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문·평형장치·닻' 제거…세월호 진상규명 증거 잇단 훼손

<앵커>

일부에선 이번에 인양하면서 여러 증거들이 훼손됐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차량 출입구가 원래 꽉 닫히지 않아서 물이 그쪽으로 들어왔을 수 있는데, 이 문을 인양 중간에 잘라내서, 따져보기가 어려워졌다는 게 대표적입니다.

정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물 밖으로 드러난 세월호 왼쪽 뒷부분입니다.

잘려나간 차량용 출입문 쪽으로 차 한 대와 굴착기가 빠져나와 매달려 있습니다..

폭 7.9m, 높이 11m의 출입문 자리는 세월호에 생긴 가장 큰 구멍입니다.

세월호 재판 기록을 보면 이 출입문에 이상이 있었다는 증언이 여러 번 나옵니다.

1등 항해사는 문을 잠갔는데도 빛이 들어왔다고 진술했고, 이준석 선장은 출입문에 균열이 있어 제주 다녀와서 수리를 의뢰해야겠다는 논의를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세월호가 기울어지기 시작한 지 101분 만에 뒤집히며 침몰한 건 급격한 침수 때문인데, 이 출입문으로 바닷물이 대량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인양과정에서 출입문이 절단되면서 당시 상황을 역추적하기 쉽지 않게 됐습니다.

[이철조/해수부 세월호 인양추진단장 (지난 25일) : 램프(차량 출입문)가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증언 없었고요. 선체조사위원회에 필요하다면 적극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

해수부는 본 인양 전에도 작업에 방해가 된다며 배의 균형 장치인 스태빌라이저와 닻인 앵커를 제거했습니다.

[박종운/前 세월호특별조사위 상임위원 : 함부로 훼손하게 되면 나중에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어떻게 규명하겠습니까.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물적 증거인데, 오히려 사회적인 비용이 더 든다는 거죠.]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은 긴급성명을 내고, 정부가 선체 보존과 유실 방지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