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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육아하는 아빠 늘었지만…여전히 높은 '육아대디'의 벽

[리포트+] 육아하는 아빠 늘었지만…여전히 높은 '육아대디'의 벽
이른바 '육아 대디'라 불리는 육아하는 아빠. 육아를 위해 휴직하는 남성이 최근 크게 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민간 부문에서 남성 육아휴직자가 전체 육아휴직 중 10%를 처음으로 넘어섰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민간 부문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2,129명으로 지난해 동기 1,382명보다 54.2%나 늘었습니다.

■ 늘어나는 남성 육아휴직자, 10% 첫 돌파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 비율이 10%를 넘어섰습니다. 정확하게는 10.2%로 육아휴직자 10명 중 1명은 남성인 겁니다. 지난해 3월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6.5%였습니다.
전체 육아 휴직자 중 남성 비율 / '아빠의 달' 이용자 비율 작년과 비교
1년 만에 무려 3.7%포인트나 늘어난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연말까지 무난히 10%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규모별로 남성 육아휴직 비율을 보면 300명 이상 대규모 기업이 59.3%로 지난해 동기 대비 70%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중소 규모인 '10~30명 기업'과 '10명 미만 사업장'에서도 각각 50.7%, 30.6% 증가했습니다.

남성 육아휴직 유도를 위해 도입된 특례정책인 '아빠의 달' 이용자도 올 1분기 846명으로 지난해 436명보다 거의 배 가까이(94.0%) 증가했습니다. '아빠의 달'은 같은 자녀를 돌보기 위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두 번째 사용자(대부분 아빠)의 첫 3개월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최대 150만 원)를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 남성 육아휴직…늘었지만 갈 길 멀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 남성 육아휴직은 '배부른 소리'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도 여전합니다. 육아휴직을 하기까지, 육아휴직 기간 느끼는 '압박감'이 상당하다는 겁니다. SBS 취재진이 만난 남성 육아 휴직자는 남성 육아 휴직자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직원이 7명인 작은 규모 회사에 다니다 보니, 몇 개월 쉰다고 얘기하기가 우선 엄두가 나지 않았고, 회사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빈자리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고 그는 사표까지 각오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남성 육아휴직자 중 절반이 넘는 59.3%는 대기업 근무자였습니다.
공무원이나 큰 회사, 좋은 회사 다닌다고 하더라도 남자는 육아휴직을 하기 되게 어렵거든요. 눈치 보고, 솔직히 그런 제도 쓰는 건 여성들만 할 수 있고, 제가 알기로 공무원에 속해 있는 사람만 거의 쓰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양식도 다 공무원 양식이더라고요. 샐러리맨들이 생각하는 어려움은 다 똑같은 생각일 거예요. 몇 개월 동안 쉰다는 건, 중소기업에서는 굉장히 아마 싫어하시고 좀 반감을 표시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홍은호 씨 인터뷰)
경제적인 고민도 뒤따랐습니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한 달 휴직급여가 100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의 1인당 월평균 급여액은 69만 9천 원이었습니다. 육아휴직을 하면 최대 받을 수 있는 한도가 100만 원인데, 상한액을 받는 수급자는 2만 9천 699명으로 전체의 33%에 불과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육아휴직급여 편차도 컸습니다. 상한액을 받은 육아휴직자 중 대기업 근로자는 41.7%인 반면 중소기업 근로자는 23.1%에 불과했습니다.
"솔직히 100만 원 가지고 산다는 거는 생활하기 힘들죠. 그래서 그게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고요.솔직히 육아 휴직해서 애들이랑 더 붙어 있으면 돈을 더 쓰지 덜 쓰진 않거든요. 지금 현실도 그렇고요."(홍은호 씨 인터뷰)
남성 육아휴직자를 바라보는 주변 시선도 곱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젊은 놈이 왜 운동복 입고 왔다 갔다 해 애들 손잡고?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고요.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는) 그런 의식을 못 하고 있더라고요."(홍은호 씨 인터뷰)
현재 육아휴직 제도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다면 신청할 수 있는데, 제도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 참여자 늘었지만 남은 숙제 '산더미'

정부는 올해 7월부터 둘째 자녀를 대상으로 '아빠의 달' 정책을 사용하면 상한액을 15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혜택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육아를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의 책임으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녀를 키우는 것이 엄마의 책임일 뿐만이 아니라 아빠의 책임이기도 하다라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는 거죠. 그리고 자녀를 키우는 것이 결국은 미래의 노동력을 키우는 거잖아요. 그 미래의 노동력을 데려다 쓸 사람이 기업이기 때문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미래의 노동력을 키우는 데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비용을 같이 진다는 차원에서 남성과 여성 근로자의 육아휴직을 이해하고, 허용해주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윤자영 교수 코멘트)
(취재: 이강 / 기획·구성: 김도균, 장현은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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