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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지순·하늘·행복…정치인들이 동물과 함께 나오는 이유

[리포트+] 지순·하늘·행복…정치인들이 동물과 함께 나오는 이유
유기견 지순이, 유기묘 하늘이, 유기견 행복이.

이 동물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19대 대선의 '퍼스트 독(First Dog)' 후보라는 점입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반려견인 지순이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반려묘 하늘이, 유기견 행복이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반려견입니다.

퍼스트독이란, 대통령이 키우는 반려견을 의미합니다. 대통령의 부인을 일컫는 '퍼스트레이디(First lady)'에 빗댄 단어인데 미국, 프랑스, 러시아에서는 퍼스트독이 각국 세계 정상들만큼 알려진 예도 있습니다.

최근 주요 대선주자들이 SNS 계정에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함께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게시하거나, 동물 복지와 관련된 각종 대선 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반려동물과 함께 선거운동을 나선 대선주자들의 변화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 대선주자들과 함께하는 개와 고양이
퍼스트독 후보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블로그에는 문 전 대표의 반려동물에 관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문재인의 강아지'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문 전 대표가 유기견이었던 '지순이'를 데려오게 된 사연이 소개돼 있습니다.

'문재인의 고양이'라는 게시물도 있는데, 문 전 대표의 고향에서 기르는 반려묘 '찡찡이'와의 일화가 소개된 글입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올해 초 신년 인사 영상에서 반려묘인 '하늘이'를 안고 등장했습니다. 9년째 고양이를 키우는 것으로 알려진 안 지사는 "하늘이가 2017년도에는 더 좋아질 거랍니다"라는 인사말로 동영상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SNS 계정에는 반려견인 '행복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주 올라옵니다. 행복이는 식용 개 사육 농장에서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구출됐습니다.

■ 동물 복지를 위해 등장하는 대선 공약들

동물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애정은 대선 공약에서도 드러납니다.
동물 복지 공약
이재명 성남시장은 동물호보단체나 반려동물 인구의 지지를 얻는 후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장은 최근 모란시장 식용 개 도살 시설 철거 작업을 이끌어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동물방역국 신설, 반려동물 의료보험 제도 도입, 유기견 입양 장려, 동물 학대 처벌 강화 등의 '동물 보호 8대 공약'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한 동물보호단체를 찾아 생명으로서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고, 헌법 차원에서 동물 보호를 국가 책무로 명시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동물보호법 강화, 길고양이 중성화,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등 동물복지 공약 11개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문 전 대표는 이번 19대 대선에서도 지난 공약들을 토대로 동물복지 관련 정책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표심 잡기?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의 이러한 반려동물 사랑에는 덤으로 얻는 것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친근한 이미지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인구의 표심을 잡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5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에 반려동물 인구는 대선주자 입장에서 무시 못 할 유권자가 됐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반려동물을 보유한 가구는 전체 가구의 21.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구수로는 약 1천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반려동물 표심잡기
대선주자들이 반려동물과 선거운동에 나서고, 동물 관련 정책을 내놓는 것은 애견·애묘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겁니다.

과거 대선주자들은 아이와 함께하는 사진으로 대중의 호감을 샀습니다. 하지만 최근 저출산 현상과 1인 가구 확대로 아이보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대선주자의 모습이 대중의 공감도를 얻기 수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노인 인구가 늘면서, 동물 복지 공약은 젊은 층뿐 아니라 노년층에게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동물을 통한 '이미지 정치'…우려도 있다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은 해외에서는 동물 관련 단체가 정치 세력을 형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 동물 보호 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Humane Society)는 내부에서 기금을 운용해 동물 보호를 중시하는 정치인 후보를 지지하는 활동을 벌이기도 합니다.

아직 국내 정치인들이 외국처럼 동물 관련 정책으로 세력을 형성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동물을 통한 이미지 구축과 표심잡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보여주기식 선거운동 우려
결국, 이런 모습도 '이미지 정치'의 하나이기 때문인데요, 선거철에만 동물을 이용해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유권자의 표심을 얻고 나면 정책은 흐지부지되는 '보여주기 식 선거운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대선주자들의 행보는 확실히 과거와 달라진, 친근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 변화가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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