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러시아WC] 슈틸리케호, 시리아전은 투혼 아닌 '실력'으로

[러시아WC] 슈틸리케호, 시리아전은 투혼 아닌 '실력'으로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이 약 30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 실패 위기와 마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7차전 경기에 자국 축구사의 명운을 걸고 있는 것은 한국 뿐만이 아니다. 상대 시리아도 승리가 간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 있다. 누군가의 절실함을 가르는 기준은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28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 경기에 나선다. 슈틸리케호는 이기지 못하면 월드컵 본선행 실패라는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게 되고, 시리아는 극심한 내전으로 인해 오직 축구가 희망인 자국민들을 위해 패배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하겠다는 결연한 분위기로 경기에 나선다. 한국은 반드시 이겨야 하고, 시리아는 절대로 질 수가 없다. 창과 창, 방패와 방패의 대결인 셈이다.

7차전 시리아와의 경기를 앞둔 현재 3승 1무 2패를 기록 중인 우리 대표팀은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어느 것 하나 뚜렷한 강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술의 부재'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특색 없는 팀 컬러가 가장 큰 원인이 됐다.

국가대표팀은 클럽 팀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감독의 철학이나 특유의 팀 분위기는 빠른 시간 안에 경기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적어도 둘 중의 하나라도 확고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면 팀이 심각하게 큰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다.
이미지
그러나 슈틸리케호에는 대표팀 특유의 팀 컬러도, 감독 고유의 전술이나 철학도 부재한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28일 시리아전은 현재 대표팀의 극단을 시험하는 경기가 됐다. 하지만 혼돈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경기가 오랫동안 '투혼'으로 대변됐던, 누군가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경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주장 기성용을 필두로 현재 축구 국가대표팀 핵심 선수들 다수는 대부분이 유럽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투지보다는 영리함을 무기로 성장해 온 선수들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국가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였던 박주영은 구세대와 신세대의 대표팀을 잇는 마지막 아이콘 같은 존재였다.

구세대의 대표팀에 선수 개인보다 조직의 가치를 우선하는 유형의 자원들이 많았다면 현재의 대표팀에는 개인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원들이 더 많다. 그리고 더 이상 그 둘을 잇는 '박주영' 같은 연결고리도 없다. 시리아전 승리를 가져 올 필수 요소가 팀이나 투혼이 아닌 개인의 능력 그리고 팀의 실력이기를 바라는, 그리고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그 단적인 예가 기성용의 가치다. 2012 런던 올림픽은 물론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대표팀 중추로 활약했던 박주영까지 대표팀과 거리가 멀어진 현재 국가대표팀의 전술적, 정신적 주축이 된 것은 기성용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기성용은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뒤 대표팀 내 기여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수가 됐다. 영리한 플레이, 과감한 공격 시도, 번뜩이는 전술 이해도 같은 선수 개인의 능력이 부각됐던 것과는 또 다른 양상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표팀을 구성하는 다양한 가치들 중 '팀'의 의미가 흔들리고 있는 최근 오히려 가장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기성용 개인의 능력이 됐다. 중원을 조율하며 때때로 과감하게 공격 침투를 시도했던 기성용의 영리한 재능은 팀의 강점을 극대화 시킬 요소지만 현재는 그 자체가 우리 대표팀의 유일한 강점이 됐다.
이미지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때 조직력을 안정시키고 팀 수준을 끌어 올리는 가장 빠른 극약 처방은 개인 능력의 극대화다. 포지션별로 선수 개인들 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쟁은 서로를 자극하고 개인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린다. 그리고 한국 축구 역대 국가대표팀 중 현재 슈틸리케호에 몸 담고 있는 자원들보다 개인이 가진 경험치, 능력 등 측면에서 이토록 우수한 자원들이 즐비한 팀도 없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리얼 타임으로 기억하며 성장했고, 불가능의 영역에 있다고 생각됐던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장본인들 역시 지금 세대의 대표팀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한 시즌에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공격수도 존재한다. 선수 개개인들이 가진 능력과 기량만 십분 활용해도, 그들 스스로가 갖고 있는 프라이드라면 시리아를 상대로 승리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팀이다. 개인들이 가진 능력만 최대치로 끌어내도 크게 흔들릴 이유가 없는 팀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쟁으로 고통 받는 나라를 위해 뛰기 때문에 시리아가 무조건 더 승리가 절실하리라는 법은 없다. 나 자신을 위해 뛰는 것이 나라를 위해 뛰는 것 보다 가치가 덜 하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결국 누군가의 '주관'이다. 이번 시리아전을 통해 '기성용 세대'의 축구가 그들만의 방식으로 한국 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투혼이 아닌, 실력으로 말이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스포츠의 즐거움! SBS All Sports 와 함께 하세요' 페이지 방문하기>  클릭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