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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만족도 '꼴찌'인 아이들…"학원, 휴일엔 문 닫자"

노유진 기자 knowu@sbs.co.kr

작성 2017.04.10 20:46 수정 2017.04.10 23:38 조회 재생수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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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하루 평균 학습 시간이 10시간을 넘습니다. 오죽하면 '학습 노동'이란 말까지 생겼는데, 일주일에 하루, 일요일만이라도 학원을 쉬게 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노유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의 학원 교실마다 학생들이 가득합니다.

수업이 끝나는 밤 10시면 막히는 도로에서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한바탕 귀가 전쟁을 치릅니다.

몸은 이미 파김치가 됐지만, 하루 공부가 다 끝난 건 아닙니다.

[고등학생 : 저 이제 집에 가서 내일 학원 갈 숙제를 하러 갑니다. 피곤하긴 한데 어쩔 수 없죠. 해야 하니까. 안 해가면 안 되니까…]

주말과 휴일에도 학원 스케줄로 시간에 쫓기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고등학생 : 휴일에 더 수업이 많아요. 휴일에는 시간이 오히려 많으니까 그만큼 학원을 더 많이 다니게 되는 거 같아요.]

학습 노동에 내몰리는 현상은 대입 수험생뿐 아니라 중학생까지 내려갔습니다.

고등학생의 71%, 중학생의 49%가 일요일에 학원에 다닌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러다 보니 우리 학생들은 OECD 국가 가운데 공부하는 시간은 가장 길지만, 삶의 만족도는 꼴찌였습니다.

[고등학생 : 행복할 때는 솔직히 공부하다가 그냥 시험 끝나고 잠깐 놀 때 이럴 때 말고는 별로 그냥 계속 공부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니까…]

청소년 휴식권을 보장하는 실험적 교육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 대안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겠다고 서약서까지 쓰고 입학합니다.

[김서현/대안학교 학생 : (전에는) 시험기간이면 이제 4시부터 밤 11시까지 학원을 다녔었어요. 지금은 스터디도 하고 또 선생님께 직접 교무실로 찾아가서 질문도 하고…]

최근에는 일요일만이라도 학원도 쉬도록 법으로 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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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러니까 "일요일만이라도 학원을 쉬게 하자, 그래야 쉴 수 있다."라는 건데, 학원휴일휴무제, 오죽하면 이런 제안이 나왔을까 싶습니다.

<기자>

학생들의 시간이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말에도 공부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일요일 하루는 학원 문을 닫아서 학생들을 쉴 수 있게 해주자는 겁니다.

그러니까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서 대형마트들이 한 번씩은 문을 닫는 것처럼 청소년을 위해서 학원 문을 좀 닫는 날을 정하는 말입니다.

<앵커>

제도 도입하자는 주장의 핵심적인 근거가 뭡니까?

<기자>

치솟는 사교육비와 살인적인 학습량을 줄이자는 겁니다.

제가 취재를 하면서 만난 한 학부모는 "일단 휴일에 학원이 다 같이 쉬면 다른 집 아이가 학원을 가니까 우리 집도 보내야 한다는 그런 마음이 좀 줄어들지 않겠냐"라고 말했습니다.

또, 학원 운영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보다 청소년 보호가 더 중요하다는 논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로운 학습권을 침해한다거나 휴무제를 피해서 또 다른 사교육이 늘어날 수 있다며 반대하는 부모도 있었습니다.

<앵커>

그래도 사회적 합의만 있으면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학원 수업을 밤 10시까지로 제한하는 조례를 만들 때도 굉장히 논란이 컸습니다.

그래도 결국 조례가 통과됐는데요, 이때처럼 사회적 합의만 이끌어내면 충분히 법제화할 수 있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실제로 학부모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학원 휴일 휴무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문제는 교육 시민단체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고 대선 과정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잘 들었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윤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