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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법원도 인정한 '부정입학'…검찰은 무혐의?

주영민 기자 naga@sbs.co.kr

작성 2017.03.18 08:22 수정 2017.03.19 14:58 조회 재생수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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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법원도 인정한 부정입학…검찰은 무혐의?
지난 2015년 5월 16일 저는 ‘취재파일’을 통해 대한야구협회에서 있었던 ‘입시비리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이후 14건의 ’입시비리 시리즈‘ 기사를 통해 고교 야구의 잘못된 입시관행을 고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의 집중 수사와 국회의 국정감사가 이어지는 등 작지 않은 파장이 일었습니다.

경찰은 ’입시비리 수사 전담팀‘까지 꾸려 수사를 벌인 뒤 지난 2015년 11월 “입시비리 관련 혐의가 인정된다.”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10월 24일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사흘 뒤인 10월 27일 이와 관련된 다른 재판에서 법원은 ‘부정입학’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습니다. 경찰과 법원은 인정하는 ‘부정입학 의혹’을 검찰은 법의 심판대에도 올리지 않은 겁니다. 

이번 취재파일에서는 '입시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 의혹의 발단은 ‘규정을 어기고 발급된 경기실적증명서’

먼저 2015년 5월 16일자 취재파일(커지는 입시비리 의혹…후폭풍 예고 ☞링크 바로가기)을 통해 제기한 ‘입시비리 의혹’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겠습니다.

지난 2014년 서울 지역 고교 3학년생 두 명 A군과 B군이 대한야구협회 규정에 맞지 않는 ‘경기실적증명서’를 발급받아 서울 소재 C대학에 야구특기생으로 합격했습니다.

대한야구협회에는 ‘타자는 3타석, 투수는 1이닝’이상 출전해야 해당 대회에 참가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한 A군과 B군이 ‘고교 왕중왕전’ 참가 기록이 명시된 ‘경기실적증명서’를 발급받아 대학에 합격한 겁니다.

A군과 B군은 처음에는 제대로 된(왕중왕전 실적이 없는) 경기실적증명서를 발급받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원서 제출 마감 하루 전에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왕중왕전 참가’가 명기된 경기실적증명서를 다시 발급받은 것이 드러나 의혹을 더 키웠습니다.

C대학은 입시 요강에 ‘왕중왕전 참가’를 지원 자격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처음에 발급받은 제대로 된 ‘경기실적증명서’였다면 A, B군은 모두 서류심사를 통과할 수 없었습니다.

대한야구협회의 경기실적증명서 발급 담당 직원은 당시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30분 넘게 발급을 거부했지만, 당시 사무국장이 발급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사무국장은 발급담당 직원에게 "명문의 규정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고, 단지 관행에 따라 발급할 수는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담당 직원은 "지난 10년간 야구협회에 근무하면서 같은 기준으로 발급해 왔다"며 반박하다가 결국 "상관의 지시와 압박을 어길 수 없어 발급을 하고 말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이후 대한야구협회는 2015년 1월 전 사무국장을 ‘사문서 위조’와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A, B군의 합격으로 C대학 입시에 탈락했다고 주장한 K군의 학부모도 전 사무국장과 관련 학교 감독 3명을 고소했고, C대학을 상대로는 K군의 ‘합격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렇게 경찰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이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 경찰은 ‘기소의견’…검찰은 ‘무혐의’…법원은 “위법”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많은 제보자들의 도움으로 성과를 냈습니다. 수사 인력을 늘려 전담 수사팀을 가동하면서 의욕을 보였고, 혐의 입증에도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2015년 11월 23일 “혐의가 인정된다.”며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를 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의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사건 송치 후 11개월이 지난 2016년 10월 24일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피해 학부모들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며 울분을 토했고, 특히 K군 학부모는 “사흘 뒤에 C대학에 대한 합격자 지위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데, 이렇게 되면 다 끝난 것 아니냐?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다.”며 불기소 결정 시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렇다면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요?

사흘 뒤에 나온 법원의 판결은 정반대였습니다. 법원은 “부정 발급된 경기실적증명서에 기초하여 A군과 B군이 서류심사를 거쳐 C대학에 합격한 것은 위법이다.”라고 판단하고 K군의 합격자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 ‘피의자’ 손을 든 검찰…경찰 “뭐 하러 수사했나?”

검찰의 ‘불기소결정서’를 보면 ‘피의자의 주장’을 변호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피의자들이 대한야구협회의 ‘경기실적증명서 발급 규정’을 몰랐기 때문에 업무 방해에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의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시 고교야구 감독자 협의회’ 명의의 성명서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 성명서에는 “16개 서울시 고교야구 감독자들의 설문조사 결과 전원이 실적증명서 발급 기준을 모른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그런데 이 성명서에 대해서는 제가 2015년 5월 24일자 '취재파일'(입시비리 의혹 덮자고?…수상한 성명서 ☞링크 바로가기)에서 자세히 분석하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피의자들이 속해 있는 단체인 ‘서울시 감독자 협의회’의 발언을 그대로 인정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갑니다.

검찰은 이렇게 “내부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피의자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한편 “C대학의 입시 요강 상 ‘왕중왕전 참가’에 관한 판단기준이 제시되지 않았고, ‘왕중왕전 참가 사실’이 기재된 경기실적증명서 요구 취지가 단순 참가 사실만 필요한 것인지 대한야구협회의 내부 기준까지 충족해야 하는 것인지 불명확하다.”는 난해한 이유를 댔습니다. 회장의 직인 찍힌 실적증명서는 엄연히 법적 효력이 있는 공문으로 당연히 내부 기준이 충족돼야 하는데도, 검찰은 “내부 기준이 충족돼야 하는지 불명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내부 기준에 맞지 않는 증명서가 어떻게 발급됐는지를 추적하고 밝혀야 할 검찰의 판단이라고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피의자들의 논리를 폭넓게 받아들인 검찰은 6개월에 걸친 경찰의 집중 수사 결과는 거의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학부모와 담당 코치, 학생들의 증언이 이어졌지만, 이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습니다. ‘불기소 결정문‘의 마지막 문장에 “기타, 피의자들의 변명을 뒤집고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증거불충분하여 혐의 없다.”고만 적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헛수고만 하게 된 경찰은 차마 검찰에 맞설 수 없어 한숨만 내쉬었습니다.

● 끝나지 않은 싸움…“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이처럼 이번 ‘입시비리 의혹’은 법적 다툼의 여지가 충분한 사건입니다. 따라서 법의 심판대에 올라야 하는 사건인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의 불기소처분으로 법적 판단조차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학부모들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포기할 수도 없다.”며 항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만일 항고마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법원의 재정신청까지 가서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고 진실을 밝힐 것”이라며 이를 악물고 있습니다. C대학도 '합격자 지위를 인정하라'는 법원의 판정에 항소한 상태입니다. 이번에도 검찰의 '기소여부'와 법원의 '판결'이 동시에 진행되는 겁니다. 1라운드에서는 엇갈렸던 판단이 2라운드에서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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