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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88 : 진실의 힘, 기록의 힘…'세월호 그날의 기록'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7.04.16 07:32 수정 2017.04.16 07:55 조회 재생수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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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일은 작은 손전등 하나로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배를 비추는 것과 같습니다. 비록 최선을 다했지만, 이 책만으로는 새로운 손전등을 하나 더 보태는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희미한 불빛에 어렴풋이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진실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수십 개, 수백 개의 손전등으로 배 전체를 환하게, 또렷하게 비출 수 있다면, 그때는 우리가 본 것을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3주기입니다. 세 번째 봄이 찾아왔습니다. 침몰 1,091일 만에, 3주기를 엿새 앞두고 세월호는 돌아왔습니다. 이제까지 세 번에 걸쳐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3주기 당일에는 이 책을 읽겠노라고 일찌감치 정했습니다. 진실의 힘 세월호기록팀이 쓴 [세월호 그날의 기록]입니다. 700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입니다. 
 
잊지 않겠다고 쉽게 말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래 놓고 곧잘 잊었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또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그랬습니다. 대다수가 그러는데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또 기록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진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세상은 더디지만 바뀝니다. 세월호가 3년 만에 물 밖으로 나온 건 그런 노력들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기록에 충실한 책입니다. 1부 그날 101분의 기록, 2부 왜 못 구했나 3부 왜 침몰했나 4부 대한민국에서 제일 위험한 배 어떻게 태어났나 5부 구할 수 있었다로 구성됐습니다. 이 중에서 '펴내면서'와 '후기', 그 중간에는 4부 대한민국에서 제일 위험한 배 어떻게 태어났나를 중심으로 조금씩 읽겠습니다. 세월호가 참사가 된 것은 박근혜든 유병언이든 누구 한 사람 때문에 일어난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참사'가 되었다는 것을 특히 이 4부에서 여실히 보여줍니다.
 
"막상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보니 처음에 예상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양의 기록이 있었습니다. 끝내 수집하지 못한 자료도 적지 않습니다. 어둡고 탁한 바닷물 속에 잠겨 있는 세월호처럼, 진실도 그에 못지않게 막막한 기록과 자료의 바닷속에 잠겨 있었습니다."

"'과연 승객들을 구할 수 있었을까?', '476명이 탄 여객선이 갑자기 침몰하는 상황에서 해경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모든 의문은 결국 이 질문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제가 신이 아닌 이상 어떻게 이것을 다 챙깁니까?' 목포해양경찰서장의 항변은 현장의 해경들은 물론 해경 지휘부의 생각을 대변합니다. 기록팀은 객관적인 자세로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구할 수 있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도 그랬다. 청해진해운이 2013년 3월 인천~제주 항로에 세월호를 투입한 뒤 심상치 않은 징후가 반복해 나타났다. 비록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아찔한 순간이 되풀이됐다. 선원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배"라고 부를 정도였다. 하지만 누구도 '경고음'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시험운항을 제대로 했다면 세월호의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했을 수도 있었다. 한국선급이 승인한 도면과 객실 출입문 위치가 서로 다를 만큼 엉터리로 세월호 증개축이 진행됐기 때문에 설계도를 들고 한 번 둘러보기만 해도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청해진해운은 증선 인가부터 증개축, 운항관리규정 승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마다 불법을 저질렀다. 취항 뒤에는 상습 과적과 불량 고박을 거듭했다. 여러 차례 안전사고도 겪었다. 2014년 4월 16일까지 위험신호가 계속 울렸다. 국가기관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부실하게 하기도 했고 청해진해운의 불법행위에 가담하기도 했다."
 
"기록팀은 한 사람을 생각하며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견뎌냈습니다. 10년쯤 지난 후에 이 책을 읽어주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배 안으로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오자 학생들과 승객들이 손을 모아 난간 밖으로 애기를 밀어 올려 보낸 것입니다. 권 양은 그렇게 살아남았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기적이었습니다. 10년 후 별이 된 아이들만큼 자란 권 양이 이 책을 읽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월호는 그저 교통사고가 아니었다. 2014년이라고 해서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재난은 항시라도 발생할 수 있다. 세월호 침몰이 참사가 된 건, 국가의 역할인 재난 구조에 국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과 규정이 정한 대로 작동한 건 아무것도 없었고 그 결과는 304명의 미귀환이었다. 세월호를 인양한 목적은, 일어나선 안 되는 참사가 일어났는데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는 당위가 세월호를 끌어올렸다. "세월호 인양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것들이, 함께 인양되기를 기대한다.
                                      
▶ [SBS 취재파일] '세월호는 왜 인양했나... 세월호와 함께 인양해야 할 것들' 중에서.
 
(재단법인 진실의 힘과 세월호 기록팀으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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