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지적장애 경옥 양의 아름다운 질주 "부모님이 보고 싶어요"

스페셜 동계올림픽 2관왕 백경옥 양의 감동 스토리

[취재파일] 지적장애 경옥 양의 아름다운 질주 "부모님이 보고 싶어요"
▲ 스페셜 동계올림픽에서 질주하고 있는 백경옥 양
결승선을 통과한 뒤 쓰러진 백경옥 양
올해 18살 고등학교 2학년생인 백경옥 양은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어렸을 때 부모에게 버림 받고 충북 제천시가 운영하는 영아원에 입소했습니다. '백경옥'이라는 이름도 영아원 원장의 성을 따서 지은 것입니다. 그녀는 지적장애 판정을 받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제천에 있는 장애인 복지시설 '세하의 집'에 입소했습니다. 지적장애 3급인 그녀는 초등학교 학습 내용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기본적인 의사표현은 가능하지만 생각을 요하는 지적인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중학교 재학 중 선생님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운동 능력이 좋았습니다. 욕심도 있고 승부욕도 강했습니다. 그녀는 하계 종목으로 역도를 하고 있는데 역도 연습을 하고 나면 손마디가 터질 정도로 연습벌레입니다. 스페셜 올림픽코리아에서 주최하는 전국 하계 대회에서 역도 종목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강한 지구력을 눈여겨 본 코치가 동계 종목인 '스노슈잉'을 권유했습니다. 스노슈잉은 눈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특수 제작한 신발을 싣고 달리는 경기로 스페셜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입니다.

백경옥 양은 이번에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2017 스페셜 동계올림픽에 출전했습니다. 스페셜 올림픽은 전 세계 지적발달 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로 올림픽과 패럴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올림픽으로 꼽히고 4년마다 열립니다. 이번이 첫 국제 대회 출전이었던 그녀는 출국하기 전에 거주하고 있는 '세하의 집' 직원들에게 비행기 타기가 무서운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볼 정도로 기대와 설렘으로 부풀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코치 선생님 손을 꼭 잡고 잘 다녀오겠다며 떠났습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에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습니다. 스노슈잉 800미터에서 우리 선수단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습니다. 모든 것을 쏟아낸 혼신의 질주 끝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눈밭에 털썩 쓰러져 진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그녀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단답형으로 대답했습니다.
금메달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는 백경옥 양

Q) 기분이 어때요?
- 너무 좋아요.

Q) 지금 누가 제일 보고 싶어요?
- 부모님이요.

Q) 부모님 만나면 뭐라고 하고 싶어요?
- 파이팅!

Q) 이번 대회 남은 경기 각오 말해주세요.
- 남은 경기도 열심히 할게요. 파이팅!

그녀는 누가 가장 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부모님'이라고 답했습니다. 사실 그녀는 부모의 존재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찡했습니다.

운동하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는 백경옥 양. 그녀는 스노슈잉 800미터 금메달을 시작으로 이번 스페셜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목에 걸었습니다. 그녀에게 스포츠란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입니다. 스포츠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대인 관계와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 진출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그녀와 같은 지적발달 장애인이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자립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녀 역시 이를 알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운동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운동할 때만큼은 다른 생각이 안 들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 그리고 주변의 격려와 칭찬이 그녀에게 크나큰 자신감과 자립에 대한 희망을 준다고 합니다.

그녀는 고교 졸업 이후의 삶에 대비해 현재 자립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받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지적발달 장애인들의 취업이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식당 보조, 카페 보조, 제빵 보조 중에서 진로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스포츠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 그녀가 앞으로도 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과 관심 그리고 배려가 절실합니다. 경옥 양 뿐만 아니라 스페셜 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 나아가 모든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으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사회의 마땅한 도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에 오스트리아 스페셜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은 다음과 같이 끊임없이 되뇌이며 희망을 품었습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데 장애는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걸림돌은 우리 사회의 편견입니다. 이들의 희망을 꺾지 않는 것이 우리들의 몫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