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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엘시티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 (19)

연속 취재 '해운대 엘시티' 수사
앞에서도 누차 지적했지만 엘시티 사업 비리는 1단계 인허가 비리와 2단계 권력형 실세 비리로 나눠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검찰은 1단계 인허가 비리에 대해서는 수사를 해왔고 제한적이나마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단계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사실상 수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제대로 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엘시티 사업 2단계 권력형 실세 비리 수사’는 다뤄지지 않았다.
엘시티 공사 현장과 이영복 회장
엘시티 사업 2단계는 2011년 3월 부산시로부터 건축심의를 통과한 뒤부터 2015년 10월 엘시티 아파트 분양이 이뤄지기까지 과정에서 일어난 각종 특혜 의혹을 규명하는 일입니다.
 
사업 허가를 받고 난 뒤에 가장 큰 현안은 이 초대형 개발 사업을 담당할 시공사를 선정하는 일입니다. 101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짓는 만큼 최고의 시공 기술력을 보유한 1군 대기업 건설업체의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국내 1군 건설업체 어느 곳에서도 시공사로 참여를 하지 않은 겁니다.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당시 ‘마천루의 저주’ 즉 건물 높이 240m 이상 초고층 건물 건설 붐이 일면 경제 파탄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공공연하게 회자될 정도로 국내 경기 불확실성과 특히 건설경기가 불투명할 때였습니다.
 
인허가만 받으면 곧 공사가 시작될 것 같았던 엘시티 사업은 난관에 봉착했고 시행사는 직원 감원과 함께 남아 있는 직원 월급조차 제대로 주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렸습니다. 부산에서는 엘시티 사업이 망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영복 회장에게 소위 1차 위기가 찾아 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 때 부터 정말 마법과도 같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일들이 벌어진 것입니다. 마법과도 같은 일은 엘시티 사업의 실질적인 대표인 이영복 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지역에서는 “과연 이영복 회장”이라는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어떤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요? 그리고 그 일들이 왜 권력실세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들이 나왔을까요? 하나하나 분석해 보겠습니다.
 
● 권력형 실세 비리 의혹 1: 법무부의 외국인 부동산 투자 이민제 지정
부동산 투자이민제 법무부 자료
엘시티 사업이 파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지역에서 파다하게 돌 무렵 이 회장과 엘시티 시행사에 희소식이 전해집니다. 2년여 동안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사업이 장기 표류하고 있던 2013년 5월, 법무부에서 엘시티 호텔사업 부지를 ‘외국인 부동산 투자 이민제’ 지정 대상 지역으로 선정한 것입니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란 법무부가 외국자본 유치를 명분으로 7억원 이상 투자한 외국인에게 거주 자격이나 영주권을 주도록 한 제도입니다. 그만큼 외국인에게 투자 받기가 쉬워지게 되는 겁니다.
 
● 민간 상업시설에 투자이민제 지정은 최초, 유일한 사례
엘시티 101층 레지던스 호텔 조감도
그런데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왜 특혜라고 하는 걸까요?

전국적으로 투자이민제가 지정된 지역은 전국적으로 엘시티 레지던스 호텔을 비롯해 제주도와 강원도 평창, 인천 영종 지구 등 모두 7곳입니다. 이중 다른 6곳은 모두 공공 개발 성격이 강한 ‘지역’을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유독 엘시티만 101층 짜리 ‘랜드마크 건물’을 콕 찍어 투자 이민제 대상지로 지정 했습니다. 특정한 민간 상업시설에 지정을 한 것은 전국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1년 전인 2012년 4월 이명박 정부 말기에 부산시가 엘시티 사업 부지에 부동산 투자 이민제 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법무부에 공식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권재진 법무부장관은 “당시 특혜 시비가 있을 수 있어 거절했다”고 지난해 11월 한 방송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 투자이민제 지정 당시 정부와 국회 등에 전직 부산고검장과 지검장 출신 포진
황교안과 정홍원 사진
그런데 1년 뒤인 2013년 5월 박근혜 정부 출범 3개월도 채 지나기 전에 승인을 해 준 것입니다. 당시 법무부장관은 황교안 현 대통령 권한대행입니다. 또 당시 국무총리는 정홍원, 청와대 비서실장은 부산 북, 강서을 지역구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허태열씨 였습니다. 당시 투자 이민제 지정에 앞장 선 국회의원은 새누리당 법사위 소속 김도읍 의원(부산 북 강서을)이었습니다.

김 의원은 허 전 비서실장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부산 출신 국회의원입니다.

지역 소식통 사이에서는 “부산지역 국회의원 치고 이 회장의 금전적 후원을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이 회장과 지역 정치인의 관계는 각별했습니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2002년 부산지검장을 역임했던 검찰 출신 인사로 역시 이 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회장은 1998년 다대 만덕 택지개발 비리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자 잠적해 2년 넘게 도피 행각을 벌이다가 2001년 11월 검찰에 자수한 이력이 있습니다. 정 전 총리가 부산지검장으로 재직 당시 이 회장은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되는 인연이 있습니다. 정 전 총리와 이 회장의 관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몇가지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엘시티에 대한 부동산 투자이민제 지역 지정 이후 같은 해인 2013년 10월 28일 중국의 세계적 건설회사인 CSCES (중국건축공정총공사)가 시공사로 들어와 천궈차이 부총재 일행이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기공식에 참석합니다.

