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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바람 변덕 '윈드시어'

봄이 왔습니다. 낮 기온이 10도를 크게 웃돌면서 공기가 무척 부드러워졌고, 남쪽에서는 봄꽃 소식이 어김없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에도 포근한 봄 햇살처럼 환한 미소가 번집니다. 아침에는 아직 쌀쌀하지만 말입니다.
 
봄이 되면 바람의 변덕이 심해집니다. 아침까지 잠잠하던 바람이 해가 중천에 뜨면서 갑자기 강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상대적으로 따뜻해진 지면 공기와 차가운 상층 공기가 급격하게 섞이면서 공기 흐림도 빨라지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바람은 공기의 흐름입니다. 높은 산에서 깊은 계곡으로 떨어지는 물살이 거칠고 빠르듯이 바람도 주변 공기의 성질이 크게 달라서 기압차가 커지면 거칠어집니다.
 
바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 가운데 하나는 바로 항공기입니다. 바람이 없다면 항공기는 아예 뜰 수가 없습니다. 날개 위와 아래를 지나는 바람의 세기 차이로 생기는 부력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죠, 항공기의 운행과정에서 바람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측할 수 없는 바람이 불면 조종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체가 심하게 요동치고 경우에 따라서는 중심을 잃고 추락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조종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기상 현상이 바람의 극심한 변덕을 말하는 ‘윈드시어’인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윈드시어’는 Wind(바람)와 Shear(자르다)가 결합된 용어입니다. 짧은 시간에 풍향이나 풍속이 급격하게 변하는 현상입니다. 수평 방향 또는 연직 방향으로 생기는데,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기도 합니다.
공항 기상 관측 장비
조종사가 ‘윈드시어’를 만나면 바람의 경향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조종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높은 고도에서는 항공기의 비행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간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에 위험 정도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낮은 고도에서는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짧고 기체가 움직일 공간이 적어 매우 위험합니다.
 
착륙하기 위해 활주로에 접근하는 항공기가 강한 ‘윈드시어’를 만나면 항공기에 무리가 갈 정도로 충격을 받으며 착륙하거나 심한 경우 활주로에 곤두박질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09년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는 착륙하던 페덱스 화물기가 ‘윈드시어’ 때문에 활주로를 벗어나 충돌하면서 조종사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윈드시어’는 서로 다른 공기 덩이의 경계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고, 공항이 바닷가에 위치한 경우 해풍과 육풍이 바뀌는 시점에서 발생하기도 합니다. 장애물이나 지형에 의해 풍향이나 풍속이 급하게 바뀌거나 심한 기온역전에 의해서도 생기기도 하죠.
 
‘윈드시어’는 적란운 밑에서 지상으로 향하는 강한 하강 기류가 지표에 부딪혀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생기는 돌풍 현상인 마이크로버스트(Microburst)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는데, 마이크로버스트는 5분∼30분 정도로 짧지만 항공기 운항에는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윈드시어‘ 경보 발표 횟수 (사진 제공= 항공기상청)
국내 공항 가운데 ‘윈드시어’가 가장 잦은 곳은 제주 공항입니다. 남풍 계열의 바람이 불 때 한라산을 좌우로 돌아 들어오는 바람과 합류하는 과정에서 풍향이 갑자기 변해 생기기도 하고, 한라산을 타고 넘어오던 바람이 산 뒷면에서 갑자기 빨라져 ‘윈드시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지난해 그러니까 2016년 5월 초 제주 공항에서 170여 편의 항공기가 결항되면서 약 1만 4천여 명의 여행객 발이 묶였던 항공기 무더기 결항의 원인 역시 ‘윈드시어’였습니다.

문제는 최근 국내 공항에 내려지는 '윈드시어'경보가 늘고 있다는 점인데요, 공항 주변의 공기 흐름이 급격하게 바뀔만한 환경 변화가 두드러지기 때문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입니다. 

국내공항의 ‘윈드시어’ 경보는 항공기상청 홈페이지(amo.kma.g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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