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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관 해친다고 없앤 '눈'…슬그머니 사라진 점자블록

<앵커>

시각 장애인에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위험한 곳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점자블록'은 인도 위에 달린 눈과 같습니다. 그런데 일부 지역에서 이 점자블록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이성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자주 오가던 인도 위를 걷는 시각장애인 홍서준 씨. 그런데 낯선 장소를 걷는 것처럼 장애물에 걸리거나 뒤따라오던 행인과 부딪히기도 합니다. 방향을 제대로 잡고 걷는 게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 말, 서울 지하철 사당역에서 이수역까지 연결된 인도를 교체하면서 500미터 길이의 점자블록을 없애버렸기 때문입니다.

[홍서준/시각장애인 :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팔이 없어진 것하고 똑같은 심정이에요. 정말 내가 다시 또 올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이 자주 이용하는 경우에는 점자블록을 연속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구청은 점자블록이 미관을 해치고 다른 보행자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며 슬그머니 블록을 철거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 황색이기 때문에 도시 디자인 차원에서는 흉물이 될 수도 있어요. 가급적 안 깔고 싶어 하죠. 구청 공무원들 교육할 때도 그 얘기가 나왔었어요. (설치) 안 하면 안 되겠냐….]

최근 서울 중구 회현역 인근에 설치돼 있던 10여 미터 길이의 점자블록도 비슷한 이유도 사라졌습니다.

[이진원/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팀장 : 민원의 70%가 있던 선형블록이 사라져서 불편을 신고하는 경우인데요. 아무리 익숙한 길이 라도 목적지에 다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점자블록에 대한 지자체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시각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요원한 일입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유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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