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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마트' 해지는 시대…관람 예절은 거꾸로 간다

[라이프] '스마트' 해지는 시대…관람 예절은 거꾸로 간다
‘폰딧불이입니다. 도심 속, 흔하게 볼 수 있는 스마트목과의 터치류 곤충입니다. 빛이 나는 이 부분은 폰딧불이의 더듬이이자 앞발입니다. 폰딧불이는 이 부분을 이용해, 매우 멀리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앞에 있는 건 못 보는, 지독한 원시(遠視)입니다.’

인기 웹툰 작가 조석 씨의 히트작인 ‘마음의 소리’ 893화,’신비 동물 리뷰 2’ 중 일부입니다.'

웹툰에서 처음 언급된 이 '폰딧불이'는 원래 어두운 밤 환하게 빛나는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인 양손에서 떨어뜨리지 않고 퇴근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딧불이에 빗대어 풍자한 말입니다.

그런데 이 '폰딧불이'가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바로 영화관이나 공연장 같은 곳으로 말이죠.
폰딧불이
요즘엔 캄캄한 영화관이나 공연장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켜 불빛으로 관람을 방해하는 사람을 이른바 '폰딧불이'로 부르는 겁니다.

과거와는 달라진 관람 에티켓

과거에는 영화관이나 공연장에선 휴대전화 벨소리를 끄고 진동이나 무음, 혹은 아예 전원을 끄는 정도의 매너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그저 소리 문제가 아닙니다. 빛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겁니다.
과거와는 달라진 관람 에티켓
폴더형 휴대전화 시절엔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빛만으로 주변에 폐를 끼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화면도 작고 어두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발전하면서, 터치 화면은 더욱 커지고 밝아졌습니다.

아무리 자기만 조심스럽게 본다고 하지만 컴컴한 공간 안에서는 새어 나오는 실오라기 같은 빛도 밝게 보이는 법입니다. 뒷사람은 갑자기 눈을 찌르는 강한 빛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른바 '공연장 빛 공해'를 만드는 건 더욱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 워치나 스마트밴드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들도 크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움직임에 반응하는 스마트 워치의 경우엔 살짝 움직일 때마다 번쩍번쩍 불이 들어옵니다.

문제는 정작 착용한 사람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의 번쩍임이 주변 사람에게는 큰 불편을 줄 수 있습니다.

해외의 '폰딧불이' 엄격 대응법

해외에선 이런 '폰딧불이'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해외의 '폰딧불이' 엄격 대응법
미국 뉴욕시는 2003년부터 공연장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전원을 끄지 않아 벨소리가 울리면 최고 50달러 (약 5만 6천 원)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미국의 디알라모 드래프트하우스 (The Alamo Drafthouse)는 지난 2011년부터 문자, 인터넷 검색 등 어떤 경우라도 공연 중 휴대전화 불빛이 보이면 예외 없이 관객을 쫓아내고 있습니다.

중국은 레이저 포인터를 쏘는 방법으로 단속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레이저로 창피 주기' 기법인 겁니다. 중국의 오페라 전용 극장 '상하이대극원'과 '국가대극원'은 2008년부터 초록색과 붉은색 레이저를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쏩니다.

일본이나 호주에서는 공연장뿐 아니라 미술관, 도서관 등 정숙을 요하는 공공장소에서 당국의 허가를 받은 뒤 전파차단기를 설치해 아예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휴대전화 전파 차단기는 방해 전파를 발사해 통화를 불가능하게 하는 장치입니다. 일본 최고의 콘서트홀로 꼽히는 산토리홀은 1999년 전파차단기를 도입했습니다.

강제하기 전에 알아서 조심하는 매너 필요해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강력한 방법을 쓰지는 않고 있습니다. 일부 공연장에서 플래시로 중국의 이른바 '레이저 창피 주기'와 비슷한 방식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때마다 다릅니다.

2001년 국립극장과 예술의전당, LG아트센터 등에서 전파 차단기를 설치한 적이 있지만 현행 전기통신사업법과 통신비밀보호법, 전파법 등에 위배 된다는 이유로 2003년에 철거했습니다.

점점 기술이 '스마트'해지는 시대, 우리의 매너도 더욱 '스마트'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강제하기 전에 알아서 조심하는 매너 필요해
(기획·구성: 김도균, 송희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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