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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공무원의 ‘좋아요’는 선거운동? 사실은…

[사실은] 공무원의 ‘좋아요’는 선거운동? 사실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 필요성과 발전 방안을 제시해보시오
●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 필요성과 발전 방안을 제시해보시오

발전 방안을 묻는 건 그것에 논란이 있다는 뜻입니다. 무리 없이 잘 정착된 상태라면 굳이 발전 방안을 물을 필요가 없지요. 공무원의 정치 운동을 금지하는 규정은 1963년 국가공무원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됐습니다. 법이 있어도 많은 공무원들이 정권의 선거운동에 동원됐습니다. 공무원도 일반 국민의 한 사람인데 정치적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도 계속됐지요. 50년 넘게 흘렀지만 논란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입니다. 공무원 정치 중립의 발전 방안을 묻는 이 ‘오래된 질문’은 지난해 입법고시 행정학 과목의 기출문제였습니다.

“공무원의 ‘좋아요’는 선거 운동?”
● 공무원의 ‘좋아요’는 선거 운동? – 거의 사실

대선을 앞두고 전국 경찰관이 SNS 지침을 받았습니다. 정치 관련 게시물은 공유는 물론 ‘좋아요’도 금지합니다. 선거 관련 대화가 많이 오가는 메신저 대화방에서는 아예 탈퇴하라고 합니다. “단순한 공유도 선거법 위반 시비가 빈번”하니 유념하라고 강조하지요. 선관위가 공공기관에 보낸 공문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속적, 반복적으로 좋아요를 클릭하는 행위”를 공무원의 SNS 활동 관련 주요 위반사례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선거 관련 글은 그냥 보기만 하라는 것입니다.

선관위는 “공무원이 정치 관련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사항”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냥 한 번 누른 것 정도는 취소나 삭제 요청을 하고 조직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이뤄진 게 확인되면 고발 조치까지 한다고 했습니다. 공무원의 '좋아요'는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선 사실상 선거운동으로 본 것입니다.

“정무직 공무원은 괜찮다?” - 거짓
● 정무직 공무원은 괜찮다? – 거짓

지난 17일 이철우 자유한국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서울 강남을에 신연희 강남구청장을 조직책, 지역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투입한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은 선거대책기구나 선거사무소 등에 방문하는 것조차 금지합니다.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가짜뉴스를 메신저에 퍼날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문제 삼지 않더라도 신연희 구청장을 선거대책위원장 자리에 임명할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논란이 일자 자유한국당은 선거대책위원장이 아니라 당직인 조직위원장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 등 정무직 공무원은 정당의 당원으로서 당직을 맡을 수 있고 정치적 의견 표명의 자유도 있어서 일반직 공무원보다 선거법 적용이 엄격하지 않다는 주장도 합니다. 하지만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를 보면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헌재는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에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을 제외한 모든 정무직 공무원이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오히려 직무의 기능이나 영향력을 봐서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에게는 다른 공무원보다 더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고 했습니다.

“고위직은 ‘관대’, 하위직은 ‘엄격’”
● 고위직은 ‘관대’, 하위직은 ‘엄격’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했단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두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서울시청 7급 공무원이었던 김민호 씨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시장 후보에 관한 2개의 글을 썼습니다. 5월 11일에 쓴 첫 번째는 “대통령 하나 바뀌면 엄청 많이 바뀐다. 오세훈이 박원순으로 바뀌니 많이 바뀌더라. 한가지만 예를 들면 편지를 썼더니 오세훈은 한번도 답장 안하더라. 그런데 박원순은 꼬박꼬박 한다. 늦은 밤에 또는 이른 새벽에 하더라”라는 글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정몽준 후보의 사진을 게시하면서 그 아래 “자기 자식 때문에 우는 놈 정신 빠진 놈, 안산에 합동분향소 아이들, 영정사진 가서 봐라”는 글이었지요. 대법원은 김 씨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벌금 150만원을 확정했습니다. 서울시에서 20년 가까이 일한 김 씨는 이 대법원 선고로 공무원 직을 잃었습니다.

지난 2015년 8월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당시 새누리당 연찬회에 참석했습니다. 정 전 장관은 건배사로 “총선을 외치면 필승을 외쳐달라”고 말했고 최 전 부총리는 특강에서 “내년엔 잠재성장률 수준인 3% 중반 정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 당의 총선 일정 등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선거 관리의 주무 장관과 실세 중 실세라는 두 사람의 발언이어서 논란이 컸는데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특정 정당 소속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친 건 아니라고 봤지요. 다만 “중립을 의심 받을 수 있는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강력한 주의 촉구 결정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의 경우 하위직은 모든 정치활동이 가능하고 고위직 공무원은 정당 가입을 허용합니다. 우리나라도 고위직, 중간직, 하위직 등에 따라 정치활동 제한의 정도를 달리하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물론 그 방향은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끼칠 힘이 큰 고위직은 엄격하게, 하위직으로 갈수록 폭넓게 허용해주자는 쪽입니다. 하지만 앞선 두 사례에서 보듯 선거법 적용이 정반대로 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옵니다. 일반 하위직 공무원들은 좋아요조차 막으면서 정당이 고위직 공무원을 사실상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도 당직을 맡는 거라 처벌할 수 없는 상황. 공무원 정치적 중립의 발전 방안은 시험에서만 고민할 문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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