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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엘시티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 (18)

[취재파일] 엘시티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 (18)
연속 취재 '해운대 엘시티' 수사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합니다. 법 집행을 하는 검찰은 그래서 국민의 검찰이 되어야 하고 시민의 검찰이 돼야 합니다.

검찰이 엘시티 수사에 나섰을 때 소위 ‘그들만의 리그’에 포함돼 있던 지역 토호 세력들은 강력히 저항했습니다. “부산 경제가 어렵다”다는 이유로 심지어 수사 방해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들은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며 이번 만큼은 엘시티 비리뿐만 아니라 지역 토호 세력과 그들과 결탁한 부패 공무원, 특혜 개발 사업에 대한 환부를 도려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하지만 이번 수사에서 보듯 검찰은 엘시티 비리의 핵심에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공정하지도 못했습니다. 지역 토호 세력은 여전히 강하고 온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새삼 증명됐습니다.
 
부산의 토호 세력, '그들만의 리그'에는 누가 포함돼 있나요?
 
● 부산발전동우회…지방 권력과 토호세력의 친목모임
부산발전동우회 회원 명단
SBS 취재진이 지난해 말 입수한 이른바 ‘부산발전동우회’ 회원 명단입니다.

서병수 부산시장을 비롯해 부산지방 법원장과 부산지검 검사장, 부산지방경찰청장과 부산지방국세청장, 국정원 부산지부장 등 부산지역 8개 기관장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토호 비리를 견제하고 단속해야 할 사정기관장 대부분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모임에는 S 철강회사 대표 신 모 회장을 비롯해 부산 지역 유력 기업인 25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습니다. 기관장과 합쳐 모두 33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지난 2008년 초 국정원 부산지부장 주선으로 비공식 친목 모임으로 출발해 기관장들은 명예 회원으로 참여해 왔습니다. 허남식 전 부산시장 등 부산 지역 기관장들은 모두 이 모임을 거쳐 갔습니다.
 
부산발전동우회 신 모 회장은 “지역의 경제인들이 모여 발전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그런데 경제인들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지역 기관장들을 명예 회원으로 가입시켜 함께 부산 발전을 위해 토론하는 모임”이라고 밝혔습니다.
 
● 부산발전동우회…엘시티 이 회장을 비롯해 비리 인사 다수 포함돼 있어
이영복 회장
그런데 경제인 명단에는 엘시티 시행사 대표 이영복 회장도 회원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이 회장은 검찰 내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3월 정식 회원이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회장은 평소 공개 석상에 노출을 굉장히 꺼려했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부산 지역 사정 기관장이 망라해 있는 모임에 가입한 것은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로비 창구로 활용하려 했을 개연성이 큽니다.

실제로 이 모임 회원 상당수가 이 회장 구명 운동을 위한 탄원서에 서명한 사실이 확인 됐습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엘시티 사업에 특혜 금융 대출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BNK 금융 지주 전, 현직 회장, 허 전 시장과 함께 함바 비리 사건 연루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D건설 최 모 회장, 포스코 건설 해외 비자금 사건 연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H 건설 이 모 회장 등 문제 기업인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엘시티 아파트와 레지던스 호텔에 특혜 분양을 받은 것으로 알려 졌습니다.
구명 탄원서
또 엘시티 비리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허 전 부산시장과 이영복 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구명 운동에 동참했던 석 모 전 부산 지검장 등 법조계 인사도 이 모임 출신입니다.
 
지역의 토착 비리를 감독하고 수사해야 할 사정 기관장과 일부 유력 기업인들이 비공식 친목 모임을 결성해 9년 간 지속해 온 사실 자체만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큽니다.
 
더구나 이들 가운데 일부 기업인은 부산지방법원과 부산지방검찰청의 각종 민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거나 하고 있기도 합니다.
 
결국 ‘부산발전’이란 미명 아래 자신들의 이권 챙기기를 위해 ‘서로 밀어 주고 끌어주는 그들만의 리그’란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신 모 회장은 “회원들의 의사를 수렴해 발전적 해체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또 다른 향토 기업인 모임의 실체…'25인회'
부산상공회의소 전경
부산발전동우회와 별도로 ‘25인회’ ‘33인회’ 등의 모임이 또 있습니다. 또 부산 000 포럼 등 향토 기업인과 교수 등 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만든 모임도 있습니다. 이들 모임의 핵심은 부산발전동우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 모 회장으로 이 모임의 회장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들 모임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유력 대권후보였던 김 모 새누리당 대표의 지지모임이란 소문이 돌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 특정 인사의 부산시장 출마 지지모임이란 설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특정 기업인을 주축으로 한 사적 모임이 부산의 정 관 재계와 언론계에 영향력을 가지고 정경 유착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다는 점에서 시민사회 단체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특정 기업인의 이름을 따 000 사단이란 별칭이 나왔을까요.
 
부산에 ‘부산상공회의소’라는 공식적인 지역 상공인 단체가 있지만 이러한 사적 모임이 실질적인 파워 그룹이란 여론이 파다합니다. 그리고 몇몇 유력 기업인들이 부산의 주요 사업에 막대한 이권을 챙긴다는 여론 또한 파다합니다.

최근 엘시티 사건에 대해 국회 4당에서 대선 뒤 특검을 도입하기로 한 뒤 지역 상공계에서 ‘부산 경제 악영향’이란 단골 메뉴를 거론하며 특검 도입을 반대하는 여론을 조장하고 있는데요. 과연 부산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시민사회 단체에서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부산 경제 타격’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권 사업이 밝혀질까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 이 회장 관련사에 사정 관련 기관장, 고위 간부 포진…로비 창구로 활용
이영복 회장 엘시티 기공식 모습
이영복 회장은 소위 ‘입이 무거운 로비의 귀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검찰과 법조계등 사정 기관에 대한 지속적인 로비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내부자 고발에 따르면 이 회장은 부산에 발령을 받아 온 부장 검사나 부장판사급 이상 간부 인사들에 대해서 어떠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관계를 가지려고 노력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일단 관계를 만들면 그 인사가 서울 등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아 가더라도 지속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는 겁니다.
 
또 부산지역 국회의원 치고 이 회장의 로비로부터 자유로운 인사는 거의 없을 정도라는 여론도 파다합니다.
 
이 회장이 엘시티 사업에 대한 인허가를 받고 난 뒤 2011년부터는 서울 강남의 룸살롱 3곳에서 정 관 재계 유력인사들에 대해 향응 접대를 해 왔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입니다. 이렇게 관계를 맺고 난 뒤에는 자신이 로비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메모해 장부로 기록해 놓는다는 게 이 회장 회사 관계자들의 증언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이 회장이 로비 장부를 꼼꼼하게 기록하는 것은 자신을 구제해 줄 일종의 생명줄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증언합니다.

이 회장은 이들 가운데 일부는 자신의 관계 회사에 영입을 하기도 했습니다. 전 부산고법원장 출신의 이 모 씨, 전 부산국세청 차장 출신의 이 모 씨, 국정원 부산지부 차장 출신의 정 모씨, 전 부산시 건설 본부장 출신의 이 모씨, 전 부산시 경제특보 출신의 정 모 씨 등은 모두 엘시티 시행사나 관계사의 대표로 영입되기도 했습니다. 또 부산지검장 출신의 석 모 변호사도 이 회장의 고문 변호사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이 회장의 로비 대상 인물이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배덕광 의원 등 일부 인물이 밝혀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핵심 거물급 인사들은 밝혀진 게 거의 없다는 겁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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