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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백두산 로켓엔진의 진화…'ICBM 시험발사' 압박

[취재파일] 北 백두산 로켓엔진의 진화…'ICBM 시험발사' 압박
어제(19일) 북한은 전날 평북 철산군 동창리 서해발사장에서 실시한 고출력 엔진 지상 연소시험을 공개했고 군은 오늘 “의미 있는 진전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엔진을 언제쯤 어디에 쓸지에 대해서는 군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어제 선보인 로켓 엔진은 어떤 종류이고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백두산 계열 로켓 엔진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백두산 로켓 엔진으로는 가깝게는 북한이 작년 9월 서해발사장에서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이라며 내놓은 80tf(톤포스)급 액체연료 엔진이 있습니다. 액체연료 추진 로켓 엔진으로 2개만 묶어도 사거리가 1만 km 전후인 광명성 4호의 1단 로켓 엔진보다 추력이 강합니다.

이번 로켓 엔진은 작년 9월의 엔진을 개량한 모델로 보입니다. 모양은 둘 다 비슷한데 북한은 “힘이 좋아졌다”고 선전했습니다. 작년 9월 엔진의 힘도 감당하기 벅찬데 이보다 더 세다면 실제 로켓에 장착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북한은 지난달 쏘아 올린 북극성 2형과 같은 고체연료 기반의 로켓 엔진도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용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북한 내부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액체연료 엔진 개발팀과 고체연료 엔진 개발팀 중 어느 팀이 먼저 ICBM을 실현하는지…

북한은 조만간 ICBM을 시험 발사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입니다. ICBM은 미국을 노리는 북한의 절대무기이니 시험발사를 하는 순간 강경한 미국 트럼프 정권과 북한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합니다.

● 백두산 계열 로켓 엔진의 진화
작년 9월 백두산 로켓 엔진 연소시험
19일 백두산 로켓 엔진 연소시험
북한이 어제 공개한 영상만으로는 이번 로켓 엔진이 작년 9월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짚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작년 9월 엔진은 메인 엔진 하나만 시험을 해서 종(鐘) 모양 엔진의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이번 엔진은 보조 엔진 4개를 메인 엔진 주변에 설치하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메인 엔진의 모습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대충 종 모양의 작년 9월 백두산 계열 80tf 엔진과 모양이 비슷합니다. 화염의 길이도 정확하지는 않지만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작년 4월 같은 장소에서 지상연소시험을 한 무수단 계열 엔진의 화염은 백두산 계열보다 확연히 짧았습니다. 하지만 화염의 길이와 색깔, 선명도는 같은 엔진이라도 영상이 어떤 연소 시점에 찍혔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비교 기준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번 메인 엔진 주변에 보조 엔진을 장착한 것은 실제 ICBM 형상에 맞춘 디자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작년 9월에는 메인 엔진만 내보였는데 그제는 미사일 엔진으로서의 구색을 갖춰봤다는 의미가 있겠습니다.

북한은 “추력이 향상됐다”고 자랑했는데 작년 9월의 80tf 엔진과 비교한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9월 엔진도 미국 정보당국이 몇 년 전부터 포착해서 예의주시하던 확실한 실체가 있는 초대형 엔진인데 이보다 추력이 좋아졌다면 미국으로서는 경악할 일입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추진제를 개선했거나 추진제 조합을 변경해서 엔진의 힘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작년 9월 엔진의 추력은 80tf로 노동 엔진(27tf)의 3배였습니다. 북한이 작년 초에 쏜 장거리 로켓 광명성 4호는 노동 엔진 4개를 묶어 추력이 120톤(4tf 보조엔진 4기 포함) 정도였습니다. 작년 9월 엔진은 2개만 묶어도 광명성 4호의 힘을 능가합니다. 어제 공개한 엔진의 힘이 더 세졌다면 당연히 앞뒤 따질 것도 없이 ICBM용입니다. 백두산 엔진 1~2기를 묶어 1단 로켓을 구성하고, 노동 또는 스커드 엔진으로 2단 로켓을 제작하면 1만 km 이상의 사거리가 유력합니다.

북한은 그제 시험을 ‘3.18 혁명’이라고 추켜세우며 “오늘 이룩한 거대한 승리가 어떤 사변적 의의를 가지는가를 온 세계가 곧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ICBM 시험발사의 예고입니다. 김정은이 과학자들을 업어주는 장면까지 연출한 것을 보면 대단한 성과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싶은 속내가 읽힙니다.

● 다가오는 ICBM 시험발사

김정은은 1월 1일 신년사에서 “첫 수소탄 시험과 각이한 공격수단들의 시험발사, 핵탄두폭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며 “첨단 무장장비 연구개발 사업이 활발해지고 대륙간 탄도 로케트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 것을 비롯하여”라고 말했습니다. ICBM의 개발이 아니라 시험발사 준비가 거의 끝났다는 발표였습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ICBM 개발은 마쳤고 시험발사 준비도 거의 됐다는 뜻입니다.

일주일 뒤인 1월 8일,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의 형식으로 “ICBM은 최고 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과 장소에서 발사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정은이 결심한 시각과 장소에서 처음으로 북한의 ICBM이 솟아오를 것이라는 북한의 2차 예고입니다.

북한은 지난 2월 북극성 2형이라는 신형 중거리 미사일을 쏴올렸습니다. 고체연료 로켓 엔진입니다. 북극성 2형을 개량하면 ICBM으로도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이 쏟아졌습니다. 장영근 교수는 “북한이 액체와 고체연료 로켓 엔진을 투 트랙(two track)으로 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엔진이 먼저 ICBM 엔진으로 완성되는지 경쟁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제는 ICBM급 액체연료 로켓 엔진이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특대형 도발이 멀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여러 기념일 중에 하루를 골라서 ICBM을 시험발사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ICBM 시험 발사는 그 자체로 북한 입장에서는 여느 기념일을 능가하는 대사건입니다. 택일의 기준은 북한 ICBM 기술의 완성과 기상 조건입니다. 올해 안에 쏠 것은 같은데 언제 쏠 지 도대체 미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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