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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초미세먼지, 다음 세대까지 영향…조산의 20%는 초미세먼지가 원인

[취재파일] 초미세먼지, 다음 세대까지 영향…조산의 20%는 초미세먼지가 원인
찬바람이 가시고 날씨가 따뜻해지니 이번에는 또 다른 불청객이 말썽이다. 다름 아닌 미세먼지다. 날씨는 따뜻해졌지만 하늘은 늘 뿌옇기만 하다.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에 중국을 비롯한 국외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까지 들어오기 때문이다. 오늘 수도권과 강원영서, 충청, 전북의 미세먼지 예보는 ‘나쁨’, 토요일인 내일과 일요일인 모레도 오늘처럼 봄기운은 완연하겠지만 미세먼지가 말썽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는 무수히 많다. 단순히 기관지뿐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한 곳에라도 미세먼지가 좋다는 연구 결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미세먼지(PM10) 가운데 입자의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초미세먼지(PM2.5)는 폐 깊숙한 곳 뿐 아니라 뇌까지도 직접 침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초미세먼지에 대한 또 하나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재 초미세먼지를 마시고 있는 자신뿐 아니라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태아에도 영향을 미쳐 조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Malley et al., 2017). 의학의 발달로 예정보다 일찍 태어나도 아무런 문제없이 자라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는 여전히 자라는 동안 합병증에 어려움을 겪고 또 극히 심한 경우는 태어나자마자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영국과 미국 공동연구팀은 임신기간 동안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정도와 조산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조사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지난 2010년 전 세계 183개 국가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와 각국의 조산, 그리고 정상 분만에 대한 통계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에서 조산은 임신기간이 37주 미만인 경우로 정의했다. 정상적인 임신기간이 40주인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3주 이상 일찍 태어나는 경우를 말한다. 초미세먼지와 조산과의 관계를 구체적인 숫자로 산출해낸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임신부
연구결과를 보면 지난 2010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약 1,500만 건의 조산 가운데 268만~340만 건이 초미세먼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 세계를 평균해서 볼 때 조산의 20% 정도(18%~23%)가 초미세먼지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한 것이다.

조산 건수가 일정 범위를 갖는 것은 조산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영향을 미치는 초미세먼지 농도를 어디부터로 볼 것이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연평균 권고치인 10㎍/㎥ 이상일 때 조산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가정할 경우 조산 건수는 268만으로 추정됐고 기준치를 4.3㎍/㎥ 낮출 때는 조산 건수가 340만 건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로 인해 조산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 그리고 중동과 북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아래 서쪽지역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중국의 경우는 조산의 40% 이상이 초미세먼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논문에서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그림 상으로 볼 때 세계 평균과 비슷한 전체 조산의 20% 내외가 초미세먼지와 관련이 있는 지역으로 표시되어 있다.

특히 분석에서 흥미로운 것은 초미세먼지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와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로 나눠 분석했다는 점이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는 주로 사막처럼 자연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다. 하지만 중국이나 인도 등 아시아지역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는 80% 이상이 자동차나 공장, 난방과정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염물질이다.

조산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초미세먼지도 자연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가 아니라 주로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로 인해 발생하는 조산 가운데 80% 정도가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2010년의 경우 전 세계에서 초미세먼지 때문에 발생한 340만 건의 조산 가운데 80%인 273만 건이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배출된 초미세먼지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물론 이 연구의 한계도 있다. 우선 초미세먼지 오염이 심하고 조산도 많이 발생하는 중국과 인도, 아프리카 지역의 자료는 다른 선진국의 자료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요리과정을 비롯해 실내에서도 초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되는 경우도 있는데 연구에서는 실내 공기의 오염은 고려하지 않고 실외 대기 중 초미세먼지만 고려했다. 초미세먼지가 조산을 유발하는 의학적인 기전 규명도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밝혀낸 가장 큰 것은 초미세먼지가 단순히 현재 살고 있는 사람의 건강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태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결국 다음세대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질병이나 영양상태, 유전자 이상, 고령 임신 등 조산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초미세먼지 또한 조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초미세먼지를 줄여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참고문헌>

* Christopher S. Malley, Johan C.I. Kuylenstierna, Harry W. Vallack, Daven K. Henze, Hannah Blencowe, Mike R. Ashmore. 2017: Preterm birth associated with maternal fine particulate matter exposure: A global, regional and national assessment. Environment International, DOI:10.1016/j.envint.2017.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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