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이탈리아 밀라노서 낮은 데로 임한 교황…교도소·빈민가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 500만 신자가 거주해 세계 최대의 가톨릭 교구로 꼽히는 밀라노를 찾았다.

화려한 패션의 도시로 유명한 밀라노는 이탈리아의 부가 집중된 경제와 금융 중심지이지만 교황은 이날 빈민들이 거주하는 외곽, 교도소 등 소외 지역을 방문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이는 즉위 직후부터 '가장 가난한 자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강조하며 교회가 성당을 벗어나 세상 속으로 나가야 하고, 잘 가꿔진 도심보다는 방치된 변두리가 한 도시의 실상을 보다 잘 보여준다는 지론을 설파해온 교황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교황을 태운 비행기가 이날 아침 일찍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을 떠나 밀라노 리나테 공항에 도착하자 밀라노에 있는 1천여 개의 성당이 일히 환영의 종을 울리며 교황을 맞았고, 교황은 곧바로 1970년대 지어진 닳고,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들이 밀집한 도시 외곽의 빈민 아파트촌으로 이동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파트 앞 광장을 메운 약 1만 명의 시민들에게 "가톨릭 교수는 중심부에 머물며 기다리는 게 아니라 무교도와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에게도 닿기 위해 주변부의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곳에서 중병을 앓고 있는 구성원을 둔 가족, 여러 명의 아이들을 둔 이슬람 가족, 팔순의 노부부 가정 등 크고 작은 어려움을 안고 있는 서민 가정 3곳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지역에서 사목 활동을 하는 아우구스토 보노라 신부는 AFP통신에 "교황이 외곽을 먼저 통과한 뒤 밀라노 중심부로 간 것은 상징적인 선택"이라며 "교구민들이 교황이 이곳에 들른다는 소식을 듣고 몹시 좋아했다"고 전했다.

교황은 이어 밀라노 중심가에 위치한 고딕 양식의 웅장한 두오모(대성당)로 발걸음을 옮겨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역 종교 지도자들 만나 강론했다.

교황은 대성당을 가득 채운 사제와 수녀, 부제들에게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진 사회에 의해 상처입은 사람들이 희망을 되찾을 수 있도록 소외된 주변부로의 사명을 감당해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신자로서 우리의 허약함은 우리로 하여금 주변에 있는 많은 연약한 사람들에게 좀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해주고, 그들을 축복으로 변모시킬 수 있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강론 후에는 두오모 광장에 운집한 인파를 축복한 뒤 오후에는 19세기에 지어진 밀라노 외곽의 산 비토레 교도소를 방문해 수감자 100여 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재소자들이 직접 만든 리조토, 밀라노식 얇은 살고기 튀김 등으로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교황은 식사 후 밀라노 북부 도시 몬차로 이동, 100만 명이 운집한 공원에서 야외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여러 인종과 다양한 종교를 가진 주민이 어우러진 몬차의 환경을 언급하며 "다문화, 다인종이야말로 하느님의 민족을 더 위대하게 하는 풍부함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밀라노로 복귀, 프로축구팀 AC밀란과 인터밀란의 홈 구장인 산 시로 경기장을 방문해 올해 견진성사를 받은 청년들과 그들의 가족 등 수 만 명을 만난 뒤 밤 늦게 로마로 귀환해 하루 간의 강행군을 마무리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