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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저출산 고령화의 어두운 그림자 "1인 가구"

[칼럼] 저출산 고령화의 어두운 그림자 "1인 가구"
요즘 결혼하지 않은 연예인들의 혼자 사는 모습을 엿보는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들이 인기다. SBS의 <미운 우리 새끼>라든지 MBC의 <나 혼자 산다.> 등등의 프로그램들은 연예인의 집 구석구석에 카메라를 설치 해놓고 24시간 일상생활을 들여다본다. 클럽에도 다니고 각종 취미 생활들을 즐기는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호기심을 선사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또 있다. 혼자 산다는 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늘어나는 추세가 무섭다. 흔히 가정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아빠 엄마와 아이 둘 이런 4인 가구의 모습은 이제 곧 찾아보기 어렵게 될 것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총 가구 수는 1901만 가구이다. 

이 가운데 부부와 자녀 1명 이상 있는 가구는 32.3%로 3가구 중에 1가구에 불과하다.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27.2%, 부부만 사는 가구는 15.5% 이다. 그런데 2045년에는 이 순서가 바뀌어 1인 가구가 36.3%로 크게 늘고 부부가구 21.2% , 그리고 부부와 자녀가 있는 가구는 15.9%로 쪼그라든다. 1인 가구 비중은 내후년 2019년부터 부부와 자녀가 있는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했다. 가구원수로만 분류하면  이미 1인 가구가 가장 많고  2인 가구, 3인 가구, 4인 가구의 순서가 된다.
 
<주요 가구 유형별 구성비 2015-2045>
주요 가구 유형별 구성비 2015-2045 (통계청)
현재 우리나라 1인 가구 숫자는 518만 가구에 이른다. 연령대로 보면 30대 이하가 191만 가구로 가장 많고 60대 이상이 155만 가구가 된다. 2045년까지 살펴보면 70대 이상 노인들의 1인 가구가 가장 많아 질 것으로 예측됐다.
 
<1인 가구 연령별 규모  2015-2045>
1인 가구 연령별 규모  2015-2045 (통계청)
30대 이하와 60대 이상에 몰려 있는 이런 1인 가구의 급증 추세 뒤에는 저출산 고령화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젊은 1인 가구의 증가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서글프다 . 졸업과 취업 그리고 연애와 결혼으로 이어지던 전통적인 가족 형성 과정의 붕괴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취업절벽이 근본 이유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5∼24세 청년층 실업률은 10.7%로 4년 연속 상승했다.  대부분의 OECD 국가의 청년 실업률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역주행하고 있다.

연령대를 좀 넓혀보면 실업의 심각성이 더 커진다.  통계청이 밝힌 지난해 15세부터 29세까지의 공식적인 실업자 수는 54만 8천 명이지만 국회의장실이 최근 발표한 사실상의 실업자는 수는 148만 3천 명까지 늘어난다. 사실상의 실업자란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쉬고 있다는 젊은이들까지 포함한 것이다.

게다가 취업이 됐다고는 하지만 또 그 취업의 질을 살펴보면 상당 부분이 1인 창업과 프리랜서라는 명목의 사실상 자신의 생활비조차 벌지 못하는 빈곤의 둘레 속에 갇혀있다.

부모를 떠났으나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 사회부적응자라는 자괴감에 친구 관계는 소원해지고 결국은 그나마 맘 편한 자신의 방으로 숨는다. 외부와의 접촉을 인터넷이나 SNS에 의존하면서 더욱 더 실체적인 관계는 고립된다. 연애와 결혼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되고 한국의 초저출산 현상의 전형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젊은 층의 1인 가구 증가율은 결국 어둡고 우울한 노인들의 1인 가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별과 이혼으로 대별되는 노년 1인 가구의 원인은 오래 살수록 심화된다. 퇴직 후 사회적인 인간관계가 단절되었지만, 돌아갈 가족의 품은 점점 좁아진다. 우리나라 전체 이혼의 3건 중 1건이 20년 이상 산 부부간의 이른바 황혼 이혼이다. 성격 차이로 더 이상 참고 살 수 없다는 이유가 가장 많지만 실상을 좀 더 들여다보면 결국은 돈과 빈곤으로 귀착되는 경우가 많다.

연금 등 국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가족들과의 관계마저 없다면 빈곤의 늪을 피할 길이 없다. 노인 1인 가구의 쓸쓸한 모습은 독거노인이라는 삶의 형태를 만들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인 자살률로 까지 이어진다.

대한민국 1인 가족의 생활은 텔레비전 예능프로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혼자 살지만 즐기면서 사는 모습처럼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1인 가구의 생활 형태를 새로운 미래 가족의 모습으로 성급하게 규정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치부하고 1인 생활에 맞추는 1인분 짜리 상품 개발에 만족할 때는 더더욱 아니다. 그러기에는 현재 518만이나 되는 1인 가구의 삶의 질이 너무나 열악하다.

1인 가구를 보호할 복지시스템을 다시 살펴보아야 하다. 그리고 관계를 이어줄 각종 배려와 연대의 사회안전망도 확충되어야 한다. 우선 가족까지는 아니어도 함께 사는 셰어하우스 형태의 유연한 관계부터 시작해, 결국은 가족을 다시 복원시키는 사회적인 노력과 국가 정책의 적극적인 개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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