히 백군의 가방에 들어 있었습니다.

뭍으로 나온 세월호에서 지난주 금요일 발견됐습니다.

한 푼도 쓰지 못한 채 다시 돌아온 용돈을 받아 든 어머니의 가슴은 더욱 저립니다.

[임현실/故 백승현 군 어머니 : 가지고 있는 돈이 그것밖에 없으니까, 아껴 쓴다는 생각을 했을 거고. 그것도 다 못 쓰고 간 것 같아서 마음이 많이 아파요.]

승현군은 참사 발생 20일 만에 시신으로 돌아왔고, 어머니는 승현이의 방을 그대로 남겨뒀습니다.

1천103일 만에 돌아온 삭아버린 옷과 부식된 여행가방으로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사무칩니다.

[보냈을 때 잘 갔다 오라고 사랑한다고 안아주고, 우리 아이가 저를 안아줬거든요. 엄마가 하도 걱정을 하니까. '엄마 걱정하지마, 나 잘 다녀올게.']

승현 군의 어머니는 지폐와 유류품 등을 깨끗이 말려 아들이 안치된 납골당에 가져다 놓을 계획입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하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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