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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85 :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금요일엔 돌아오렴'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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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이 없는 시간, 그동안 익혀온 어떤 삶의 기술도 무력해지는 시간, 살면서 쌓아온 세상과 인간에 대한 감각을 처음부터 다시 써 내려가야 하는 시간을 가족들은 먼저 살아내고 있다. 그것은 절망적이지만,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외쳤던 우리는 다시금 가족들로부터 배운다."
 
다시 세월호입니다. 3년 전 그날 2014년 4월 16일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침몰했던 세월호가 3년 만에 다시 떠올랐습니다. 3년이란 세월이 참으로 길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참사 이후는 다른 세상이 됐다는 느낌입니다. 끌어올린 세월호 선체를 보니 SEWOL 세월이란 글자가 흐릿하지만 지워지진 않았습니다. 잊을 수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 진도로, 동거차도를 오가며 현장 취재를 했던 저는 이번엔 회사에서 세월호 특보와 특집 뉴스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3년 동안 뭐했나' 하는 생각에 부끄럽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겠습니다.
 
'북적북적'에서는 인양 작업이 시작된 이번 회부터 4월 16일 세월호 참사 3주기까지 4주에 걸쳐 세월호 특집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오늘 읽을 책은 2015년 1월에 나온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육성 기록 '금요일엔 돌아오렴'입니다.
 
세월호에 타고 있던 아이들은 3박 4일 일정으로 4월 15일 화요일에 인천을 출발해 제주도에 가던 길이었죠. 금요일은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는 날이었습니다. 돌아오지 못한 그날 304개의 금요일, 책의 제목은 여기서 따왔습니다.
 
"준혁이는 먼저 앞으로 나가 있었는데 구명조끼가 부족해서 입지 못했나 봐요. 그걸 건우가 걱정하는 장면이었어요. 아이들이 이렇게 무섭고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 챙겼구나 싶었어요. 우리 아들도 자기만 생각하지 않고 이미 밖으로 나가서 안 보이는 아이까지 챙기고 있었구나 싶어서 우리 아들 너무 장해라고 이야기해줬어요. 피하고 안 보려던 영상이 오히려 내게 겁에 질려 있는 아들 모습을 잊게 해주었어요... 마지막 순간에 아이들이 저렇게 했구나 그것만 생각하려 해요."
 
"다른 실종자 가족들한테 우리 아들 나와서 간다고 하는데... 미안한 거예요. 우리 아들이 이렇게 나와준 것에 대해서 감사하기도 하고. 그러다 내가 미쳤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아들이 이렇게 나온 것이 감사할 일인가요. 실은 거기서 우리가 마지막이 될까 봐 너무 힘들었어요.... 결국 못 봤어요. 그런데 그게 또 한이 맺혀요. 한데 본 사람들은 또 그게 자꾸 떠올라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건우가 살아있는 모습만 기억하고 싶었어요. 웃는 모습으로 그냥 기억하고 싶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고 그래야 내 아들이 죽었다 생각이 안 들고 내 마음속에서 같이 살아가지."
 
이 책에는 유가족의 육성기록 13편이 실려있습니다.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의 작가기록단, 인권활동가와 작가, 대학원생 등이 모인 작가기록단에서 글로써 참사의 증거를 남기고 흩어지는 고통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어 기록한 결과물입니다. 한편 한편 읽기 쉽지 않으나 한번 읽기 시작하면 읽지 않을 수 없는 글들입니다. 책 말미에 작가기록단의 집필후기가 실려있는데 일부를 마지막으로 읽습니다.
 
"하나의 시간은 균질한 시간이 아니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시간들에 하나의 수식어를 붙인다면, 슬품이 아니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이 더 맞다. 집 밖을 나갈 수도, 집 안에만 있을 수도 없는 시간, 아이의 물건을 태울 수도 그대로 둘 수도 없는 시간, 밥을 먹을 수도 안 먹을 수도 없는 시간.... 위로하며 같이 울고 싶지만 섣부른 위로가 가슴을 후벼팔까봐 다가서기 어려운 시간, 진실을 밝히려고 앞장서는 가족들에게 경의를 표하다가도 뒤돌아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경의조차 잔인하다 여겨지는 시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간을,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 시간으로 바꾸며 사람의 시간을 여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어야 한다. 8개월여의 시간을 정리한 연대기가, 슬플 수만은 없는 연대의 기록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작가기록단, 출판사 창비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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