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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회전할 땐 세월호 선체 변형 없었다? "호환 안 되는 MT로 회전"

- 해수부, 호환 안 되는 모듈 트랜스포터(MT)에 세월호 선체 싣고 5도 회전
- 해수부, 당시 세월호 선체 변형 발견됐다며 회전 중단 
- 해상 운송 업체들 "호환 안 되는 모듈 트랜스포터로 회전 안 되는 건 전문가라면 아는 사실"
- 해수부 "호환 문제 없다"..당시 장비 동원 업체 "현장에 호환 장비도 없었다"


성한 데 없이 뚫리고 녹슨 세월호. 세월호의 생채기들은 길고 긴 지난한 3년의 시간을 새삼 일깨워줬습니다. 세월호가 반잠수선 위에서 육상으로 거치된 뒤 상태는 더욱 심각했습니다. 뱃머리와 배 뒤쪽은 약간 처지며 변형이 왔고, 배 뒤쪽의 객실 부문도 앞으로 기울었습니다. 또 배 뒤쪽 왼편의 4층과 5층 객실 부문은 일부 함몰됐습니다.
육상으로 거치된 세월호. 곳곳에 변형이 발견됐다.
● 세월호 5도 틀었을 때 변형 확인…회전 중단

당초 해수부는 세월호의 객실이 육지 쪽을 향하도록 선체를 돌려놓기로 했습니다. 세월호를 받치고 있는 모듈 트랜스포터를 90도 회전해 세월호를 바다와 평행하게 두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해수부는 세월호를 5도 가량 틀었을 때 세월호 선체에 뒤틀림과 변형이 확인됐다며 이동을 중단하고 선체를 바다와 수직된 상태로 지금 자리에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해수부는 당시 "세월호 선체 중간~선미 사이가 틀어지고 선수와 선미 부분은 휘어졌다"고 밝혔습니다.

기자들은 당시 "세월호를 곡선으로 트는 과정에서 선체에 변형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해수부에 질문했습니다. 해수부는 "그것보다는 전체적으로 부두의 평탄성 문제도 있고, 세월호 자체가 워낙 취약해 모듈 트랜스포터를 아주 천천히 운행했음에도 선체 변형이 일어났다"고 해명했습니다. 곡선으로 트는 과정에선 변형이 없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육상거치 전과 후의 세월호 모습이 달라졌다는 것 뿐 어느 과정에서 정확히 변형이 가해졌는지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해수부가 세월호를 90도 돌리려는 과정에서 애초에 서로 호환되지 않는 모듈 트랜스포터를 가동했다는 것입니다. 세월호 보존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자칫 세월호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해수부는 선체를 5도 회전시켰을 때 변형이 발견되자 회전을 중단했다.
● 해상 운송 업체들 "다른 기종의 장비로 회전 불가능"

해수부는 세월호 선체 무게를 잇따라 잘못 예상하면서 모듈 트렌스포터를 480대에서 120대 추가해 600대로 늘렸습니다. 처음엔 '쉴러(Scheuerle)'사 제품을 사용했는데, 이후엔 '카막(Kamag)'사 제품을 들여왔습니다. 같은 제품끼리는 같은 통신 시스템으로 연결돼 유기적으로 제어하고 회전할 수 있지만, 다른 제품은 서로 호환되지 않아 함께 회전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해상 운송 업체들은 "서로 다른 제품의 모듈 트랜스포터는 회전각이 달라 같이 회전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렇게 회전하는 경우엔 같은 종류만 쓰지 절대 다른 종류를 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자동차 SM5와 K7의 회전 각도가 서로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이는 전문가들이라면 아는 사실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해수부는 두 회사는 현재 합병된 상황으로 양제품 간 기계적인 호환이 가능해 성능을 발휘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기존 쉴러사 제품에 카막사 제품을 추가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호환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별도의 장비 기사를 투입했다고도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당시 현장에서 장비를 동원한 운송 업체 측의 말은 사뭇 달랐습니다. 업체 측은 "쉴러사와 카막사 각각의 장비에 이동 신호를 입력했는데, 서로 시스템과 전자 신호가 달라 회전 각도에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나마 "인터페이스(호환 장치)를 연결하면 호환이 가능한데, 당시엔 인터페이스를 연결할 시간도, 장비도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전문가들의 말대로면, 이 상태에선 직진 이동은 가능하지만 회전은 어려운 상태였던 겁니다.  

SBS 취재진이 재차 해수부에 다른 기종의 장비를 추가로 들인 이유를 묻자, 이철조 세월호 인양추진 단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장비 공급의 용이성'과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한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다시 말해, 안전성 외에도 장비 공급이 쉬운 제품을 찾다 서로 다른 종류의 제품을 택한 것으로 보입됩니다.

물론 당시 세월호를 육상으로 빠른 시일 내에 거치하기 위해 장비 공급의 용이성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문가나 업체의 자문을 구해 호환 장치를 준비했어야 합니다. 혹은 이같은 호환 준비가 충분히 돼 있지 않다면 세월호 선체의 회전 시도 자체를 삼갔어야 할 것입니다.
세월호를 받치고 있는 모듈 트랜스포터. 기존 '쉴러'사 장비 480대에 '카막'사 장비 120대를 추가했다.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조사를 위해 세월호 선체 보존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이런 한 단계 한 단계의 작은 문제들이 세월호 선체 변형에도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해수부가 강조하듯 '약해진 세월호'의 상태를 고려한다면 더욱 주의가 필요했을 겁니다.

세월호를 이미 육지에 올려놨는데 이게 무슨 대수냐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조사라는 두 가지 목표가 그대로 남아있는 지금, 세월호를 육지에 올려놓은 지금이 사실상 시작입니다. 회전하면서 세월호 선체 변형에 영향을 준 근거가 있냐고 묻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같은 해수부의 조치가 거꾸로 지금의 선체 변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근거 또한 없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보다 준비된 기본 자세에 관한 것입니다.

● 시험 인양에 이어 본 인양에서도 미비 잇따라

시험 인양을 예정했던 지난달 19일에도 해수부는 세월호를 바닥으로부터 1~2미터 들어 올려보려던 시험인양을 시도도 하지 못했습니다. 인양줄에 힘이 가해지자 이 줄이 대부분 꼬였기 때문이었는데, 미리 인장력 테스트를 비롯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가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또, 지난달 22일 본인양 시도 당시에도, 해수부는 차량용 출입문이 열린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면서 이를 절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초에 해수부가 이미 세월호 선미 부분이 파손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미리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SBS 취재결과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차량용 출입문은 급격한 침수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이러한 일들은 모두 해수부가 미리 확인하고 대비했다면 피할 수 있는 일들이었습니다.
2015년 초 음파탐지기 영상. 이때 이미 선미 왼쪽의 개폐장치가 보이지 않는다.
3년 만의 세월호 인양…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세월호 참사 발생 전과 후의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고 모두가 한목소리로 이야기해왔습니다. 세월호 인양은 이후의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정일 것입니다. 참사 1년만에야 이뤄진 박근혜 정부의 인양 결정, 그리고 수차례 인양시도 실패 끝에 이뤄진 공법 변경까지, 갖가지 이유로 세월호는 침몰 3년 만에야 우리 앞에 어렵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숱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세월호는 결국 인양됐고, 미수습자 수습과 함께 진상조사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세월호 인양의 그 의미들이 퇴색되지 않도록 유종의 미가 가장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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