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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신구 '헤비급 제왕' 격돌…9만 명 몰린다!

[취재파일] 신구 '헤비급 제왕' 격돌…9만 명 몰린다!
모처럼 복싱팬들을 설레게 하는 헤비급 복싱 빅매치가 이번 주말, 현지시간으로 29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집니다. 21세기 최강의 복서로 평가받으며 17년이나 헤비급을 지배했던 42살의 노장 우크라이나의 블라디미르 클리츠코와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프로데뷔 후 18전 18KO승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27살의 세계챔피언 앤서니 조슈아의 대결입니다. 그야말로 신구 ‘헤비급 제왕’의 만남입니다.

WBA와 IBF, IBO 챔피언 타이틀이 걸린 이번 경기는 역대 최다인 9만장의 티켓이 모두 팔려 나갔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주최 측은 당초 준비했던 8만 장의 티켓이 발매 직후 모두 팔려나가자 추가로 1만장을 더 발매해야 했습니다. 티켓 판매 가격만 1,200만 파운드, 우리돈 173억 원을 넘어 섰습니다. 21세기 들어 종합격투기의 인기에 밀려 고전했던 세계 복싱계는 ‘신구 주먹 황제’의 대결을 성사시키면서 복싱팬들을 유혹했고, 일단은 대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두 선수의 서로 다른 인생 스토리와 복싱 스타일까지 많은 이야기가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 엘리트 vs. 흙수저
조슈아-클리츠코
클리츠코는 구소련 공군 소장 출신인 아버지 밑에서 비교적 유복하게 자랐습니다. 타고난 신체조건을 앞세워 어릴 적부터 헤비급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각종 주니어무대를 석권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곧바로 프로에 데뷔해 승승장구했습니다. 클리츠코는 데뷔 후 1년 4개월만인 1998년 2월에 세계챔피언에 오른 이후 2015년 11월 타이슨 퓨리에게 판정패할 때까지 17년 넘게 헤비급을 지배해 왔습니다. 역대 최다인 28번의 타이틀 방어전을 치른 클리츠코는 원래 파워를 앞세운 화끈한  스타일의 복싱을 했지만, ‘유리턱’이라 불릴 정도로 맷집에 약점을 드러내며 3번 KO패를 당한 이후에는 아웃복싱 스타일로 바뀌면서 판정으로 끌고 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통산 전적 64승 4패 53KO. 모두 9번의 판정승이 있었는데 이 가운데 5번이 2010년 이후의 일입니다.
조슈아-클리츠코
반면 앤서니 조슈아는 나이지리아 이민자 출신의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공사장에서 벽돌공 일을 하면서 청소년기를 보내던 조슈아는 지난 2007년 18살이 돼서야 뒤늦게 복싱을 시작해 5년 만에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낼 정도로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줬습니다. 복싱을 하면서 새로운 삶을 찾은 조슈아는 불미스런 사건으로 국가대표팀에서 쫓겨나는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2009년 폭행 사건에 연루돼 전자 발찌를 차야 했고, 2011년에는 대마초 소지 혐의로 12개월 지역 사회 봉사 명령을 받아 자칫 올림픽 자격까지 박탈당할 위기에 몰리기도 했습니다. 조슈아는 런던올림픽 직후 프로에 데뷔해 현재까지 18전 18KO승을 기록하며 세계챔피언 자리에 올랐습니다.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조슈아의 장점은 스피드입니다. 헤비급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주먹으로 상대를 정신 못 차리게 하면서 링에 눕힙니다. 

● 제 2의 ‘킨샤사의 기적’ 가능할까?
알리-포먼 '킨샤사의 기적'
이번 ‘웸블리 빅매치’는 1974년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이 펼친 ‘세기의 대결’에 비교되면서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당시 아프리카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에서 열렸던 이 경기는 복싱 역사에 ‘킨샤사의 기적’으로 불리며 '전설의 명승부'로 남아 있습니다.

당시 32살의 무하마드 알리는 베트남전 징집을 거부하다 3년간 복싱계를 떠났다 돌아온 뒤 선수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상태였고, 그 사이 25살의 조지 포먼은 전승 40전승 전승(57KO)행진을 기록중이던 공포의 세계 챔피언이었습니다. 도박사들은 조지 포먼의 일방적인 우세를 점치며, ‘알리의 은퇴경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알리는 영리한 플레이로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란듯이 뒤집었습니다.

링에 몸을 튕기며 포먼이 날리는 강펀치의 충격을 최소화하던 알리는 포먼의 체력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카운터펀치만 간간이 내뻗으며 버텼습니다. 그리고 8회 종료 11초를 남기고 KO승을 거두며 7년 만에 챔피언에 복귀했습니다.

당시 은퇴위기에 몰렸던 알리와 지금의 클리츠코가 입장이 비슷하고, 당시 겁 없는 챔피언 포먼과 지금의 조슈아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이번에도 물론 도박사들은 젊은 조슈아의 우세를 점치고 있습니다.

알리가 그랬던 것처럼 42살의 클리츠코가 이긴다면 ‘또 하나의 신화’가 탄생할 것이고, 조슈아가 이긴다면 ‘새로운 세대’를 여는 제왕이 탄생하게 됩니다. 누가 이기든 9만 명을 현장에 불러 모은 이번 경기는 침체됐던 세계 복싱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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