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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파일] 해수부, 유가족 상주 막으며 "당사자 아냐…감시하려는 것 아니냐" 논란

- 해수부, 유족에 목포신항 내 컨테이너 상주 거부 통보…유족 나흘째 노숙 생활
- 해수부, 유족에 "수습했으니 당사자 아니다…솔직히 감시하려는 것 아니냐" 문제의 발언 '논란'
- 유족, 목포신항 항구 외곽 천막에서 지내…씻을 곳도 없어 물티슈로 해결
유족들의 천막 생활 (출처: 박주민 의원 페이스북)
● 3년 기다렸는데…항구 외곽서 나흘째 노숙생활

이곳은 어디일까요? 아스팔트 바닥에는 나무판과 얇은 스티로폼이 깔려있고, 침낭 이부자리는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천장엔 공용 두루마리 휴지와 수건이 걸려있습니다. 전쟁통의 피난 시설이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머물면서 생활하고 있는 천막 내부 모습입니다.

3년 동안 세월호 인양만을 기다린 희생자 유족들. 지난달 31일 유족 70여 명은 세월호 인양에 맞춰 목포신항에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머물 곳이 없어 목포신항 항구 북쪽 외곽에 천막을 쳐놓고 나흘째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세면 시설도 없어서 물티슈로 씻고 있다고 합니다. 그나마 천막 시설도 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목포의 시민사회 단체들이 지원했습니다. 세월호는 철조망 너머 흐릿하게 보일 뿐입니다. 희생자의 가족들이지만 세월호가 인양될 때까지 배제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달 28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날, 해수부와 전라남도, 유가족 등이 참여하는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해수부는 유족에게 "목포신항 안에서 상주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목포신항 내 컨테이너 시설에서 상주할 수 있도록 허가했지만, 유족은 불가하다는 겁니다. 유족은 컨테이너 두 동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3명씩만 있을 수 있고, 오후 5시가 되면 나가야 합니다. 모두 세월호 참사에서 가족을 잃었는데 말입니다.
철조망 너머로 보이는 세월호
● 해수부 "감시하려는 것 아니냐" 발언 논란

단순히 유족들이 '어디서 지내고 있냐'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유족과 진상조사, 나아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여전한 시각과 태도의 문제입니다. 해수부가 상주를 반대하는 이유를 보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해수부는 유족들의 상주를 거부하는 이유로 "유족들이 솔직히 감시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해수부 세월호 인양추진단 김 모 대외협력팀장의 당시 발언 내용입니다.

"가족들이 상주하고자 하는 그런 부분들이 제가 외람된 말씀이지만, 그분들의 주된 바라는 게 뭐냐, 그러면 전후 관계를 봤을 때는 작업현장에서의 증거 회수, 무단 반출, 이런 거에 대한 감시가 주된 목적이라고 생각이 돼서, 외람된 말씀이지만 솔직히."

그러면서 진상 조사의 의미까지 폄훼하면서 유족은 상주할 수 없다고 못을 박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제 사고에 직접적인 원인보다는 외적인, 언론에서 지금 얘기하는 각종 설이라든지 이런 부분 이런 쪽의 진상조사에 가깝다고 보고. 선체 사고 원인 조사에 대한 그런 부분을 이제 감시, 감찰, 내지는 모니터링을 한다는 목적으로 30분이 상주하는 것은 좀 이거는 좀 현장 수습 본부를 운영하는 취지에 맞지 않은 것 같고."

한마디로 유족들은 인양 과정을 감시하려는 존재이기 때문에 목포신항에 상주할 수 없다고 노골적으로 드러낸 겁니다. 해수부가 유족과 진상조사를 대하는 태도를 그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해수부의 그 다음 발언도 황당한 건 마찬가집니다. "유족은 미수습자 가족과 달리 유해를 수습했기 때문에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겁니다. 당시 발언 내용입니다.

"미수습자의 입장과 그 처지와 가족협의회에서 하고자 하는 그러한 목적 자체가 다소 다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부분(상주)을 수용을 못 했던 거예요. 왜 이해가 안 가시죠? 한쪽은 수습을 못 했고, 가족협의회는 아주 일부분을 제외하시고는 죄송합니다, 수습을 해서 어느 정도는 다 화장도 하시고, 장례절차를 이제 거치셨는데......미수습자 수습에 관해서는 당사자가 아니죠. 왜? 어느 정도 수습은 다 하셨잖아요."

하지만, 시신으로나마 돌아온 희생자들 중에 신체의 일부가 없이 온전히 돌아오지 못한 이들도 있고, 희생자들의 가방이나 휴대폰 같은 유류품도 여전히 돌아오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은 상식적으로 지나치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
● 불신과 감시 자초해왔던 해수부

해수부의 이런 발언과 결정에서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 관한 해수부의 자세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수부는 유족의 상주를 거부하면서 '솔직히 감시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는데, 이는 정부가 여전히 유족을 경계하고 정보를 통제하려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동안 사실 해수부는 '불신과 감시'를 자초한 측면이 있습니다.

