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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일본판 '살인의 추억'을 통해 본 한일 범죄 비교

[월드리포트] 일본판 '살인의 추억'을 통해 본 한일 범죄 비교
일본 방송들은 요즘 연일 지바현에서 발견된 9살 초등학생 여아의 살인사건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피해 아동은 베트남 국적의 레디냣트 린 양(위 사진)입니다. 지난 일요일(26일) 아침 지바현 아바코 시에 있는 한 다리 밑 용수로 풀숲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나체 상태였습니다. (이하 사진들은 SBS 협력사인 일본 닛테레NTV의 ZERO프로그램 인용)
린 양의 시신이 발견된 다리 밑 풀숲(닛테레NTV 방송)
린 양이 발견된 것은 24일 금요일 학교 등교길에서 사라진 지 이틀만입니다. 등교길은 900미터 거리였습니다. 일본에선 유치원까지는 반드시 학부모가 등하교를 시키지만, 초등학교부터는 어린이가 혼자 다닙니다. 초등학교 3학년생인 린 양의 걸음걸이로 추정할 때 25-30분 정도 걸리지 않았나 합니다.
살해된 베트남 국적의 9살 린 양
그런데,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지바현 마쓰도 시에 있는 린 양의 집에서 12km나 떨어져 있습니다. 다음날 27일 경찰은 이바라키현 반도 시의 한 강변에서 린 양의 책가방을 찾아냅니다. 시신 발견 장소에서 20km 떨어지고, 린 양의 집과는 25km 떨어진 곳입니다. 책가방 발견 장소에서 500미터 떨어진 곳에선 린 양의 옷도 발견됩니다.
린 양의 책가방 등이 발견된 강변 풀숲
우리 '살인의 추억' 사건이 생각납니다. 주변 CCTV에선 별다른 것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한 달 전쯤 린 양은 한 친구에게 "주변에서 낯선 사람을 봤는데 무서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밖에 인터넷에선 이상한 글도 발견됩니다. 린양이 실종된 당일 밤 9시5분 한 인터넷 게시판에 "따뜻해지면 용수로에 여아의 시신이 없나 한 번 돌아보자"라는 글입니다. 아직 린양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입니다.
24일 인터넷, 용수로에서 여아 시신 찾아보자
하루 빨리 범인이 붙잡히길 바랍니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안전한 나라입니다. 그동안 도쿄에서 생활하고, 지방 여행을 하면서 한 번도 치안이 불안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뉴스 모니터링을 하다보면 '시신 발견 뉴스'가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의 매주 전국 어디선가 시신들이 발견됩니다. 대도시의 경우 고독사이거나 명확한 살인사건들입니다만, 지방의 경우 신원을 쉽게 알 수 없고, 사연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가 많아 저처럼 딸을 키우는 부모들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1년간 일본 방송을 떠들썩하게 했던 여성 대상 범죄들을 정리해봤습니다.

-가출 여중생을 2년간 납치 감금한 명문 지바대 학생(지난해 4월 도쿄)    
-지역의 아마추어 아이돌 가수를 흉기로 34회나 찌른 20대 남성(지난해 5월 도쿄)
-여대생을 술취하게 한 뒤 가슴 등을 만진 도쿄대 학생들(지난해 5월 도쿄)
-자신이 다니던 발레학원 강사를 찾아가 손가락을 절단한 40대 남성(지난해 7월 도쿄)
-40대 여성을 등 뒤에서 칼로 찔러 살해한 고교생(지난해 7월 이바라키현)
-만나던 20대 간호사를 살해한 20대 남성(지난해 12월 도치기현)
-혼자 사는 여성 집에 들어가 폭행한 NHK 기자(올해 1월 야마가타현)
-초등학교 3학년 베트남 여아 린 양 살해사건(이달 24일 지바현)

그렇다고 한국보다 일본이 더 위험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범죄 통계를 비교해봤습니다. 먼저 일본의 범죄백서(2016년판). 형법범을 중심으로 통계가 정리돼 있습니다. 2015년 형법범죄는 109만8969건, 인구 10만명 당 864.6건이 발생했습니다. 범죄별로 보면 절도가 73.5%로 압도적으로 많고요, 이어 기물파괴 10%, 사기 3.6%, 폭행 3.0%, 횡령 2.6%의 순입니다.
2015년 형법 범죄 구성(일본 범죄백서)
흉악 범죄로는 살인 933건(인구 10만명 당 발생률 0.7건), 강도 2426건(1.9건), 방화 1092건(0.9건), 강간 1167건(0.9건), 폭행 3만2543건(25.6건), 상해 2만5183건(19.8건)입니다.
2015년 일본 형법 범죄 통계
우리나라 범죄백서(2015년판)에도 같은 형법범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형법범의 범위는 좀 다릅니다.) 2014년 101만6209건, 인구 10만명 당 1980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범죄 유형은 전혀 다릅니다. 절도는 26.3%에 불과하고, 상대적으로 사기(24.0%)와 폭행(14.4%)이 많습니다.
2014년 한국 형법범 범죄 구성(한국 범죄백서)
흉악 범죄로는 살인 938건(인구 10만명당 1.8건), 강도 1618건(3.1건), 방화 1707건(3.3건), 성폭력 2만9863건(58.2건), 폭행 14만6625건(285.6건), 상해 6만5840건(128.3건)입니다. 아래 표의 ()은 발생률이 아니라 전체 강력범죄 중 구성비입니다.
한국 강력범죄 발생 현황
두 나라의 통계를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형법범의 범위가 다르고, 범죄백서의 통계도 한국은 대검찰청, 일본은 경찰청 통계를 씁니다. 어떤 분은 제게 "한일 범죄 통계 비교는 입건, 기소, 구속, 불구속, 범죄 등의 여부를 정확히 확인해 같은 항목으로 비교해야 합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론 전체적으로 볼 때 한국보다 일본이 좀 더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일본 뉴스를 보면 걱정이 안 될 수 없습니다. 일본 방송이 우리나라보다 사건사고 보도도 더 많이 합니다. 여성과 어린이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나라가 좋은 나라입니다. 그만큼 그들을 보호하는 남성 '신사' 분들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린 양의 범인이 하루빨리 붙잡히길 다시 한 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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