그런데 기공식 하루 전인 27일 정 전 총리는 천궈차이 부총재 일행을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만났습니다. 만난 목적은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만 지역 소식통들은 엘시티 사업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정 전 총리는 부산지검 동부지청이 이 회장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던 지난해 3,4월 경 부산에서 이 회장 등 지역 경제인 몇 명과 만났다는 후문입니다. 역시 왜 만났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당시 내사를 하고 있던 동부지청은 안팎으로 수사 중단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을 때입니다.
검찰 비난 SNS
또 한 명의 검사장 출신 인사인 S 모 위원장도 엘시티 사업부지에 부동산 투자이민제 지정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S 위원장 역시 지난 2011년 부산지검장을 역임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는 자유한국당 부산 해운대 갑 당협위원장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 놓았습니다.

S 위원장은 지난 2010년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 정책본부장으로 당시 외국인 부동산투자 이민제 도입에 주무 단장으로 활동을 한 장본인입니다. 그리고 2013년 5월 엘시티를 대상지로 선정할 당시에도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S 위원장은 지난해 부산 동부지청이 이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당시에도 SNS에 수사 검사들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기도 하고 수사 중단 압력을 넣기도 한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이 회장과 고위 검찰 출신 인사들의 특수 관계 규명해야
부산 지검 전경
정리를 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MB 정권 당시 권재진 법무부장관은 엘시티에 대한 부동산 투자 이민제 지정을 “특혜 소지가 있다”며 반려시켰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황교안 법무부 장관으로 바뀐 뒤 19일 만에 승인이 났습니다. 황 총리는 지난 2011년 부산고검장을 역임했습니다. 당시 국무총리는 이 회장과 막역한 정홍원 총리였고 청와대 비서실장은 허태열 부산 지역 3선 국회의원 출신의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리고 허 전 청와대 비서실장 지역구를 물려 받은 김도읍 의원이 국회 법사위원으로 지정을 주도했고 이 회장의 고문변호사인 S 위원장은 법무부 재직 당시 부동산 투자이민제 도입을 담당했던 주무단장 출신이자 황 총리가 2011년 부산고검장 재임 당시 부산지검장이었습니다.

모두 검찰 출신이고 이 가운데 정 전 총리와 황 총리 대행, S 위원장은 전 부산고검장과 지검장 출신입니다. 그리고 이 회장은 고위 검찰 출신에 대한 인맥 관리로 정평이 나 있는 사업가입니다.

엘시티 부지에 대한 외국인 부동산 투자이민제 지정은 단순히 우연의 일치일까요? 더구나 이 사업은 공공 목적의 공익적 개발 사업이 아닌 개인 사업자의 이권 개발사업입니다.

당시 법무부의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엘시티는 중국기업과 투자이민제 도입을 전제로 투자 MOU를 맺은 상태”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법무부 보도자료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당시 이영복 회장은 국내에서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파산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결국 방법은 외국 시공사를 찾을 수밖에 없었고 가장 유력한 대상은 중국 건설자본이었습니다. 이는 엘시티 사업을 위해 중국건설사를 데려 오는데 부동산 투자이민제 지정이 매우 필요하고 긴박한 실정이었다는 것을 법무부는 스스로 자인하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투자이민제 지정 이후 2013년 10월 중국 CSCES는 엘시티 사업 시공사로 참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회장이 중국 CSCES 시공사와 협상을 하러 중국 본사를 방문했을 때 부산 출신 P 모 전 국회의장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P 전 국회의장의 보좌관 출신인 자유한국당 이 모 의원은 검찰의 수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한 개발업자의 이권 사업에 법무부는 원칙과 형평성을 무시한 채 투자이민제를 스스로 외곡시키고 변질시킨 것입니다. 이것이 특혜 아니고 무엇입니까? 과연 이것을 가능하게 한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 투자이민제 시효 5년 또 연장, 투자 한도도 완화시켜 줘
조웅천 국감 질의 사진
법무부는 나아가 이 회장과 엘시티 시행사에 대해 또 다른 특혜를 제공했습니다. 투자이민제는 일종의 일몰제로 5년 동안 유효합니다. 그래서 지난 2013년 지정된 이래 2018년 5월까지 유효한데요. 법무부는 지난해 7월 돌연 2023년까지 5년을 더 연장시켜 줬습니다.

또 엘시티에 대한 외국인 투자 한도액을 종전 7억원에서 5억원 이상으로 완화시켜 줬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7월은 엘시티 이회장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할 시점입니다. 더구나 유효 시한이 2년이나 남았는데도 이례적으로 5년 연장을 결정해 준 겁니다.

당시 김현웅 법무부장관과 황 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지정 및 연장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도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엘시티 수사로 문제가 불어지면 투자이민제 재지정이 물 건너갈 우려가 있어 서둘러 앞당겨 연장시켜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박지원 국민의 당 대표는 “이것은 확실한 비리”라고 지적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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