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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도 부인도 없었던 '8초 육성 메시지'…담긴 의미

<앵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육성 메시지는 단 8초, 글자 수로는 29자였습니다. 대국민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던 것 치고는 너무 짧았습니다. '송구스럽다', '마음에 두렵고 거북한 느낌이 있다'는 뜻이죠. 진솔한 반성과 사과의 의미로는 부족해 보이고, 그렇다고 '엮은 것'이라는 식으로 혐의를 아주 부인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 보였습니다.

메시지에 담긴 의미, 임찬종 기자입니다.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언론과 접촉할 때마다 혐의를 부인해왔습니다.

[박근혜 前 대통령/2017년 1월 1일 기자간담회 : 완전히 엮은 겁니다. 어디를 도와줘라 하는 것 하고는, 그 누구를 봐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정규재TV 인터뷰/2017년 1월 25일 :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도 지울 수가 없어요, 솔직한 심정으로….]

그러나 오늘(21일) 파면 이후 처음 내놓은 8초 남짓한 육성 메시지에서는 혐의에 대해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습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억측을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손범규/박 前 대통령 변호인 : 국민 여러분에 대해서 전할 메시지는 다 전달된 것이라고 봐요. 길게 얘기하는 순간 오히려 더 어떤 억측을 낳을 수 있고, 오해를 낳을 수 있고.]

일각에서는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혐의를 공개 부인하는 것이 영장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일 자택에 복귀할 때 진실을 밝히겠단 뜻을 표명했다가 여론을 악화시킨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혐의를 시인할 수도 없으니 검찰에 소환되는 인사들의 의례적 메시지를 선택했다는 겁니다.

[우병우/前 민정수석 (2016년 11월 6일) : 오늘 검찰에서 물어보시는 대로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습니다.]

[김정주/NXC 회장 (2016년 7월 13일) : 조사 과정에서 성실하게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준비된 메시지가 있다는 어제 변호인단의 전언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졌던 국민에게는 너무나 짧고 의례적인 메시지였습니다.

(영상취재 : 노인식·신동환, 영상편집 : 이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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