해수부는 당초 유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선체에 구멍을 2~3개만 뚫고 선체를 온전히 인양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해수부는 유족에 알리지 않고 배에 140개에 달하는 구멍을 뚫었고, 배의 균형을 잡는 스태빌라이저, 선체 난간 등 진상조사의 단서가 될 수 있는 부분들까지 절단하는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해수부는 인양 방식을 바꾸는 결정마저 유족에게 알리지 않고 진행했고, 뒤늦게 알게된 유족들이 시뮬레이션 결과 등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지만 이마저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수부는 야당이 과반인 20대 국회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상하이 샐비지와 어떤 계약을 맺었는지 조차 영업상 비밀의 이유를 들어 유족은 물론 특조위에게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참사의 진상규명을 하려는 특조위를 방해하라는 지침이 담긴 해수부 문건이 뒤늦게 드러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족들은 인양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이 역시 해수부가 거부해, 유족들은 동거차도에 직접 초소를 만들어 지켜봐야 했습니다. 만약 해수부가 작업 과정에서 떳떳하다면 일정 수를 제한하더라도 미수습자 가족처럼 유족도 목포신항 내에서 상주를 허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해수부는 '미수습자 가족들과 달리 유족은 당사자가 아니라'며 미수습자 가족과 유족을 편 가르기 하고 있습니다.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입니다.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조사는 모두 세월호 인양의 중요한 목적이었습니다. 정부는 희생자를 잃은 가족들의 분열을 조장할 때가 아니라 모두의 상처를 보듬어야 할 때입니다.

멀리서 세월호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대부분의 유족들은 세월호가 바다 속으로 침몰하던 그날 뿐만 아니라 세월호가 뭍으로 인양될 때까지 속이 탈 뿐입니다. 유족들은 '정부가 왜 이렇게 홀대하는지 모르겠다. 야속하다'고 말했습니다.

-고 이창현 학생의 아버지 이남석 씨

"세월호를 보고 싶고요. 왜 이렇게 가족들 막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무엇이 그렇게 감출 게 많은지. 자식 새끼 죽어서 진실 밝혀달라고 지금 3년 가까이 싸우고 있는데 가족들을 왜 이렇게 홀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가족들의 원성을 쌓고 있는 정부가 너무나 야속합니다."

특조위 김형욱 조사관은 "해수부가 해서는 안 될 말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지금까지 피해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견제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원인을 제공한 해수부의 자업자득 아니냐"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런 정부에 감시가 필요하고, 그 전에 정부가 투명하게 정부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게 정부가 말했던 3.0 정부 아닌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목포의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요구가 있은 뒤에야 정부와 해수부가 아닌, 목포시가 어제 부랴부랴 목포신항 외곽에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했습니다. 기존의 천막 옆인데, 여전히 세월호는 잘 보이지 않는 곳입니다. 그나마도 크기가 20여 명밖에 잘 수 없어 40여 명은 노숙을 이어갔습니다. 세면이나 취사시설도 없지만 유족들로서는 이것도 감지덕지해야할 처지입니다. 실제로 SBS 취재진이 유족들에게 생활의 불편함에 대해 묻자 유족들은 "목포시가 이렇게 마련해준 것만 해도 우리로서는 호텔 같이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홀대가 오죽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수부의 세월호 인양추진단 김 모 대외협력팀장은 기자와의 전화에서 "감시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유족들이 항구 내 컨테이너에서 상주하는 건 불가하지만, 낮에 인양 작업을 모니터할 수 있는 인원수는 한자릿 수 내에서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세월호 주변에 CCTV 3대 정도만을 설치해 방 안에서 모니터만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어서 절충점이 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 피해자 끌어안고 상처 치유할 때 참사도 종결

미국과 일본에서는 대형 재난 사고가 발생하면 재난 피해자와 정부가 협의체를 구성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협의체를 통해 피해자의 인권을 지킬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재난 피해자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인식과 제도가 이미 마련돼있는 겁니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에서 소통도 신뢰도 부족했던 정부의 대응을 보면 아직 멀었다는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유족들은 이미 가족을 잃고 큰 상처를 입은, 말 그대로 유족, '남아있는 사람들'입니다. 정부는 세월호 인양과 함께, 지난 3년 동안 유족들이 받은 상처를 함께 치유하는 데 좀 더 힘쓰는 모습을 보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래야 유족과 미수습자 가족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큰 상처가 됐던 세월호 참사는 진실로 종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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