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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엘시티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 (21)

송성준 기자 sjsong@sbs.co.kr

작성 2017.04.17 16:54 수정 2017.05.19 14:27 조회 재생수2,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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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취재 '해운대 엘시티' 수사


■ 권력형 비리 의혹 2 : 포스코 시공사 참여 및 책임 준공 약속 (하)
이영복 회장엘시티 PFV(시행사)의 실질적 대표인 이영복 회장은 신용불량자입니다. 자신 명의의 어떠한 자산도 없습니다. 당연히 금융권의 대출이나 신용보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엘시티 시행사 또한 중국 CSCES 건설사의 시공 참여와 철수 과정에서 PF 대출을 받을 수 없어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파산 위기 상태였습니다. 한마디로 신용불량 부실기업이었습니다.
 
● 신용불량 기업에 포스코 건설은 왜 시공 참여했는지 의문 투성이
포스코 건설그런데 우리나라 1군 건설업체인 포스코 건설이 시공사로 나서고, 더구나 금융권의 PF 대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책임준공' 보증까지 하고 나선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포스코 그룹 최고 책임자인 권오준 회장조차 반대한 사업인데 말입니다. 당시 포스코 건설은 해외 비자금 문제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고 있어 신규 수주를 받을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고 포스코 관계자는 진술하고 있습니다.

시공 참여는 포스코 건설 황태현 사장 주도 아래 이뤄졌습니다. 황 사장은 포스코 건설 부사장직을 끝으로 은퇴한 지 6년 만에 사장으로 재발탁 됐는데 발탁 배경에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황 사장은 임기를 한 달여 놔두고 돌연 사퇴하게 됩니다. 이 또한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황 사장의 재발탁과 갑작스런 사퇴는 권 회장의 의지였을까요? 권 회장은 왜 처음에는 시공사 참여를 반대했다가 찬성으로 돌아섰을까요? 포스코 건설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 도중에 1조 5천억 원이 넘는 초대형 건설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국내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시행사들의 채무상태가 열악해 도산하는 사례가 허다하다."며 "엘시티 같이 초대형 사업의 경우 책임 준공제에 나섰다가 최악의 경우 시공사도 부도로 내몰릴 수 있는 상황으로 엘시티 사례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천만한 도박 같은 결정은 포스코 건설만의 결정일까요? 포스코 건설의 한 관계자는 “외부 압력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포스코 시공 참여…"뒤에 청와대 실세의 개입 흔적이 보인다."
안종범 메모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메모 수첩에 부산 엘시티 관련 메모가 발견됐습니다. 2015년 7월 19~28일 사이에 작성된 안 전 수석의 메모를 보면 해운대 LCT 아래에 가위표가 있고, 펀드란 영문 밑에 하나은행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름이 또 그 옆에는 포스코 이름이 기록돼 있습니다.

이건 뭘 의미하겠습니까? 첫째 엘시티 시공을 담당했던 중국 건설사의 철수로 시공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점. 둘째로 그래서 새로운 시공사로 포스코를 낙점했다는 점. 셋째로 해운대 엘시티 시행사와 포스코를 연결시키기 위해 금융권 지원이 필요했고 하나은행 김 회장에 대한 접촉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안종범 전 수석실제로 검찰 수사 결과 안 전 수석이 김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PF 참여 검토를 요구했으나 김 회장이 내부 검토 끝에 거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 뒤 부산은행이 엘시티 PF 대주단 구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되는데 부산은행의 PF 대출과 그에 앞선 브릿지 론(단기 대출) 또한 정상적인 대출 관행을 크게 벗어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특혜성 대출'로 점철돼 이 또한 의혹으로 남아 있습니다.

즉 하나은행의 PF 대출이 실패하자 부산은행으로 방향을 돌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포스코 건설은 메모대로 시공사로 참여했습니다.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도 정확하지 않습니까? 안 수석의 메모 수첩에 왜 엘시티 관련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까요?
 
● 황 전 사장,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두 차례 만나 사업 참여 검토
황태연 전 포스코 사장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포스코 건설 황 전 사장이 현기환 정무 수석을 만난 것은 두 차례입니다. 한 번은 2015년 3, 4월 경 엘시티 사업에 참여하기 전입니다. 현 전 수석은 당시 정무수석 임명 전입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친박 실세로 분류돼 있었습니다. 포스코 내부 제보자에 따르면 "황 사장은 이날 현 수석을 만난 뒤 시공사 참여를 결정했지만 그 과정에 상당한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또 한 번은 2015년 7월 정무수석 임명을 전후로 부산에서 이영복 회장과 함께 같이 만났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황 전 사장은 현 전 수석으로부터 또 다른 사업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혔습니다. 포스코 건설은 2015년 4월 20일 공사도급계약 약정을 체결하고 그 해 7월 시공 계약을 합니다. 그리고 2015년 10월 15일 공사 착공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안종범은 경제 수석. 현기환은 정무 수석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엘시티 사업을 위해 적어도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포스코 건설 참여 배경에 최순실의 그림자가 보인다?
최순실엘시티 이영복 회장은 2011년 3월, 인·허가를 받은 뒤 2년 여 동안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큰 위기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이상할 정도로 행운이 찾아옵니다. 법무부에서 외국인 부동산 투자이민제 대상 지역으로 엘시티 랜드마크 건물을 지정해 주는가 하면 숙원이었던 시공사 문제도 중국 건설회사가 참여해 해결됩니다.

