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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과 고통의 시간…돌아오지 못한 9명 가족들의 사연

<현장 앵커>

이번 인양을 가장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는 건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9명의 가족들 입니다. 지난 3년의 세월은 이들에게 그리움과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이들의 사연을 김종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기자>

은화는 수학여행을 가는 게 엄마에게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수학여행비 32만 원이 엄마에게 부담될까 봐 신나는 티 한 번 안 냈던 딸이기에 은화 어머니는 더 견디기가 힘듭니다.

아빠가 쓰던 검은색 모자가 마음에 든다던 다윤이는 수학여행을 갈 때도 이 모자를 빌려 갔습니다.

참사 이후 아버지의 검은 모자는 떠올랐지만, 다윤이는 아직도 떠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픈 엄마를 늘 챙기던 딸이, 엄마는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박은미/미수습자 허다윤 양 어머니 : '엄마, 나 수학여행 갔다 와서 공부할 거야' 그러고 책을 사놓고 간 거야. 책상 위에 있더라고. 비닐봉지 속에 이렇게 잔돈이랑 영수증이랑.]

부모님을 극진히 생각하는 참 살가웠던 아들 영인이, 생전 축구화 한 켤레 갖고 싶다던 그 부탁 못 들어준 게 마음에 걸려, 영인이 엄마 아빠는 팽목항 빨간 등대 앞에 '사랑한다, 사랑한다' 적힌 운동화 한 켤레 고이 세워놨습니다.

[김선화/미수습자 박영인 학생 어머니 : 빨리 올라와서 집에서라도 생일상 따뜻하게 차려 주고 싶어요. 빨리 만나고 싶어요.]

음악을 잘하던 현철이, 이젠 현철이가 작사한 노래 가사만 부모님 마음을 울립니다.

7살 아들과 6살 딸,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제주도에서 감귤을 키우겠다며 제주로 향하던 권재근 씨, 한 살 어린 동생 먼저 나가라며 뒤에 남았던 아들 혁규와 함께 아직도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편 사별로 헤어졌던 아들과 오랜만에 다시 만나 드디어 엄마 소리 듣게 됐다고 좋아했던 이영숙 씨, 사고 직후 탈출에 성공했지만,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며 다시 세월호로 뛰어들었던 양승진 선생님과 고창석 선생님, 고창석 선생님은 아내에게 애들 돌보느라 고생했다고, 미안하다고 마지막 문자를 남기고 차가운 바다에 가라앉았습니다.

또 한 번 남겨지지 않기를, 미수습자 가족들은 그것만을 간절히 바랍니다.

(영상취재 : 제 일·이용한·김민철, 영상편집 : 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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