하지만 중국 건설사가 1년 반 만에 물러나면서 또다시 큰 위기가 찾아왔지만 국내 굴지의 포스코 건설이 시공사로 나서 위기는 기회로 바뀝니다. 또, 2013년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됐지만 이 또한 유야무야됩니다. 정말 기가 막히게 실타래처럼 꼬인 난제들이 술술 풀린 겁니다.

엘시티 이 회장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2013년부터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이 회장이 아무리 로비를 잘하지만. 검찰, 포스코 이거는 현기환씨도 못하는 일이에요. 자기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VIP가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2013년, 14년, 15년을 거쳐 가면서 이 회장의 숨겨져 있던 진짜 VIP가 아무래도 비선 실세 최순실 씨 같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최순실 씨 라면 2013년 검찰 조사도 막을 수 있겠구나. 또 포스코 건설도 움직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 엘시티 이 회장, 박근혜 정부 출범 뒤부터 잘 풀려
이영복과 최순실 그리고 김기춘이 회장에게 다시 행운이 찾아오기 시작한 2013년은 2월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해입니다. 또 이 회장이 가입했다고 알려진 황제계에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가입한 해이기도 합니다. 2013년부터 이 회장과 최 씨는 황제계에서 친분을 유지해 온 겁니다.

이들은 지난해 검찰 수사를 피해 도피 기간에도 매달 수천 만 원씩 회비를 내 온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또, 이 회장 부부는 최 씨가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던 서울 C병원에서 역시 같은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최 씨는 포스코그룹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정치권의 분석도 나왔습니다.

더불어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해 12월 5일 최순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발언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이 조원동 경제수석에게 포스코 회장으로 권오준을 선임하도록 압력을 넣었고 포스코 건설이 엘시티 시공사로 참여하도록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비선실세 최 씨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겁니다.

포스코 건설의 최대 주주는 포스코입니다.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죠. 결국 포스코 건설은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하는 '국책건설사'의 성격이 농후합니다. 결국 포스코의 시공 참여는 이영복- 최순실-김기춘-조원동-권오준-황태현의 연결고리가 작동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게 주위의 분석입니다.

또, 포스코 그룹 권 회장의 부인 박 모 D대 교수와 최 씨의 친분설도 있습니다. 포스코 시공 참여에 개입해 온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친박 실세 중 한 명으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친박 실세 중 실세로 분류되는 최경환 의원은 당시 경제부총리였습니다. 이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며 아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포스코 정도의 큰 기업을 움직이려면 현 전 수석이 아닌 '더 큰 권력 실세의 개입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세간의 의혹이 쏠리는 것도 이러한 권력 역학 구도 속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엘시티 황 사장 사퇴시킨 이영복 회장, 포스코 인사 개입?
이영복과 황태연엘시티 시공사 참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황 전 사장은 아이러니 하게도 자신이 도와준 엘시티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배신(?)을 당합니다. "황 사장의 돌연 사퇴 배경에는 이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황 사장 스스로 밝히고 있습니다.

이 회장이 아파트 분양대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한 황 사장은 이 회장의 말대로 한 달 만에 회의를 하다가 전화로 교체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이 회장은 어떤 실세의 힘을 빌려 황 사장을 사퇴시킬 수 있었을까요?
 
● 포스코 건설… '합리적 경영 판단' 주장 불구, '위험한 도박' 주장 대다수
 
포스코 건설은 "특혜는 없었다. 엘시티의 사업성을 보고 결정한 합리적인 경영적 판단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공사비 1조 5천억 원 가운데 1조 원은 착공과 동시에 PF 자금으로 지급받고, 나머지 5천억 원은 아파트 분양 대금으로 받는데, 분양 성공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내일 망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의 회사와 손을 잡고 1조 5천억 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을 함께 하겠다고 나선 포스코 건설의 선택은 도박에 가깝다는 비판입니다. 다행히도 분양 성공으로 큰 위기 없이 공사를 진행 중이지만 만에 하나 잘못됐다면 포스코 건설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위험한 선택을 했습니다 .
 
● 검찰 면피성 수사로 일관 "외압 확인 못 해"
검찰 브리핑검찰은 이러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포스코 건설에 대해 "뚜렷한 업무상 배임이나 외압 금품 로비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안종범 전 정책수석에 대해서는 수사팀이 서울 출장을 가서 한 차례 조사를 벌였지만 "당시 누구의 부탁으로 메모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는 진술을 받았을 뿐입니다.

안 수석의 전화를 직접 받은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도 한 차례 소환 조사를 벌였지만 김 회장으로부터 "실무진의 검토를 거쳐 PF 대주단 참여를 거절했다."는 진술을 받았습니다. 최순실과 이영복 회장의 강남계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최순실의 휴대전화 1년 치 통화 기록을 조사했지만 특별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 씨는 대포폰을 비롯하여 여러 대의 휴대폰을  차명으로 사용해 온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져 이러한 실명 휴대폰 통화 기록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는 지는 의문입니다. 결국 "면피성 수사였다."는 지적과 함께 "수사 의지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